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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4월_관악산에서 만난 예수님?!

이제서야 지난 여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 마음이 힘들 때는 관악산이지
이번 여름은 여러모로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힘들 때, 걷잡을 수 없는 생각들이 마음을 휘저을 때마다, 스튜디오 근처 관악산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지난 여름 관악산 꼭대기 연주대에 올라, 그렇게 소용돌이치던 날들을 사진으로 인증했습니다. 사진 폴더를 찾아보니 열 번이 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헉헉대며 오르며, ‘주여’하며 숨을 쉬고 내뱉을 때, 그 헉헉거림 속에 형언할 수 없는 평안이 깃들었습니다. 그래서 기를 쓰고 오르고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 생수 같은 비비빅을 먹어요
여름보다 더 더웠던 9월 어느 날, 사랑하는 친구 안식과 함께 우리는 연주대를 향해 올랐습니다. 연주대 꼭대기에는 아이스크림 ‘비비빅’과 ‘스크류바’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그 모든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여러 개의 아이스박스에 담아, 지고 올라와 차린 작은 편의점(?)이 있습니다. 본 적은 없지만, 사장님이든 다른 전문가(?)이든 누군가가 이 모든 것을 지고 올라온 것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올라가 연주대에서 먹는 ‘비비빅’은 세상 최고의 맛입니다. 살 것 같습니다. 생수만큼 시원하고, 포도주만큼 답니다.
○ 관악산에서 예수님을 만나다?
그렇게 안식과 ‘비비빅’ 하나를 뚝딱하고 내려가다가, 드디어 처음으로 만난 겁니다. 이 모든 것을 이 꼭대기까지 지고 오시는 분을 말입니다. 잠시 앉아 쉬고 있는 그분의 뒷모습이 눈에 보였습니다. 정확히 말씀 드리면,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제 키보다 더 높은 짐 기둥(?)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놀라워, 망설이다가 다가가 기념사진을 함께 찍을 수 있는지 청했습니다. 왜 문득, 그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그 짐들이, 십자가의 세로축처럼 보이며 예수님이 생각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청에 그분은 환한 웃음으로 흔쾌히 응해 주셨습니다.
○ 같이 질게
90kg 가까이 되는 그 짐이, 그 에게는 삶의 십자가였습니다. 우리와 사진을 찍고 다시 연주대라 쓰인 푯대를 향해 올라가는 그분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온몸에 힘이 솟았습니다. 그 분은 저희에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지만, 주님은 제 마음에 선명하게 말씀해 주셨어요.
지금 같이 있어.
내가 같이 질게.
네 십자가 지어.
맥락없이 터지는 눈물.
생활은, 가끔 모든 것을 때려치고 싶은 마음의 충동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관악산에서 만난 예수님은, 그 충동을 이렇게 예상치 못한 시간과 장소, 그리고 방법으로 십자가에 매어 주셨습니다.
한동안, 이 사진은 제 컴 바탕화면이었습니다. 입이 다물어졌고, 평안해졌고, 동시에 힘을 주었습니다.
○ 크로스-포터(The Cross Porter)가 돼라!
그 분은 자신을 관악산의 짐꾼(포터 Porter)으로 소개했습니다! 귀에 '짐꾼-포터'가 확 들어와 박혔습니다. 포터의 본질은, 전하는 자이고 옮기는 자입니다. 십자가 지는 삶, 십자가 지는 자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저렇게 자신의 몸과 삶으로 십자가 복음과 생명을 전해야 할 곳으로, 옮겨 놓아야 할 곳으로, 전하고 옮기는 ‘크로스-포터 Cross-Porter’라는 것이 깨달아졌습니다.
그분과 헤어진 후 연주대 앞에서 기념 인증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찍었는데, 지금 이 사진을 다시 보니, 기쁜 마음으로 '크로스 –포터'가 되고 싶어 하는 제 모습이 보입니다.
네, 주님, 저도 주님처럼, 크로스 포터가 되고 싶습니다.
그 은혜를 입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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