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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하는사람들

2023.06.12
OAKPD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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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KPDNOW
모든 콘텐츠의 기본=글
글=서사=이야기=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
글->웹툰->영상
글을 제대로 구성할 수 있고 베스트셀러로 인정받으면 상방이 무한대로 열려있다
그 글의, 원작자의 주인이 되자
그러려면? "진정성"
자신의 열등감을 각색하라
그걸 용기내서 꺼내는 순간, 글의 진정성이 어마무시하게 드러난다
기승전결 없어도
그 자체로 고조되는 서사가 된다

ex)내가 가진 열등감
사는게 바빠 정말 잊고 살았지
근데 그걸 건드리는 어떤 사건이나 사람이 있네
정말 거슬린다. 티눈같은 놈. 뽑아버리고 싶네
그걸로 인해 생각나는 내 트라우마. 한번 훑어주고(플레이백)
참고 참다가 내 열등감을 폭발시키는 트리거 하나 빵!
시원하게 울면서 쏟아내고
내가 오랫동안 품어온 흉터와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격하게 화해한다
진정성= 나의 고유한 경험, 열등감, 상처, 수치심
그게 진정성의 원천이다.
진정성 있는 글=돈=결국 나의 IP가 된다
ex)같은 서사를 나머지 5인에게서 뽑아 낼 수 있을 것인가, 스스로의 열등감을 드러내려고 할까,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
2023.06.14
OAKPDNOW
여러분, 우린 모두 누군가 물어주기 전까지 영원히 발견되지 않는 미지의 영역을 갖고 있어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아의 일부가 마비된 상태에선 도통 알 방법이 없는 영역이죠. ‘연락이 끊어져서 가장 아쉬운 친구는 누구야?’ 혹은 ‘네가 가진 가장 오래된 강박은 뭐야?’ 같은 특이한 질문을 불쑥 받으면 그때부터 탐색하게 되죠. 늘 거기에 있었지만 평소엔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았던 내 안의 미지의 영역을요. 그래서 우리에겐 언제나 질문이 필요해요. 뻔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을 낯설게 보고, 당연하게만 여겼던 삶의 기본값들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그런 질문들이요.

그런 질문들을 여기 준비해봤어요. 매일매일 흔들리는 일터 위에서 내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 매어 줄 ‘축’과 같은 질문들이에요. 간단해 보이지만 대답하는 게 결코 쉽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끝까지 완주하고 나면, 아마 내가 다시 보일 거예요. 일터의 모습도 다시 보일 거고요. 어쩌면 1년 전의 저처럼, 여러분도 커리어의 변곡점을 찾게 될 지도 모르죠.

그럼 저와 함께 시작해볼까요? 내 손에 익은 가장 편안한 필기 수단을 준비해주세요. 노트와 연필도 좋고, 노트북 메모장 역시 좋습니다. 시간이 빠듯하다면 출퇴근 길에 휴대폰 메모장을 이용해도 좋아요. 앞으로 열흘, 우리의 목표는 올해가 가기전 마지막 질문까지 ‘완주’하는 것! 다들, 준비 되셨나요?


1. 당신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어떤 이유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선택하게 됐나요?
2. 당신은 당신의 일을 충분히 즐기고 있나요? Yes or No
(Yes) 당신의 일에서 가장 즐거운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No) 당신의 일이 전혀 즐겁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견디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3. 올해, 당신이 맡고 있는 일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4. 힘든 점을 개선하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었나요? 그것을 시도해본 적 있나요?
5. 올해 당신이 일터에서 겪은 많은 일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요? 그 사건 속에서 당신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6. 올해 함께 일하는 상사 혹은 동료를 보며 ‘저런 점을 꼭 닮고 싶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요? 그런 상사와 동료는 구체적으로 어떤 장점을 가진 직업인인가요?
7. 반대로 함께 일하는 상사와 동료를 보며 ‘절대 저렇게 되고 싶지 않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요? 그런 이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단점을 가지고 있나요?
8. 남들은 힘들어하지만, 나는 쉽게 느끼는 일이 있나요? 당신은 그 일에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나요?
9. 그 커리어적 장점을 직업적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10. 지금까지 당신이 커리어적으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선택은 무엇인가요?
11. 일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어떻게 휴식하나요? 어떤 시간을 보낼 때 가장 제대로 충전됐다고 느끼나요?
12. 퇴근길 발걸음이 유독 가벼울 땐, 주로 어떤 때인가요?
13. 누군가 당신의 커리어를 ‘리셋’할 기회를 준다면, 어떻게 방향을 전환하고 싶나요?
14. 당신이 꿈꾸는 직종, 회사로의 이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면,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1) 타 회사와 명확하게 차별화되는 커리어적 성취
(2) 높은 연봉과 사내 복지
(3) 협업에 최적화된 팀원들과의 팀워크 시너지
(4) 업무 능력의 비약적 성장 기회
15. 사이드 프로젝트 혹은 부업을 하고 있나요?
(YES)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인가요?
(NO) 지금 하고 있진 않지만, 해보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요?
16. 1년 후와 3년 후, 당신은 어떤 자리에서 어떤 모습으로 일하고 있을 것 같나요?
17. 5년 후와 10년 후에도 당신은 여전히 이 일을 하고 있을까요?
18. 그렇다면 or 그렇지 않다면 이유는 뭘까요?
19. 당신이 상상하는(꿈꾸는) 당신의 ‘커리어 하이(커리어적인 정점)’는 어떤 모습인가요?
20. 일하는 ‘나’를 위해 되새기는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21. 누군가 ‘왜 일하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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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이 있는 대화는 이토록 무아지경으로 즐겁구나. 물음표를 넘겨받아 마침표로 달려가는 여정 속에서,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되는구나. 대답을 발굴하는 과정 속에서, 내 경계를 더 확장하게 되는구나.’

