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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5년 차, PM을 맡다
0. 초보 개발 PM의 고민과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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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초보 개발 PM의 고민과 성장

대학교 2학년 때, 나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프로그래밍을 30살까지만 해보고, 그래도 안되겠다 싶으면 다른 일을 할꺼야."
그때의 나는 프로그래밍을 업으로 삼을 확신이 없었다. 30살이라는 나이는 어린 나에게 커리어 전환의 마지노선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혹은 불행히도(!), 회사에 개발자로 입사해 5년여를 일하다 보니 깨달았다. 개발자로 일한다는 것은 단순히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덕분에 30살이 된 지금도 여전히 이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개발 PM을 맡아보지 않겠어요?


새로운 팀에서 1년 넘게 적응하며 일하던 어느 날, 팀 리더님이 내게 제안했다.
"개발 PM을 맡아줬으면 좋겠어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시 회사에서는 여러 팀과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신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었다. 목표는 5개월 뒤 서비스 런칭. 이를 위해 내부 업무를 조율하고, 진행 상황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했다.
팀 리더님은 개인의 장점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기회를 주는 분이었다.
워커홀릭이자 성장 지향적인 개발자에겐 신규 프로젝트 세팅을 맡기고,
사람을 좋아하고 기술에 관심 많은 개발자에겐 협업이 필요한 플랫폼 개발을 맡기며,
자동화를 좋아하는 개발자에겐 개발한 기술을 전파할 기회를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서 본 강점은 아마도 끝까지 마무리하는 책임감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때의 나는 너무 얼떨떨했다. 몇 번이나 팀 리더님께 되물었다.
"왜 저에게 개발 PM을 맡기셨나요?"
리더님은 나의 가능성을 믿었고, 더 큰 성장을 기대했다고 했다. 물론,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했고, 만약 프로젝트가 순조롭지 않다면 출시 일정을 조정하는 선택지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다소 느슨해진 상태였고, 개발 PM이라는 새로운 역할은 나에게 긴장감과 도전 의식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혹시… 나도 모르는 나의 가능성을 발견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 맡아본 개발 PM, 가장 어려웠던 순간


개발 PM이라는 역할을 맡으면서 동시에 프로젝트의 개발에도 참여해야 했다.
즉, PM과 개발자—두 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상황.
처음에는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금방 현실을 깨달았다.
PM으로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더 깊이 고민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다. 이로 인해 팀원들이 업무를 진행하는 데 오히려 병목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
업무 분배를 할 때, 맡긴 업무가 예상보다 더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 팀원이 조용히 그 짐을 홀로 감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때는 “내가 오히려 팀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다행히도, 좋은 팀워크 덕분에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만약 팀원들이 아니었다면, 이 프로젝트가 무사히 런칭될 수 있었을까? 고마운 팀원들은 내가 PM을 맡아주어 다행이라고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그럼 나는 개발 PM으로서 무슨 일을 했을까? 무엇을 잘했고, 무엇이 부족했을까?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가 보려 한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

얼마 전, 블라인드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개발 PM을 맡게 되었는데, 참고할 책이나 조언 있을까요?"
생각보다 나 같은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경험 많은 PM들의 조언도 분명 큰 도움이 되겠지만, 초보 개발 PM의 솔직하고 불안정한 이야기 역시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무도 읽지 않더라도, 이 기록은 내 젊은 날의 한 조각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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