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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23월_기도의 자유형으로

1.
‘은혜장로교회’는 오래된, 작은 교회였다. 그리고 미국 유학 시절, 나의 광야 교회였다. 미국에 입국한 첫 주부터, 한국으로 귀국할 때까지, 하나님은 5년 내내 ‘은혜장로교회’에서 나를 알처럼 품어 보호해 주셨다.
사진으로 전공을 바꾸며, 나는 자연스럽게 교회 공식(?) 사진가가 되었다. 내 임무는 매주 예배 풍경을 사진에 담아 교회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니, 나는 교회에서 사진 훈련을 받은 것 같다. 5년간 같은 장소, 같은 사람을 찍었는데, 거기에서 다르게 보려 애쓰고, 다르게 찍으려 힘쓰는, 사진가에게 가장 중요한 태도를 배운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다시 돌이켜 보니, 내 힘으로 매주 다르게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장소도 사람도 매주 같았지만, 신비롭게도 ‘예배’는 매주 달랐다. 사람이 만든 풍경은 별것 없지만, 성령님이 임재하시는 ‘예배’ 속에는 항상 다름과 새로움이 있었다. 똑같던 적이 없고, 지겨웠던 적이 없다.
나는 기도하는 사람, 기도 받는 사람 찍는 것을 특히 좋아했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기도하는 사람 찍는 것을 좋아했지, 기도하는 사진가는 아니었다. 특히 금요 기도회는 그 이름처럼 기도 중심의, 기도하는 시간이 긴 예배였다. 내 기도는 5분 정도면 끝났는데, 기도회는 한창이었고, 한참 남았다. 또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래서 그때 나는 내가 교회 공식(?) 사진가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슬그머니 사진기를 들고일어날 수 있었으니까.
나는 기도하는 분들을 찍는 게 이상하게 너무 좋았다. 기도하는 그 사람을 보면, 조금 전 나랑 얘기하던 그 사람이 맞나 싶었다. 기도하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되었고, 다른 기운이 그들을 둘렀다. 신비했다. 그렇게 나는 기도는 하지 않고 계속 이런 생각을 하며 기도하는 사람들을 찍었다.
“기도, 이건 도대체 뭐지?”
2.
악몽을 꾸었다. 이상하다. 원래 꿈을 잘 안 꾸는데. 눈뜨자마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런 기도를 드렸다.
기도의 영을 부어 주세요!
왜 이런 꿈을 꿨는지 알 수 없다. 원래 꿈은 그러니까. 아무튼 꿈에서 나는 바다에 빠져 있었다. 기도의 바다였다. 오해 마시길! 그 바다에 빠져서 좋았다는 게 아니라, 그래서 말 그대로 빠져 죽을 것 같았다는 이야기다. 구명조끼, 구명튜브, 모두 없다. 맨몸이다. 내 힘을 빼야 하고, 그래야 내가 물에 뜬다는 것을 아는데, 그 힘이, 내 힘으로 안 빠져 나는 빠져 죽게 생겼다. 그래서 눈뜨자마자 드린 ‘기도의 영을 부어 주세요!’라는 기도는, 살려 달라는 기도다. 내 힘으로 도저히, 죽어도 할 수 없음을, 기도 앞에서 기도로 외치게 된다.
왜 지금 나는 내가 좋아하는 말씀의 육지가 아닌 기도의 바다 빠져 있는가?
3.
원래 오늘 ‘시스루’ 사진은 이 사진이 아니었다. 사진을 셀렉하는데 문득 기도를 구경하던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요즘은 교회 공식 사진가로 활동도 안 할뿐더러, 기도 시간에 눈도 잘 감고 기도도 좀 하는 것 같은데, 왜 이런 나를 드러내신 걸까? 설마 아직 나는 아직도 기도를 구경하는 사람인가? 기도를 하지 않고, 여전히 기도를 생각하는 사람인가? 그래서 나를 기도의 바다에 빠뜨리신 걸까? 왜 이러시는걸까?
끙끙거리는데, 일단 여기가 내 바다라는 사실이, 슬프게도(!) 인정이 된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 바다에는 죽음이 없다는 믿음도 주시며 위로하신다.
기도의 영을 부어 주세요!
방법이 없다.
지금 몰라도, 이유 있으심을 믿는다.
저 바다에 누울 수 있는 은혜, 기도의 자유형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은혜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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