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앨버트 허쉬먼의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기회가 닿아 Overdose라는 잡지에 기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분들과 이런 주제로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항의, 이탈, 침묵 등에서는 모두들 동의하였지만 '충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으셨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충성은 너무 구시대적이지 않냐, 군대도 아니고 왠 충성이냐 같은 거죠.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기업에 대한 충성심이 감소하는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가치관 변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앨버트 허시먼의 개념을 적용해 보면, 이러한 충성심 감소의 원인을 크게 네 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기업과 직원 간의 사회적 계약이 파기되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장기 근속에 대한 보상으로 관대한 연금과 보험 혜택이 제공되었지만, 최근 들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이런 혜택들이 축소되거나 사라지면서 직원들의 장기적인 충성심을 이끌어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둘째, 급격한 기술 발전과 세계화로 인해 직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게 되었고,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 속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로 이직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배경과 가치관을 가진 구성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과제가 되었습니다.
셋째, 이제 직원들은 경제적 보상보다 일과 삶의 균형, 자기계발, 사회적 가치 실현 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기업에서 일하기를 원하며,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기 때문에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르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넷째, 충성심에 대한 보상 체계가 약화되면서 직원들은 회사에 충성하는 것이 개인의 경력 개발이나 급여 인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충성심 자체가 개인의 이익과 무관한 선택의 문제가 된 것이죠.
이처럼 기업에 대한 충성심 감소는 사회 전반의 변화상을 반영한 복합적인 현상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변화를 수용하고 직원들의 새로운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단순히 경제적 보상을 넘어 직원 개개인의 가치와 기업의 비전을 조화롭게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충성심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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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너무 자주 그만둬요...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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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름 규모 있는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의 팀장님을 뵐 일이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최근 직원들이 너무 짧게 일하고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팀장님은 이 원인을 "상장을 앞두고 매출 압박이 있었고 이에 따른 업무강도 증가로 퇴사"라는 생각을 하고 계셨습니다. 상황을 듣자니 원인 파악이 잘 못 된 것 같아 해당 팀에서 일하는 2명을 따로 뵈어 식사를 하게 해달라고 해봤습니다.
해당 팀은 특징상 Project Manager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Manager, 기획 등으로 퉁쳐서 다 일을 하고 있었는데 기획, 개발, 운영 등의 전반적으로 관여하며 업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꼭 필요한 경계 초월자, 그러나 부족한 지원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경우, 부서와 팀 간 협업은 필수입니다. 한 때는 사일로 조직이라 하여 전문적으로 특정 분야에 파고 들어 하는 방식도 의도적으로 칸막이를 쳐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서비스도 있었습니다. 다만, 사일로 내에서 모든 걸 다 할 순 없기에 조직 내 칸막이를 허물고, 단절된 부서 사이를 잇는 '경계 초월자'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런 협업에 참여하는 직원들이 인지적 과부하와 정서적 긴장으로 인해 쉽게 지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소진은 부정적인 태도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경계 초월자 개인은 물론 조직 전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숨겨진 대가: 인지적 과부하와 정서적 긴장
사실 이런 휘뚜루 마뚜루 사용되는 인력의 경우, 다양한 일을 하게 됩니다. 마케팅/개발/디자인 전문가들과 자주 소통하며 프로젝트 완성을 위해 다방면으로 고생합니다. 이런 조직의 가장 큰 문제는 이 업무를 "잡무" 혹은 "당연히 해야하는 일"로 쳐서 인정을 안하는 것 입니다.
다양한 부서 간 협업은 생각 이상으로 높은 수준의 업무 입니다. 업무 스타일, 커뮤니케이션 방법, 기술, 맥락 등 다양한 인지적 자원을 사용합니다. 이게 오래 지속 되면 담당자는 자신이 소모 당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서 말한 2명 모두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했으며 2명 모두 이직 하고 싶어했고 이유는 놀랍게도 성장하는 느낌이 안들어서였습니다. 멋진 말로 이들에게 잠시 비전을 주입하여 일하게 만들 순 있겠지만 이건 이미 조직(회사)에 대한 배신감을 느낀 상태라 지속가능성이 매우 줄어든 상황입니다.
