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나사가 빠졌다.
막연히, 그냥 이유 없이 카카오톡을 탈퇴했다가 몇 시간 뒤 정신을 차리고 다시 가입해 복구를 시도하고 있다. 내 스스로가 왜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처음 진단으로부터 약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사실 진단이라고 해 보았자 "어떤 병입니다~" 하고 들은 것도 없었기 때문에, 딱히 내 행동 양상을 알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었다. 중간에 진단명이랍시고 부여받은 것이 딱 한 가지 있기는 한데, 그걸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겪고 있는 이 모든 증상들이 단순 신경증 종류가 아닌, 신경증 증상과 정신증 증상을 왔다갔다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그냥 단순히 말하자면 정신이 오락가락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는 처음 진단을 받았던 때부터 쭉 이 증상과 계속해서 맞서 싸우고 있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제정신이 아닌 때에 최대한 빠르게 제정신으로 돌아오려 노력하기,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제 밤,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잠시 정신상태가 삐걱댔던 모양이다. 그럴 때면 종종 내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일부러 자해하듯 끊어내거나 없애 버리곤 한다. 이런 일은 처음부터는 아니었지만, 성인이 되고 난 뒤부터 종종 있었던 일이다. 요즘은 타인과의 관계가 예전에 비해 무난하게 잘 굴러가고 있다고 느꼈던 모양인지,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의 연락 수단인 카카오톡을 탈퇴했었구나. 라고 짐작하고 있다. 물론 이것 또한 짐작이다. 그 뿐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잠시 나사가 나갔을 시점에는 그에 관한 기억이 없는 것조차도 아니다. 그저 조용히,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스스로가 원치 않는 일을 행하곤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 아주 커다란 자괴감을 느끼며 스스로를 질책한다. 그 후에 다시 내가 했던 행동을 급하게 수습해 나간다. 내가 이 일을 겪은지도 5년 남짓 되었지만 정말 골머리를 앓게 하는 증상이다. 행동 자체에 대해서는 익숙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뒤에 따라오는 이상하고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익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가, 지금도 상당히 마음이 복잡하다. 큰 일을 많이 겪었다고 해서 이런 비교적 작은 일에 대해 아무렇지 않아지는 것도 아니듯이. 그저 반사적인 반응이 좀 더 빨리 나오면서 비교적 많이 밍숭맹숭하고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식의 생각이 들 뿐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이 보기에는 아주 이상하고 의문밖에 되지 않는 행동들일 테지.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조금의 관심이라도 있는 사람이 우연히, 이 글을 볼 수 있을까 싶어서 프로필에 링크를 걸어 두었다. 누군가는 이걸 보고 평소에 의문을 품고 있던 내 행동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까지는 못하더라도 아, 얘가 이래서 그랬던 거구나. 하고 짐작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프로필 링크로 이 페이지를 걸어 둔 이유는 간단하다. 주변인이 내 이런 상태를 알고 이래서 그랬구나. 하는 이해를 바라기는 하지만, 대놓고 나 이래요. 라고 사람들에게 직접 말하기에는 뭐하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말 하지 않기에는 내 자신이 계속해서 이런 식의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 페이지를 발견한 사람은 대충이라도 이걸 읽고 '그렇구나.'로 치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 곳에 어느 정도까지의 깊은 이야기를 적어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것을 남에게 드러낸다는 것 자체가 듣는 이가 나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든 가지고 있지 않든 어찌 되었든 간에 결국은 내 약점을 알게 되는 꼴일 테고, 어느 정도로 약점을 적당히 드러내야 유사시에 내게 피해가 오지 않는 선에서 정보 전달만으로 끝날 지 잘 가늠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이라는 친구는 항상 달갑지 않은 존재이다. 물론 내가 아닌 다른 환자들의 경우에는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나타나는 증상 중 꽤 잦은 빈도의 증상이 내 스스로가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형태이다. 언제 어떻게 어디로 튈지 모르며, 때로는 내 안의 두 명의 내가 싸우는 듯한 느낌도 들 때가 있으며, 나 자신조차도 얘가 왜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들 만한 행동들을 보일 때가 많다. 어쩌면 내 자신이 그런 행동들을 내 의사로 행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나는 계속해서 자신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원하지는 않아도 스스로 반복하고 있는 걸. 그래서 나는 내가 보이는 이상행동의 양상들은 진정으로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믿고 있다. 어쩌면 이건 회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회피라도 하지 않으면 회피하지 않았을 때에 정신적으로 들어오는 데미지를 감당할 수가 없다. 이것은 직감이다. 나는 내가 더 무너지는 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 이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