Q. 누군가 ‘왜 일하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 같아요?
A. 저는 직업이란 우리 자신을 구성하는 가장 대표적인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만난 사이에 이름 석 자를 묻고 바로 따라붙는 질문이 ‘무슨 일을 하시나요?’이듯, 우리는 매일 ‘무엇인가’를 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좋든 싫든 ‘무언가’가 되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하는 일이 곧 존재로서의 ‘우리 자신’을 만드니까요.
그래서 답은 간단한데요. 결국은 ‘가장 나다운 내가 되기 위해’ 일을 하는 거 같아요.
잘할 수 있는 일로 충분히 인정받을 때, 그 결과가 미약하게나마 세상의 일부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때, 저는 ‘아, 나는 있어야 할 자리에 있구나’ 하는 충만함을 느껴요.
그럴 때, 가장 나답다고 느끼고요. 제 콘텐츠를 읽는 독자들은 누구나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커리어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거예요.

Q. 일하는 나를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A. 기자가 되고 나서 들었던 선배의 말 중 가장 인상적 한마디가 있어요. ‘80%만 쓸 수 있다 해도, 150% 이상 취재하라.’
누군가에겐 판에 박은 듯한 훈계일 수 있었겠지만, 저는 그 말이 일을 해 나가는 데 항상 나침반이 되어줬던 거 같아요.
150%를 준비해 놔도, 여러가지 현실적 제약과 여건상 80%는커녕 50%도 못 쓰는 경우가 정말 많았거든요.
저는 그렇게 남겨진 70%~100%의 여분이 결코 ‘버려지는 노력’이 아님을, 연차가 쌓이며 알게 됐어요.
더 많이 알게 될 수록 어젠다를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취재 대상이 보여주는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예민한 감각이 키워진 거 같아요.
주어진 일의 몫이 열 걸음이라면, 항상 거기서 세네 걸음은 더 나아가 보는 게 습관이 되니 배우는 폭 역시 넓어졌고요.
쓰다 보니 너무 뻔한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모든 탁월함은 결국 ‘기본’의 기반 위에서 연마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법같이 경로를 단축해주는 지름길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한국일보 박지윤기자
hankookilbo.com
커리어 길라잡이, 커리업 - 올해의 마지막 미션이 도착했습니다! 셀프 커리어 인터뷰
여러분, 올해 마지막 커리업 뉴스레터가 발송되는 오늘의 날짜는 12월 21일, 2022년이 딱 열흘밖에 남지 않았어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저는 일터에서 보낸 한 해를 회상하며 감정의 잔고가 들쭉날쭉해져요.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꾸역꾸역 쌓아 올린 성취들을 보면 마냥 부자가 된 것 같았다가도, 끝내 스스로를 지키지 못해 상처받았던 순간들과 올해 안엔 영영 이룰 수 없게 된 몇몇의 다짐들을 떠올려보면 문득 마음이 가난해지기도 합니다. 벅차게 뿌듯하지만 또 마냥 뿌듯하지는 않고, 불현듯 의기소침해지지만 또 하염없이 의기소침해지진 않아요. 그래서 냉탕이라는 거냐, 온탕이라는 거냐,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요? 맞아요. 어쩌면 냉탕과 온탕을 쉬지 않고 번갈아 오가는 상태가 곧 일터에서의 ‘디폴트값’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찬물과 더운물을 하도 연달아 뒤집어쓰는 바람에 피부가 제대로 두꺼워질 때쯤이 되면, 비로소 1인분의 자릿값을 제대로 하는 직업인이 되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들고요. 일이란 건 늘 그렇잖아요. 환희를 주는 동시에 좌절도 주고, 짜릿함을 주는 동시에 지루함도 주는, 정말이지 내 맘 같지 않은 상대.
2023.06.25
2023.06.26
OAKPDNOW
💭 '글쓰기가 어렵다'는 말은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1.
종종 ‘글쓰기는 너무 어렵다'거나 ‘글을 잘 못 쓰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조금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이 말들은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2.
대체로 사람들은 글쓰기를 따로 떼어내어 그 자체를 하나의 완결된 행위나 스킬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단계적으로 나눠서 생각해보면, 글쓰기는 1) 그저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2) ‘글'이라는 형태로 전환하는 행위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그래서 사람들은 이 프로세스의 말단에 있는 글쓰기 그 자체를 어렵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정말로 어려운 건 ‘생각하는 것'일 수 있다.
4.
관련해서 한 심리학자는 비슷한 말을 하기도 했다. “생각하는 것은 (진짜)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단하려고만 하죠"라고.
5.
즉, 정말로 어려운 건 글쓰기가 아니라, 1) 명확하게 생각하는 것, 2)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타당한 논거를 찾는 것, 3) 그리고 이를 글이라는 형태로 타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엮는 것일 수 있는데..
6.
안타깝게도,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안다고 해서, 글쓰기 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맞춤법을 잘 지킨다고 해서, 단문을 쓴다고 해서, 이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는다.
7.
따라서 글을 잘 쓰기 위해 글쓰기 강연을 듣거나 관련한 책을 읽는 건 너무나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생각하는 연습’, ‘삶에서 논거를 수집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꽤나 중요할 수 있다.
8.
생각이 명확하지 않고, 근거 또한 부족한 상태에서 글을 쓰면 당연히 글이 잘 안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 반대로, 생각이 명료하고, 근거가 탄탄할수록 글을 쓰기는 당연히 더 쉽기 마련이고.
9.
