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이 풍부해질수록 감정 능력은 희소해진다
사진: Unsplash의 Giorgio Trovato 퇴근 무렵, 한 팀장이 오늘 하루를 돌아본다. 보고서와 기획안, 회의록 정리까지 AI가 몇 분 만에 끝내줬다. 예전 같으면 야근했을 일들이 오후 안에 모두 마무리됐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헛헛하다. 오늘 사람과 제대로 눈을 맞추고 대화한 시간은 5분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끝났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오히려 멀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변화는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글을 쓰고, 코드를 짜고, 자료를 분석하고, 결정을 내리는 일까지 AI가 거들면서 지능은 점점 더 흔하고 저렴한 자원이 되어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Future of Jobs Report 2025」는 공감(Empathy),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 리더십과 사회적 영향력과 같은 사회정서적 역량을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핵심 역량으로 제시한다. 모두가 비슷한 수준의 똑똑한 도구를 손에 쥘수록,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능력은 오히려 더 희소하고 더 가치 있는 역량이 되고 있다. 어쩌면 역설적인 일이다. AI는 점점 더 많은 일을 대신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정보나 생산성이 아니다. 이해받고 있다는 감각, 누군가 내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는 감각이다. 흥미로운 것은 AI 역시 점점 더 다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글로벌인재포럼에서는 AI가 감정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수준까지 발전한 시대에, 오히려 사람 사이의 깊은 관계와 진정성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빠르고 친절한 위로는 이제 누구나 손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이해는 다른 문제다. 누군가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한 순간의 대화가 아니라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과 맥락을 함께 기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넘버앤센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우리가 믿는 것은 단순하다. 지능이 풍부해질수록 감정 능력은 더 희소해진다는 것. 그래서 poow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더 똑똑하게 답하는 챗봇이 아니다. 한 사람의 감정이 몇 주, 몇 달에 걸쳐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함께 기억하는 도구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언어로 표현하고, 피하지 않고 머무르고, 흐름과 패턴을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에 반응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을 들여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그 시간을 누군가 기억해줄 때 비로소 자라난다.
- DK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