더 나아가선 사보타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다시 직장 내 부적절한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다른 경계를 초월해 일하는 사람들에도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해결책: 연결과 회복을 위한 조직적 지원
조직은 직원들이 소진되지 않으면서도 부서 간 협업을 잘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전략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1.
부서 간 협업 역할의 공식화와 명확한 기대치 설정
•
부서 간 협업 업무를 공식적인 직무 기술서에 포함하고, 해당 역할에 대한 분명한 기대치를 세웁니다.
•
예를 들어, 프론트엔드 개발자 직무에 마케팅, 백엔드 개발 팀과의 협력을 명시하는 것입니다.
2.
필요 역량 개발 지원과 성과 인정 🌟🌟🌟
•
협업에 필요한 기술과 교육(소통, 협상, 문화 이해 등)을 지원합니다.
•
부서 간 협업 성과에 대한 인정과 보상 체계를 마련합니다. 예: "크로스 팀 협업 우수자" 시상 및 인센티브 제공
3.
다각적 소통 채널 구축과 적절한 휴식 보장
•
직원 소진 징후를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 창구를 운영합니다.
◦
일대일 미팅, 업무 태도 변화 관찰, 주기적 설문 조사 등
•
근무 외 시간에는 업무와 분리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조성합니다. 예: 근무 시간 외 즉각적인 대응 필요성 최소화
1~3년 마다 혹은 그 이하로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그만둔 다면 대체로 이런 이유 입니다. 해결책도 명확하지만 이는 회사의 중간 관리자 혹은 대표가 직접 잡아줘야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제가 경계 초월자로 표현한 이들은 정말 열심히 일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열심히 일해도 남은게 없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성장하는 것 같지 않다.', '소모 인력으로 취급 받는다.', '나의 고생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인정을 받지 못한다.' 이것은 제가 최근 진행한 꼬치코치를 진행하며 총 25명을 뵈었는데 과반 이상의 내담자들이 같은 표현을 하였습니다. 특지 주니어들에게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요즘 컨설팅까진 아니고 소일거리로 조직문화, 조직진단을 해드리고 있는데 생각보다 이런 문제를 발견하고 풀어내는게 무척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부 컬쳐/인사팀에겐 말을 못하는 경우가 있어더라구요. ~_~)
여하튼, 농담반 진담반으로 PM은 잡부야~ 라는 말도 사실 PM의 일이 아닌데 떠 맡는 일이 많아서 퍼진 자조적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일을 존중하고 누군가가 우리를 연결 시켜주는 일을 하는 것에 감사하다고 전달해 봅시다. 꼭 PM이 아니더라도 우리 회사, 조직, 팀, 관계 등에서 분명 그런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기차에는 커플러라는 부품이 있습니다. 일부러 강하게 체결하지 않고 약간의 공간을 두어 무거운 두량의 열차를 연결합니다. 이 공간 덕분이 선로의 문제가 있거나 감속, 가속 등이 발생하거나 충격을 받을 때도 열차는 달릴 수 있습니다. 사실 Project Manager가 하는 일을 이런 커플러의 역합니다. 연결 되어 있되, 여유를 가지고 각각의 팀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말이죠. 이렇게 중요한 커플러는 기차의 아래에 있기에 승객들은 직접 보기 무척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없으면 열차는 서로 끌어서 움직일 수 없죠.
우리가 일을 하며 커플러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꼭 감사와 어려운 점을 물어 봅시다. 분명 오래 함께 일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약간 감정이입이 되어 글이 길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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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서현
좋은 글 감사합니다.관리자의 입장도 그렇지만 개발자들도 저런 커플러 역할을 함께 고민해준다면 정말 좋은 조직이겠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