따라서 글을 잘 쓰려면, 자신만의 오리지널한 생각을 가지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논거를 잘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사실 이건 글쓰기 수업을 듣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
10.
수업이야 뭐 그냥 들으면 되지만,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고민을 해야 하고, 논거를 탄탄하고 풍부하게 구성하려면 꽤나 열심히 자료를 수집해야 하니까.
11.
그런 의미에서 글을 쓴다는 건 그 자체로 '좀 더 명료하게 생각하는 과정'일 수 있다.
12.
예를 들어, 멤버십 아티클을 쓰다 보면 보통 1만 자가 넘어가고, 때로는 2만 자가 넘어갈 때도 있는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평소에 머릿속에 몇 만 자의 연결된 생각들을 넣고 다니는 게 아니라서, 결국에는 글을 쓰면서 그 생각들을 뇌밖으로 쏟아내고 그걸 정리하고 또 다듬는다고 볼 수 있는 셈.
13.
바꿔 말하면, 사람들은 글쓰기를 그저 글을 쓰는 행위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글을 쓰는 그 시간 동안에 생각을 하면서 이를 문자로 실시간으로 전환하는 과정일 수 있다.
14.
그렇기에 그 사람이 쓴 글에는 그 사람이 가진 생각의 수준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거고.
15.
그런 의미에서, '글을 쓴다'는 건 다른 일을 했다면 몇 분 안 되어서 휘발되어버릴 생각들을, 묵묵히 의자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버텨내면서 이를 끈질기게 활자로 정리해내는 작업, 그리고 그렇게 토해낸 생각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다 잘 전달하기 위해 다듬고 편집하고 하나의 완결된 형태로 직조해내는 과정일 수 있다.
16.
그렇기에 글을 쓰는 연습을 한다는 건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 것일 수 있고, 글을 잘 쓴다는 건 자신의 생각과 감정과 경험과 기억을 다른 사람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는 형태로 가다듬는다는 것을 의미일 수도 있겠지.
17.
고로, 인정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으나, 결국 글을 쓴다는 건, 글쓰기 연습을 한다는 건,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도움이 되는 꽤나 자기 혁신적인 활동일 수 있는데..
18.
잘 모르지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 자기 혁신적인 활동의 가치는 잘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달까? 아니, 오히려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인공지능에 자신의 생각을 맡기는 사람이 늘어날 수도 있어서, 어쩌면 글 쓰는 역량을 가진 사람의 가치는 더 올라갈지도 모르지. 무튼 나 화이팅!

출처 : 프로젝트 썸원(somewon)
2023.07.10
OAKPDNOW
1.
당신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하나의 이야기로서 누군가에게 말할 필요가 있는데, 이때의 이야기는 미래를 담는 그릇을 품고 있다. 우리가 말하는 과거의 이야기는 스스로 바라는 남은 삶의 방식을 지시한다."
제현주 <일하는 마음>
2.
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선택하게 되셨나요?
"한 가지 일에서 무조건 몰입감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지극히 소수다. 나이의 적고 많음과 상관없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난다. 내가 선택했던 전략은 싫어하는 것을 하나씩 피하는 것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대안 중에 절대적으로 싫은 것을 피해가며 살아왔다. 그렇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조합이 무엇인지 조금씩 뚜렷해졌다. 그 조합이 하나의 변치 않는 정답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제현주 <내리막세상에서일하는노마드를위한안내서>
3. 어떻게 그토록 오래 꾸준히 일을 할 수 있었나요?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의 저자 김민철 작가는 ‘어떻게 그토록 오래 꾸준히 일을 할 수 있었냐’는 독자의 질문에 항상 이렇게 답한다고 해요. “일이 안겨주는 좌절감에 잡아 먹히지 않겠다는 다짐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일이 주는 성취감과 기쁨에 과하게 도취되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크게 실망하지도 유난스럽게 기뻐하지도 않는 ‘항상성’이 중요하다.” 일에 몰두하는 것을 넘어서, 일에 중독돼 버린 사람은 삶을 지탱하는 여러 기둥을 자기 손으로 무너뜨리고, 오직 일이라는 기둥 하나 위에서 위태로운 곡예를 하다가 끝내 무너져요. 그때쯤엔 ‘그저 쉬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정신적 붕괴가 찾아온 이후죠. 이 대목을 읽으며 저는 책상 앞에 새로운 포스트잇을 붙여봤어요. ‘새해엔 일 과몰입을 주의하자!’
“얼마 전 회사 동료와 술을 마시다가 오래 일하는 비결은 ‘꾸역 꾸역'하는 거라는 이야기에 한참을 깔깔거리며 웃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이고 성별도 같은 그 동료가 이르기를, 20대 후반의 여자 후배 하나가 어떻게 하면 오래 일할 수 있느냐. 특별한 기술이 없어서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라고 했고, 거기에 그냥 꾸역꾸역 하면 된다"라고 답했다는 거였다. "하다 보면 치사하고 더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거야.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고. 그럴 때 깊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꾸역꾸역 하면 돼." 지금까지도 과연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 툭하면 의심에 빠져드는 나에게도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의심이 들 때 면 그냥 머리를 파묻고 꾸역꾸역하면 된다."
제현주 <일하는 마음>
4. 당신이 맡고 있는 일에서 지금까지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많은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일하기 싫다’고 말하지만, 싫은 것은 대개 일 자체라기보다 일이 놓인 조건이다. 그저 싫다, 괴롭다 토로하는 대신 정확히 어떤 부분이 싫은지 구체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거기서부터 무엇이든 하나씩 지금과는 ‘다르게’ 해보아야 비로소 실마리가 드러난다."
