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중 문구점에서 정말 멋진 스테이플러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와서 스테이플러라니. 올해가 다 끝나가지만 심 하나 쓴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인기가 다 식어버린 게임리스에 등장한 천재 신인을 발견한 마음으로 꼭 소개를 하고 싶었습니다.
Vaimo11은 MAX라는 업체에서 만든 정직한 디자인의 스테이플러 입니다. 절제된 곡면의 몸체와 조용히 손에 안착되는 두께감은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스테이플러 형태가 아닐까 하는 인상마저 들게 하지요.
무광처리된 ABS 표면은 손에 닿을 때 기분좋은 저항감을 줍니다. 너무 가볍지 않은 무게는, 이 스테이플러가 믿음직하게 동작할 것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것 같아요. 영리하게 필요한 부분에 소재를 적절히 분배해서 분명 느껴지는 무게에 비해 더 튼튼할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매력은 '찰칵'하는 소리와 감촉이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완결된 금속 부품들이 맞물리는 만족감이 이 물건을 구매하게 된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아마도 이 스테이플러를 쓰는 회사였다면 퇴사를 고민하다가도 한번쯤 더 고민했을거에요.
2,000엔짜리 피젯토이라면 비싸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건 심이 없어도 피젯토이로 쓸 수 있는 스테이플러 입니다.
물론 스테이플러 그 자체 기능으로도 인상적입니다. 스테이플러를 누를 때 힘이 고르게 분배되도록 했고, 고정된 심의 뒷면은 깔끔하게 납작해져 서류 더미가 가지런히 쌓이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심의 끝부분이 걸리지 않도록 미묘한 예각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그밖에도 섬세하게 신경 쓴 기능들이 많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전용 심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제품에 딸려오는 1,000개짜리 심 한박스를 평생 다 쓸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