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이상한 사람이 되고 싶어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이었지만, 늘 모범적으로 살아왔다. 학생 때는 공부를 열심히 했고, 대학생 때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취업 준비를 했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그 안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달렸다. TV에서 모범생이라고 그려지는(청춘 드라마에서 약간은 측은한 존재로 그려지는) 사람처럼 살아왔다. 때로 낭만의 시간도 있었다. 처음 상경했을 때는 대학 생활을 즐긴다고 중앙 광장에서 밤을 꼴딱 새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친구들은 행정고시에, 경영학 스터디를 할 때 나는 진짜 재밌어 보이는 동아리를 했다. 그럼에도 잠깐이었다. 기숙사에 가서는 에너지 음료를 마시며 1교시 수업을 준비했고, 동아리를 하면서도 과외를 2개, 3개씩 하고 성적은 4점대를 유지했다. 모범의 표본이었다. 그런 친구들이 부러웠다. '쟤는 늘 이상해'에서 '쟤'의 포지션을 맡는 사람. 어디로 튈지 모르고 존재 자체로 자유분방한 사람. 지금 내 앞에 앉아서 같이 술을 마시고 있지만 늘 어딘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은 사람. 그런데 그 자유에는 꽤 많은 것들이 필요한 것 같았다. 시간과 돈을 낭비할 수 있는 용기. 보장된 길을 가지 않았을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안을 내색하지 않을 용기. 나에게는 그런 것들이 없었다. 정해진 길에서 정중앙으로 걸어왔다. 돌아보니 20대의 후반에 가까워져 있었다. 덜컥 겁이 났다. 이렇게 내 삶이 지루하게 이어지면 어떡하지. 서른을 앞두고 불안감이 샘솟았다. 나보다 10년 먼저 이 시간을 겪는 회사 동료에게 투정을 부렸다. 혼란해요 혼란해. 성님 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요? 이 서른이라는 나이가 너무 별로에요. (그분 입장에서 내 고민은 정말 얼마가 귀여웠을까. 제발 귀여웠길..) 그러자 성님은 나에게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 "서른이 딱 좋은 나이 같은데? 너무 어릴 때는 사실 뭘 해보고 싶어도 세상이 무섭고 여유도 없잖아. 근데 또 서른다섯을 넘기면 정말 시도를 하는 게 두렵거든. 근데 지금 네 나이는 시간도 있고, 돈도 조금 있고, 젊음도 있으니 최고의 시간인 것 같은데?" 지혜로운 선배를 둔 건 큰 복이다. 그 말을 듣고는 인생 다 산 사람처럼 생각했던 시간을 반성했다. 정말 맞는 이야기다.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나이 아닌가. 그렇지만 무언가를 시도하면 끝을 봐야 한다는, 혹은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무의식이 내 발목을 잡는다. 모범생 콤플렉스가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이상할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다. 사실 이상한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일 수도 있다. 객관적으로 미의 기준에 부합해서가 아니라 자기만의 오롯한 빛을 뿜어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그런 존재에게 사람들은 매력을 느낀다. 운이 좋으면 그 이상함이 새로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런 예시를 꽤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거창한 경험이라는 말 대신 '시도'라는 단어를 앞세워볼까 한다. 그냥 해보지 뭐 하는 태도. 이것조차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가볍게 도전해 볼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