제현주 <내리막세상에서일하는노마드를위한안내서>
5. 그 뻔하고 힘든점을 개선하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었나요? 그것을 시도해본 적이 있었나요?
6. 당신이 일터에서 겪은 많은 일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요? 그 사건 속에서 당신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나요?
"나는 지난 경험을 과거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고쳐 쓰곤(혹은 말하곤) 한다. 이야기를 갱신하는 순간들은 다른 그릇에 미래를 담길 바라는 욕망이 떠오를 때(혹은 그러지 않을 수 없을 때)다. 갱신된 이야기가 과거에 썼던 이야기를 배반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 속 재료들은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로 조합될 수 있고, 과거에 썼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새로운 이야기의 재료가 된다. 이야기의 세계는 언제나 움직이고, 거기에서 의미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아직 우리가 그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것만이 있을 뿐."
제현주<일하는 마음>
‘직접 자신의 서사를 쓸 줄 아는 사람이 되면, 다가오는 미래 역시 원하는 그릇에 담을 수 있다’는 이 구절에서, 저는 제 일기장에 적혀 있던 이야기들을 떠올렸어요. 당시엔 의미없는 삽질처럼 보였던 방황들도, 제가 만든 이야기의 세계에선 나아갈 길에 대한 실마리가 되어주곤 했거든요. 그게 불안으로 가득했던 저를 나아가게 했고요.
7. 함께 일하는 상사 혹은 동료를 보며 ‘저런 점을 꼭 닮고 싶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요?
8. 함께 일하는 상사와 동료를 보며 ‘절대 저렇게 되고 싶지 않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요? 그런 이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단점을 가지고 있나요?
9. 지금까지 당신이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터닝 포인트가 된 선택은 무엇인가요?
10. 반대로 '아.. 이건 그때는 잘 몰랐다.'고 생각한 아쉬웠던 선택은?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이 처음부터 역량을 발휘하고 인정 받으셨던 건 아니고..시간과 노력이 뒷받침되었으며 '터닝 포인트'가 된 자신만의 무기가 분명 있으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갑자기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시점, 어떤 '사건'이 촉발되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되었는지,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주시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인터뷰이들의 치밀한 준비, 기회를 잡는 대담함 등이 있었는지 그런 것이 궁금합니다. 각자 터닝포인트에 대한 스토리가 다양할 듯 합니다.
10. 남들은 힘들어하지만, 나는 쉽게 느끼는 일이 있나요? 당신은 그 일에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나요?
꾸준함, 남다른 시선, 몰입, 태도, 타인을 돕는 일 등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터닝 포인트가 된 당신만의 강점(무기)
11. 인터뷰이도 슬럼프를 겪으셨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사방에서 빨간불이 켜진 것처럼 멈추라는 신호를 받은 적이 있는지, 그 신호에 따라 어떻게 멈추고 어떤 쉼표의 시간을 가졌는지 궁금합니다.
이처럼 일에서 슬럼프가 왔을때는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일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어떻게 휴식하나요? 어떤 시간을 보낼 때 가장 제대로 충전 됐다고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12. 내가 무엇을 하면 가장 설레이고 행복한지 알고 있나요? 당신의 커리어 하이(정점)은 어떤 모습인가요?
달리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30분 정도 지나면 상쾌한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기분도 좋아져 언제까지라도 계속 달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고 하는데요. 이런 기분에 대해 "하늘을 나는 것 같다"고 하고, "꽃밭을 걷고 있는 기분"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기분을 스포츠의학 용어로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우리 일도 커리어의 정점일 때 이런 러너스 하이를 느끼지 않을까 싶거든요. 이미 '커리어 하이' 를 경험해봤다고 하신다면 그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봐도 좋을 거 같고요.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면 '커리어 하이'가 어떤 모습일 거라 상상하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13. 사람마다 각기 잘하는 것 한 가지는 꼭 있다고 하는데요.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발견하고 거기에 몰입한 분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인터뷰이들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14. ‘나’를 위해 되새기는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15. 누군가 ‘왜 일하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 같아요?
16. 10년후에도 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요?
17. 대중의 지지, 외부의 인정을 받은 지금, 당신에게 남은 숙제같은 질문이 있나요?

💡
GQ 매거진 편집장으로 유명했던 이충걸 님의 경우 인터뷰이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 인터뷰어의 마음에 비친 상을 전하기 때문에 그의 인터뷰를 사람들이 좋아했다고 하는데요.
피디님도 그러실 거라 기대가 됩니다.
<박지윤기자의 인터뷰 조언>
질문 준비
두번 정도는 만난다.는 원칙
녹취 : 클로바

-네네 그리고 저는 인터뷰하는 자리에서도 그때그때의 단상을 메모를 많이 해둡니다!
-처음에 받은 인상이 나중에 가장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날의 느낌이나 냄새, 사람의 색깔 같은 이미지 시각화
-얼개 짜는 것 보다 글로 써내는 게 어려운 거 같아요. 문장을 만드는 게 어렵더라구요 ㅠㅠㅠ 욕심이 앞서서...

녹취 풀어내기 : 클로바 녹취 저장된 거 텍스트 보면서 녹취된거 들으면서 수정한다.
-비문, 인터뷰이 습관 등 녹취 수정하며
-중간중간 아이디어 생각나면 코멘트로 달아둔다.
취재한거 들어보고 재조립, 스토리 구상해서
서술한다
-강력한, 눈길끄는 에피소드 부터 시작 ->구상한 스토리 흐름에 맞게 쓰다가->플래시 백->다시 현재로 등 자유자재로
-시점과 시간을 오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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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2023.07.23
OAKPDNOW
우붓 명상센터 워크숍에서 들은 노래 가사.

