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는 더 이상 전진하지 않았다. 리처드 도킨스가 묘사했던 그 화려한 '지상 최대의 쇼'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었다. 눈 먼 시계공이 실수로 떨어뜨린 부품처럼, Y염색체는 서서히 부서져 가루가 되었다. 여성들은 이제 홀로 남겨진 지구 위에서 자신들을 지탱해주던 그 '거칠고 무모하며 냄새나던' 반쪽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플라스틱 병 속에 갇힌 문명은 스스로를 거세했고, 인류는 그렇게 부드럽고 매끄러운 멸종의 길로 걸어 들어갔다. 그것은 비명 소리 하나 없는, 가장 우아하고도 비참한 종말이었다. 엘레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노을은 그 어느 때보다 붉었지만, 그 빛 아래로 지나가는 남성들의 그림자는 희미하기만 했다. 그들은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이미 사라진 별의 잔광과 같았다. 여성들의 왕국은 마침내 완성되었으나, 그곳에 남은 것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생물학적 허기와 차갑게 식어가는 유전자의 무덤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