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굳이 왜 글을 쓰겠다고 해서는
_ 내가 나를 잘 챙겨보겠다는 다짐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휙휙 넘겨보다가 인상깊은 구절을 찾았다. "그런 것들과 싸워야 해. 내 삶을 지루하고 무료하고 재미없게 만드는 것들. 그래서 여행을 가고, 책을 읽고, 맛있는 것을 먹고,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도 해보는 거야. 내가 나를 챙기기 위해서 그러는 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일만 잘하면 되지, 직장인으로서 커리어만 잘 만들어가면 되지 싶었다. 때때로 친구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음 안에 독이 차오를 때 일 년에 한 두 번 여행을 다녀오면 되지. 일상 속에서 치열하게 행복을 찾아야만 하나 싶었고 그런 사람이 유난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연차가 조금씩 쌓이면서 삶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잦아졌다. 무색 무취의 직장인이 되어가는 기분. 매월 1일이 되면 휴일과 월급날을 먼저 체크하고,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아휴 또 출근이네'하며 벌써 권태로운 한 숨을 내뱉는 일상 말고. 조금 더 알맹이 있는 페이지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손으로 쓰기였다. 다이어리 중독자로서 업무용과 개인용 다이어리가 있지만 지난 상반기에는 거의 쓰지 않았다. 업무용 다이어리는 윈도우 스티커 메모로, 일기는 아이패드 일기로 대체했다. 특히나 아이패드로 일기를 쓸 때는 굳이 활자를 넣지 않아도 사진만 툭 넣으면 한 칸이 채워지니 오히려 좋았다. 그런데 손으로 다시 돌아오니 조금 달랐다. 손으로 일기를 다시 쓰니, 자꾸만 내일을 위한 마음이 생겨났다. '이놈에 출근 언제까지 해야 되나'라고 썼다가도, 그 다음에는 퇴사를 하기 전에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짜 뭘 하고 싶은지가 연달아 나왔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긍정을 덧대곤 했다. (어렸을 때 선생님께 제출했던 일기장의 효과 아닐까) 무의식적으로 다음을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 더 깊이 내려갈 수 있었다. 업무용 다이어리 또한 스티커 메모로 쓸 때보다 확실히 달성률이 높아졌다. 고등학교 3년 간 치열하게 스터디 플래너를 쓰며 공부했던 영향일까. 업무를 마치고 하는 체크는 달다 달아. 어쨌든 다이어리를 다시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주간 에세이를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사실 글은 사실 수단이다. 글을 쓰려면 그 안을 채우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가장 좋은 글감은 경험이고, 글을 쓰겠다는 다짐은 일상을 조금 더 다채롭게 채워가겠다는 결심이다. 노력의 알맹이들을 모아 글을 쓰고, 그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내 일상은 조금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합정에서 2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직장인은 이렇게 애쓰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이 연재를 이어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