나는 빛이다
나는 우리 가족의 과거가 아니다
나는 내 머릿속의 목소리가 아니다
나는 내면의 부서진 조각이 아니다

나는 빛이다
나는 내가 저지른 실수가 아니다
나에게 고통을 주었던 것들이 아니다
나는 내가 두고 온 꿈의 조각이 아니다
나는 빛이다
나는 내 눈의 색깔이 아니다
나는 내 겉의 피부가 아니다
나는 내 국적이 아니다, 내 안의 영혼의 모두 빛이다
나는 빛이다
나는 정의된 신서으 내면의 신
나는 별
모든 것의 한 조각
나는 빛이다
2023.11.16
OAKPDNOW
민주킴 : 사랑하고 꿈꾸고 용감해져라, 패션으로 마음을 디자인하라
민주킴MINJUKIM 이라고 들어봤어? 지금 가장 주목받는 패션 디자이너야. 넷플릭스의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넥스트 인 패션Next in Fashion>과 H&M 디자인 어워드에서 우승하고, LVMH 영 디자이너 프라이즈에서 준우승했어. 방탄소년단, 레드벨벳의 무대 의상을 만들기도 했고 말야.
민주킴의 옷은 화사하고 따뜻해. 볼륨이 풍성하게 들어간 점퍼엔 화창한 하늘과 뭉게구름이 피어있어. 하얀 퍼프 셔츠엔 오색 나팔꽃이 도트 프린트 돼 있지.
덕분에 민주킴은 여성 팬덤의 지지를 한몸에 받는 중이야. 2022년 H&M의 패션 브랜드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와 협업한 컬렉션은, 오픈 2시간 만에 매진됐지. 패션업계에서 가장 핫한 그를, 김포그니 호프앤피스 저널리스트가 만나고 왔어.
김포그니 호프 앤 피스(H.P) 저널리스트
“기본이 서야, 재미도 볼 수 있죠(Fundamentals are the building blocks of fun).” 영화 「업타운 걸스Uptown Girls」에서 주인공 레이가 한 말입니다. ‘진정한 천재성은 성실한 학습에서 비로소 발현된다’는 뜻입니다.
이 대사처럼 탄탄한 기본기로 천재성을 그려온 이가 있습니다. 패션 디자이너 ‘민주킴’입니다. 그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입어봤던 이들은 입 모아 말해요.
“어떤 일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밝은 에너지를 입은 느낌이에요.”
재봉의 천재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기본기를 다진 그는, 패션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시즌마다 독특한 서사가 담긴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의 옷은 경계 없는 캔버스이자, 희망을 전하는 메신저로 보입니다.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넘어선, 한 예술가로서의 그가 궁금해졌습니다.
Chapter 1. 민주, 이게 진짜 너야?
조용하고, 소심하고, 눈에 안 띄는 학생. 어린 민주킴은 친구 한명 없었어요. 온종일 그림 그리기에만 몰두했죠. 순정만화 속 소공녀처럼 큰 눈망울의 캐릭터를 스케치북 가득 채웠어요. 예쁘고 사랑 받는 ‘상상 속의 나’였죠.
만화가를 꿈꿨지만 재능은 없었어요. 사생대회에서 간신히 장려상 받는 정도. 딸의 장래가 걱정됐던 어머니는, 뉴질랜드로 유학을 보냅니다. 중고등학교 내내 영어를 배워야 했죠.
스무살, 털실처럼 얇아진 예술의 끈을 민주킴이 다시 붙잡습니다. 디자인전문학교 ‘삼성디자인교육원SADI’에 들어갔어요. 상상력을 팔레트 삼아 그려낸 옷을, 누군가 입는다는 게 짜릿했어요.
패션을 좀 더 배워볼까 싶어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에 지원합니다. 20점 만점에 11점. 턱걸이로 겨우 합격했죠.
벨기에 안트베르펜에 위치한 사립 대학.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 런던 센트럴세인트마틴과 함께 세계 3대 패션학교로 불린다.
민주킴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림에 재능은 없었지만, 좋아하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시기”라고 말했다. 그림을 꾸준히 그렸기에, 패션 디자인에 발들일 수 있었다. ⓒ앤아더스토리즈
만화적 상상력으로 현실을 위로할래
학교는 ‘천재들의 소굴’ 같았답니다. 민주킴은 이들 사이에서 ‘뭘 표현해야 할지’ 몰랐어요. 1학년 땐 옷에 온갖 화려하고 독특한 장식을 넣었더니, 교수가 한마디 했죠. “지금 H&M 디자인하니? 네 작품에 민주킴이 어디 있니?”
“앤트워프는 예술적, 독창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학교예요. 나만의 철학을 끄집어내야 개성있는 결과물이 나온다고 가르쳤죠. 전 평생 나라는 사람이 누군지, 뭘 원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교수님들은 늘 저를 탈락감으로 여기셨죠.”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한 민주킴은, 모든 질책을 배움으로 여겼습니다. 그때부터 ‘나다움’에 대해 찾아나섭니다. 특별히 잘하는 게 없어 주눅들었던 어린 시절, ‘만화 속 주인공’처럼 주목받고 싶었던 꿈이 떠올랐죠.
민주킴은 생각합니다. ‘나처럼 좌절하는 여성들에게 용기를 줘야겠다’고. 패션으로 그 마음을 표현하겠다고 다짐했죠. 어릴적 좋아하던 만화나 영화, 옛날 사진을 꺼내보며 옷을 디자인하기 시작합니다.
대학교 3학년 시절, 민주킴은 H&M 디자인 어워드에 덜컥 우승합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교수도, 동기들도 놀랐어요. 우승 컬렉션 ‘디어 마이 프렌드Dear My Friend
’를, 전 세계 13개국 H&M 매장에 한정 판매할 기회도 얻었죠.
