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D 기획의도 & 코어 매커니즘
TnD의 출발점은 기존 덱빌딩 로그라이크 게임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되었다. 덱빌딩이라는 장르는 인디게임 시장에서 급격히 성장하고 있으며, 매니아와 캐주얼을 동시에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기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덱빌딩 게임이 로그라이크 구조를 채택한다는 점이다. 로그라이크는 매 세션마다 랜덤으로 주어지는 선택지를 활용해 단기적으로 임팩트 있는 성장을 제공하는 대신, 한 판이 끝날 때마다 모든 것이 초기화된다. 이로 인해 장시간 플레이할 동기가 부족해지고, 세션이 종료되면 허탈함이 남는다. 전략적 깊이와 빌드의 다양성 또한 장기적 볼륨 부족으로 인해 제한된다. TnD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로그라이크 구조를 과감히 버리고 핵앤슬래시 구조를 채택했다. 핵앤슬래시는 세션 단위로 강력한 성장을 경험하게 해주지만, 동시에 누적 성장과 장기적 보상을 통해 플레이어가 계속 게임에 머무르게 만든다. TnD는 이 핵앤슬래시의 성격을 Faith라는 단일 자원과 주사위 빌드 시스템에 녹여내어, 매번 다른 빌드 실험과 장기적 성장을 동시에 경험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플레이어의 여정은 크게 두 구간으로 나뉜다. 첫째는 보드 위에서 주사위를 굴려 Faith를 얻고, 이동하며, 스킬을 발동해 탑을 오르는 고행의 과정이다. 여기서는 매 턴마다 Faith를 어떻게 분배할지, 위험한 칸을 피할지 아니면 돌파할지, 또 어떤 공간을 점령하고 강화할지 끊임없는 판단이 요구된다. 모든 행동이 Faith라는 단일 자원에 묶여 있기 때문에, 자원의 최적화와 압박감이 플레이의 핵심 경험으로 자리 잡는다. 둘째는 각 층의 시작 칸에서 마주하게 되는 선택이다. 필요한 Faith를 충족했을 때만 활성화되는 고행 성공을 통해 층 정복을 선언할 수도 있고, Faith가 부족한 상태라면 탈출을 선택해 불완전한 보상을 감수할 수도 있다. 혹은 계속 진행을 선택해 인게임 상점으로 들어가 Faith를 소비해 단기적 폭발 성장을 체험할 수 있다. 상점에서 강화한 것들은 세션이 끝나면 모두 초기화되지만, 이로 인해 매번 강력한 성장의 쾌감을 느낄 수 있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거주구역에서의 주사위 강화와 스킬 해금이 이어진다. 이 구조는 단기적 긴장과 장기적 보상의 균형을 의도한 것이다. 주사위 빌드는 TnD의 심장이다. 모든 주사위 면은 1에서 시작하며, 플레이어는 점차 숫자를 올리고, 원하는 스킬을 각인하고, 보조 옵션을 부여하며 자신만의 덱을 구성한다. 이 시스템은 로그라이크식의 일회성 빌드가 아니라, 장기적 성장과 무수한 빌드 조합을 가능하게 한다. 각 층마다 새로운 스킬과 장비가 등장하고, 빌드를 쉽게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늘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이 층을 공략할까”라는 고민 속에서 도전하게 된다. 보드 점령 시스템은 단순한 전투 반복을 넘어 전략적 운영을 제공한다. 특정 칸을 차지하고 강화하면 이동이나 전투에 유리한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를 업그레이드하거나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깊이가 늘어날수록 Faith 소모와 장애물이 가혹해지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생존을 위해 Faith를 사용할지, 장기적 우위를 위해 점령을 강화할지 끊임없이 갈등하게 된다. 결국 TnD의 기획의도는 명확하다. 로그라이크 덱빌딩이 주지 못했던 장기적 성장과 빌드 다양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Faith라는 단일 자원이 게임 전체를 연결하고, 주사위 빌드가 전략적 깊이를 만들며, 핵앤슬래시적 상점과 보드 점령이 세션의 긴장과 폭발적 성장을 보완한다. 이 모든 요소가 맞물려 플레이어는 단순히 한 세션의 완성에 그치지 않고, 탑을 오르는 긴 여정 속에서 수없이 다른 빌드를 해체하고 재조합하며 성장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 TnD는 플레이어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성공을 선언할 것인가, 부족함을 감수하고 물러날 것인가, 아니면 더 큰 보상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나아갈 것인가?” 이 끊임없는 선택의 순간이야말로 TnD가 선사하는 본질적 경험이다.
- 최준호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