예전에 식인 꽃 바이러스가 창궐한 좀비 아포칼립스 작품을 본 적이 있어요. 그 작품은 말 그래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머리가 꽃으로 변화하고 그 모습으로 사람을 잡아먹는 그런 작품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나무'라는 소재 때문일까요? 어쩐지 예전에 읽었던 그 작품이 떠오르지만, Namu는 뭔가 좀더 슬프고 씁쓸하고 아름다운 느낌이 드네요. 사람이 나무로 변한다는 점에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어쩐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다프네 얘기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최근 글에 집중해 본 적이 없어서 문해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러기 님의 글은 쉽고 재미있게 읽혀서 오래간만에 글을 '읽는다'는 기분이었어요. Namu를 여러 번 읽었는데, 읽을수록 장면장면이 영화처럼 스르륵 지나가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에겐 미안한 말인지도 모르지만, 즐거웠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화자인 산다의 이름을 설명하는 부분이에요. 동백을 다른 말로 '산다'라고 부르는 걸 처음 알았어요. 이산다. 삶의 의지가 느껴지면서도 또 Namu 글에 맞는 동백나무의 이름이라 더 와닿았습니다.
저는 글에 삽화나 자료를 넣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지양한다든가 싫어한다는 이유가 아니라 제가 그런 자료를 만드는 걸 잘 못해요...) 그런데 러기 님의 글 초입에 인물들이 직접 쓴 것처럼 글씨체도 전부 다르게 해서 쓴 자료를 보니 '어, 이게 뭐지?'라는 호기심이 먼저 들어서 좀더 집중해 본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는 가영, 서희, 산다, 이 세 사람이 중점적으로 나왔는데 다른 인물들 이야기는 언제 풀리게 될지도 기대하게 됩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계속 자료와 글을 번갈아 읽었어요. 이건 이 인물이 쓴 글씨구나, 저건 저 인물이 쓴 내용이구나, 이렇게 대조하며 읽으니 더 재밌었습니다.
저는 사건이 쭉 나열되는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글 쓰는 스타일은 중간중간 이런저런 얘기도 넣는 쪽이기 때문에 글이 늘어지는 것 같다는 얘기를 종종 듣곤 했어요. 제가 쓰는 스타일에 비교해서 말해보자면, 러기 님의 글은 전혀 처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빠르지도 않아 딱 좋은 것 같아요. 필요한 얘기는 다 하면서도 따라가기 버거운 템포는 아니어서 이해하며 읽기 좋았습니다.
이 이후의 이야기가 무척 기대돼요. 저는 작품을 읽게 되면 늘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독자인지라, 러기 님의 글에 아직 나오지 않은 다른 친구들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지, 그 친구들의 결말은 어떻게 이루어질지도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