*민주킴이 직접 스케치한 캐릭터를 ‘친구Friend’라고 정의했다.
H&M은 민주킴의 동화적인 상상력을 높이 샀어요. 둥근 실루엣의 검은 양털 망토, 과장된 곡선의 무거운 니트, 몬스터의 양손이 몸을 감싸는 듯한 털달린 아이보리색 크롭티까지. 전부 민주킴이 상상해 그려낸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만화와 비디오 게임, 귀여운 인형을 보며 ‘행복감’을 느끼는 나. 그게 진짜 내 모습이더라고요. 만화 속 비현실적인 색채와 실루엣을 옷에 녹였어요. 그 뒤론 패션이 어렵지 않게 느껴졌죠. 예쁘다, 못생겼다는 말 대신 ‘너답다’는 말을 듣기 시작했거든요.”
민주킴이 2013 H&M 디자인 어워드에서 공개한 컬렉션, ‘디어 마이 프렌드’. 민주킴이 평소 좋아하던 만화책에서 영감을 받아, 만화 속 상상력과 캐릭터 실루엣을 표현했다. ⓒH&M
Chapter 2. ‘너무 갔나’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한다
자신감이 붙자, 민주킴은 패션 브랜드를 냅니다. 201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민주킴’을 론칭했죠. 영국 런던의 단칸방에 사무실을 두고, 친언니와 함께 시작했어요.
브랜드를 운영하는 건 디자인과는 또 다른 일이었어요. 매 시즌 컬렉션으로 수십 벌의 의상을 선보여야 했죠. 게다가 사람들이 ‘입고 싶다’고 느낄 만큼 실용적이고, 부담이 덜해야 했어요. 상업성과 창의성을 모두 챙겨야 했죠.
“언니는 제게 늘 일러뒀어요. ‘책임지는 어른’이 되라고요. 성실해야 하는 건 당연, 셔츠 한 장에도 민주킴다움을 집어넣으라 했죠. 매 컬렉션마다 스케치만 100~150장을 작업했어요. 이건 공모전이나 친구들끼리의 프로젝트 수준이 아니었어요. 내 색깔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사업’이었죠.”
민주킴을 발견한 건 K팝 업계였습니다. 당시 SM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그를 찾았어요. 그룹 레드벨벳의 미니앨범 뮤직비디오와 컬렉션, 전시회의 비주얼 디렉팅을 맡겼죠.
“소녀가 가진 판타지를 보여주는 레드벨벳과 저의 세계관이 딱 맞아 떨어졌어요. 주황, 연분홍, 노랑, 빨강처럼 강렬한 이미지를 쓸 수 있었죠. 생각해보면 기회라는 건, 저만의 개성을 ‘최대한으로’ 보여줬을 때서야 주어지는 것 같아요. ‘이거 너무 갔나?’ 싶을 만큼 작업해보는 거죠.”
민주킴은 2015년 런던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했다. 사람들은 민주킴을 ‘발랄함’, ‘따스함’, ‘기분 좋음’을 주는 패션 브랜드라 불렀다. ⓒ민주킴
커피한약방부터 보안여관까지, ‘뒷골목 서울’을 보여주다
2017년, 민주킴은 돌연 한국에 돌아옵니다. “고국에서 사랑받는 브랜드가 오래 간다”는 스승 정구호 감독의 조언이 계기였어요.
“사람들은 유학 간 디자이너들에게 거는 기대가 커요. ‘왜 돌아와? 세계로 뻗어나가서 더 유명해져’라고 하죠. 하지만 디자이너 브랜드가 자국인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다른 데 가서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에 온 민주킴은 파격 행보를 보였습니다. 2017 서울패션위크의 오프쇼*에선, 을지로의 ‘커피한약방’에서 컬렉션을 열었죠. 개화기 스타일의 카페로 유명한 곳이에요. 오래된 나전칠기 자개장을 배경으로 옷을 전시했죠. 온돌방의 푹신한 이불을 연상케하는 누빔 소재의 코트가 장안의 화제였어요. *패션위크의 주요 현장에서 벗어나, 디자이너가 임의로 정한 공간을 무대로 연출하는 쇼 프로그램.
“외국인이라면 서울에 와서 뭘 보고 싶을까, 가 기획의 시작이었어요. 화려한 DDP도 좋지만, 골목에 숨은 작은 카페에서 서울의 정취를 더 깊이 느낄 것 같았죠. 저라도 해외 여행 가면, 현지인들이 가는 맛집이나 카페에 갈 것 같았거든요.”
2018 S/S 컬렉션은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열렸어요. 서정주, 김동리 같은 근현대 시인의 아지트였던 곳이죠. 컬렉션은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가 시로 묘사한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푸르스름한 연못부터 휘날리는 벚꽃 그림을 드레스에 담았죠.
의외의 장소에 초대받은 패션 전문가와 기자들은 극찬했어요. 보그Vogue의 한 기자는 ‘택시를 타고 와서, 골목을 찾아 들어가는 경험이 새로웠다’고 평가했죠.
한국에 온 민주킴은, 서울패션위크 때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품은 공간에서 컬렉션을 오픈했다. ⓒ민주킴
Chapter 3. 한계를 극복하는 주인공, 옷에서 살아 숨쉬다
민주킴의 모든 컬렉션엔 ‘세계관’이 있습니다.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부터 잔 다르크Jeanne d’Arc, 뮤지컬 「위키드Wicked!」의 마녀, 바리공주까지 등장하죠. 모두 민주킴이 좋아하는 위인이나 영화, 설화 속 인물이에요.
공통점이 있어요. 한계를 용감하게 극복하는 여성들이에요. 편견과 차별, 비난 속에서 고통 받지만, 결국 이겨냅니다.
2020 F/W 시즌에 선보인 ‘밤의 기사Knight of Night’ 컬렉션을 볼까요. 잔 다르크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스웻셔츠의 일러스트엔 검에 감긴 장미꽃, 칼을 든 채 잠든 소녀가 담겨 있어요. 흰색 롱코트는 잔 다르크의 갑옷을 상징하고, 연한 핏빛이 감도는 레이스 원피스는 잔 다르크의 부드러움과 용맹함을 동시에 연출하죠.
한국 바리데기 신화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2022 F/W에선 바리공주*가 사후세계를 넘나드는 장면을 옷에 표현했어요. 저승사자의 의복을 연상케하는 검정 투피스, 뿌연 안개를 모티브로 만든 한복 실루엣의 시폰 원피스가 인상적입니다.
*작은 왕국의 일곱 번째 딸인 바리는, 아들이 아닌 딸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몰래 버려졌다. 하지만 아버지 왕이 중병에 걸리자, 바리는 사후세계를 넘나들며 명약을 구해다준다.
민주킴은 이야기가 치유의 힘을 가졌다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 ‘덩치 큰 아이’로 불려 위축됐던 그였어요. 유일하게 자신감을 얻곤 했던 순간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읽었을 때였습니다.
“저는 패션이 단순히 옷입는 행위를 넘어선다고 생각해요. 제가 옷에 ‘희망’을 담으려 하면, 입는 사람도 저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거라 믿죠. 왠지 모르게 좀 더 당당해지고, 자신감을 얻는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민주킴은 매 컬렉션에 서사를 입힌다. 사진은 2022년 공개한 ‘바리공주’ 컬렉션. 전통 설화 속 공주의 순수함, 용감함을 표현했다. ⓒ민주킴
옷은 가장 사적인 일기가 되어야 한다
민주킴의 또 다른 아이디어의 원천은 일기장입니다. 즐거운 기억부터 쓰라린 실패까지 담긴, ‘지극히 사적인 서사’를 꼼꼼히 읽고 옷으로 표현하죠. 2019 S/S ‘클라우드라이크 피크닉Cloudlike Picnic’을 볼까요. 언젠가 소풍에서 올려다 본 구름을 생각하며, 하늘하늘한 레이스 원피스를 만들었어요.
2017 F/W ‘블랙 일루전Black illusion’은 악몽을 자주 꾸던 시기를 떠올렸어요. 몸을 지켜줄 옷이 필요하단 생각에, 담요를 연상케하는 베이지색 오버사이즈 코트를 내놓았죠.
“모든 컬렉션은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출발해요. 나 이런 이야기를 겪었는데, 너희들도 이런 적 있지? 하고 말 거는 거죠. 한 시즌에 50~60개를 드로잉하는 고된 작업 속에서 ‘이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면, 스케치하고 재봉하고 마감하는 모든 시간이 아깝지 않아요.”
2017 F/W 컬렉션 Black illusion의 일부 의상. 스트레스로 악몽을 꾸던 시기, 몸을 보호할 포근한 옷을 표현했다. ⓒ민주킴
Chapter 4. 치열한 경쟁 무대, 자기다움을 꺼내다
“유명해지고 싶어서 나갔다.” 민주킴이 2020년 넷플릭스 ‘넥스트 인 패션’에서 우승한 뒤, 언론에 밝힌 소감입니다. 계속해서 자신을 증명하지 않으면, 언젠가 잊히고 말 거라면서요. 17명의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25만 달러(약 3억3200만원)를 거머쥔 사람 치곤 절박해 보였죠.
“디자이너가 아무리 독창적인 옷을 만들고 싶어도, 돈이 없으면 어렵다고 생각해요. 제가 누군지, 어떤 옷을 만드는 사람인지 알릴 기회가 있으면 가리지 않고 참여하고 있어요.”
옷 구상부터 제작, 마감까지. 「넥스트 인 패션」은 열 번의 미션에서, 디자이너의 ‘모든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무대였어요. 민주킴은 되려 자신 있었다고 합니다. SADI에서 배운 기본기, 앤트워프에서 배운 겸손한 자세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30분 만에 디자인 정하기, 네 시간 만에 남성복 만들기... 급박하게 몰아치는 과제에 참가자들은 진땀을 뺐어요. 손가락에 쥐가 나거나, 앉은 자리에서 패닉이 오기도 했죠. 그런데 민주킴은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늘 웃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연달아 받으니까 괴롭죠.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요. 그래도 힘들수록 웃는 편이에요. 유머러스한 부분을 발견하려고 노력하죠. 틈틈이 웃긴 장면을 상상하면서, 우울해질 필요 없다고 스스로 되뇌였어요.”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것도 비결이었다고 해요. 긴장될수록 ‘내가 만들고 싶은 옷’에만 몰두했죠.
“초조하고 불안하다고 남의 작업만 보고 있으면, 스스로 크게 위축돼요. 경쟁 무대에선 여유를 찾는 게 중요한데, ‘내가 지금 뭘 만들고 싶지?’에만 집중하다 보면 잡스러운 생각은 잊혀져요. 그러다 보면 주변 친구들을 도와줄 수도, 웃어보일 수도 있죠. 심각해서 뭐해요.”
프리다 칼로, 민주킴이 꿈꾸는 ‘스스로의 모습’
마지막 결승 무대에서, 민주킴의 기량이 빛을 발합니다. 쇼 스토퍼
로 웨딩 드레스를 만드는 과제였어요. 그는 ‘프리다 칼로*’를 떠올립니다. 화려하고 우아하지만, 내면은 어두운 사람. 하지만 자신의 상처를 그림으로 승화한 사람. 마치 자신과 닮아있다고 생각했죠.
*Show stopper : 패션쇼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의상, 박수갈채를 받을 정도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멕시코 출신 화가. 교통사고로 인한 신체적 불편, 남편의 문란한 사생활에서 오는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고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돌이켜보면, 매 경쟁마다 민주킴이 가진 욕망을 보여준 것 같아요. 부드럽고 페미닌feminine하면서도, 순진하지만은 않은, 어딘가 당당한 모습을 꿈꾸죠. 그래서 마지막엔 제가 가장 존경하는 멋진 여성상, 프리다 칼로를 생각했어요”
허리까지 내려오는 무거운 면사포를 쓴 모델이, 런웨이를 성큼성큼 걸어옵니다(영상). 어느 순간 양손으로 면사포를 들춰내 바닥에 떨어뜨리죠. 그때서야 발목까지 오는 짧은 웨딩드레스가 가볍게 나풀거려요. “완벽한 스토리텔링”이라는 심사위원단의 찬사와 함께, 우승을 거머쥡니다.
<넥스트 인 패션>의 결승 무대. 민주킴은 ‘프리다 칼로가 웨딩 드레스를 입으면 어떤 모습일까’ 떠올리며 의상을 디자인했다. ⓒ넷플릭스
Chapter 5.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요
방송 덕분에 인지도를 얻었지만, 갈 길은 멀다고 해요. 민주킴은 한국의 소비자를 설득하려면 ‘꾸준함’이 필요하다고 말하죠.
“한국의 패션은 한마디로 ‘트렌드’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누군가 멋진 패션을 보여주면, 그곳으로 방향성이 쏠리곤 하죠.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독창적인 브랜드를 운영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해요.”
덕분에 민주킴은 ‘생존하는 법’부터 배웠다고 합니다. 패턴과 원단, 마감이 복잡한 옷은 아무도 소량으로 만들고 싶어하지 않아요. 민주킴은 매번 공장에 찾아가 손발을 빌고, 욕도 먹고, 쫓겨나길 반복했죠.
“디자인에는 책임이 따라요. 번뜩이는 아이디어 구상하고 끝이 아니에요. 만들 줄 알아야 하고, 제품화시키고, 원가를 절감하는 ‘상업적인 감각’도 갖춰야 하죠. 공장을 설득하고 싶으면, 옷을 만들어서 얻는 장기적 이익은 무엇인지, 원단은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를 하나하나 가르쳐드리면 돼요. 어려워도 다 해야 하는 거예요.”
저는 민주킴에게서 진지함을 읽었어요. 좋아하는 것을 마냥 가볍게 여기지 않는 태도랄까요. 그는 덧붙였어요. “취향을 부지런히 보살피라”고.
“내 취향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음 좋겠어요. 전 어릴 때 순정만화 「마린보이」를 좋아했는데, 지금도 순정만화를 탐독해 드로잉에 녹여요. 내가 가진 몇 안되는 ‘취향’이니까요. 창의적인 일은 취향을 파고드는 데에서 시작해요. 그러니 아무리 바빠도 취향을 보살펴야 해요.”
누군가 영감을 얻을까 싶어, 민주킴은 작업 과정을 방문객에게 공개하기도 해요. 가회동에 위치한 민주킴 플래그십 스토어 지하엔, 민주킴의 작업 아카이브실이 열려 있죠. 수천 점의 스케치부터 원단, 도면, 실패한 작업물을 둘러볼 수 있어요.
2022년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문을 연 민주킴 플래그십 스토어. 흰 한옥집의 1층엔 매장이, 지하엔 민주킴의 작업 아카이브 공간이 있다. ⓒ스튜디오프래그먼트
망하고 싶지 않다
지금도 민주킴의 우체통, 인스타그램 DM엔 수백 개의 메시지가 쌓여있다고 합니다. 팬레터 받는 디자이너라니, 팬덤이 탄탄하단 걸 실감했어요. 살짝 물어봤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
“편지엔 자신의 고민을 적어 보내는 분들이 많아요. 메시지는 대부분 비슷해요. 민주킴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 나를 사랑하고 싶어졌다, 꿈꾸게 됐다고 하시죠. 어둡고 칙칙한 옷만 입다가, 민주킴의 옷을 입으니까 왠지 모르게 집밖으로 걸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분들도 많았어요.”
이제 민주킴에겐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처음엔 패션이 좋아서 브랜드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팬들이 의지할 ‘멋진 여성 서사’로 살아남고 싶다고 말해요.
“안 망하고 싶어요. 제 태도와 옷이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면, 제가 망할 수 없죠. 그분의 희망 한 움큼을 뺏는 거니까요. 계속해서 유명해지겠습니다. 여러분도 마음껏 사랑하고, 꿈꾸고, 용감해지세요.”
민주킴은 자신이 만든 옷이 사람들에게 ‘사랑, 꿈, 용기’를 주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민주킴
남과 비교하길 멈추기. 내 안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민주킴은 두 가지에 집중해 ‘독창적인 패션 디자이너’가 된 것 같아. 이야길 들으니 나도 용기를 얻게 되네!
민주킴은 지금도 유명해지는 중이야. 4월 21일, 세계 최대 공예박물관인 영국 빅토리아앤앨버트(V&A)에서 한국인 디자이너 최초로 패션쇼에 참가했거든. 티켓은 오픈 3분 만에 매진됐어. 알렉산더 맥퀸, 겐조,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이 무대를 거쳐갔지. 자세한 현장 사진은 여기(클릭)서 확인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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