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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

거리감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벽을 더듬거려 듬성듬성 나아가는 것이다. 더듬어 볼수록 점점 알아가는 것이다. 그것의 형체를. 보이지 않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더듬어 봐도, 생각을 해봐도 한탄이 나오는 것이다. 푸르고도 따스한 이 계절은 뼈까지 시린 것이다. 그렇기에 더듬어봐도 더 이상 만져지지 않고. 보여도 보지 않는 것이다. 더 이상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 이화
구멍
춥다. 정확히는 구멍난 마음이 춥다. 문틀 사이로 희미하게 흘러 나오는 빛줄기를 쫓듯이 정확히 정사각형의 모양으로 구멍난 내 마음속에 알맞게 들어맞을 조각을 찾는다. 언젠가는 당신의 조각을 찾을수 있으리라는 헛되고 빛바랜 믿음으로 무의미한 답습을 반복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비루한 내 마음속 구멍은 알맞은 조각을 찾은적이 없다. 일,취미,약,술에 취해 잠시 추위를 잊을순 있어도 구멍은 절대 매워지지 않는다. 과거, 혹은 미래에도 해당하는 말이지만 사람들의 구멍은 완벽하게 채울수 없는 무언가다. 항상 어딘가 들어맞는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홀가분하고 엉성한 그런 애매한 조각들일 뿐이다. 그래서 내 마음은 항상 시리고 추운것이다. 그리고 인생을 살면서 알게 된 하나의 진리가 있다. 아무리 딱 들어맞는 사람들이더라도. 서로의 가시에 찔리지 않을 정도로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게 좋다. 인간의 간악함을 알고 있기 떄문이다.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죽을때 까지 혼자일것이며, 내가 죽음의 자리에 드는 날에도 내 마음속의 구멍은 날카로운 바람 소리를 내며 울 것이라는 것을.
  • 이화
해는 뜬다
눈이 침침하다. 세상은 어두워 문틈으로 새어 나온 빛으로 의지해 앞으로 나아간다. 그럼, 눈앞에 보이는 건 보이지 않는 것도, 잘 보이는 것도 아닌 가장 마음 아픈 형태로 보인다. 흐릿하지만 지레짐작할 순 있는 그것이 진실일까? 확실한 진실을 찾는 것에 집착하는 것 보다 애매한 진실 앞으로 나아가면서 수정하는 게 더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세상의 혐오와 멸시가 두려운 나는 그것조차 내보이지 않는다. 난 앞으로 나아갈 용기도 뒤를 돌아볼 용기도 없다. 내가 의지할수 있는건 단순한 믿음이다. 어스름은 지나서 해는 뜬다. 난 빛을 쫓고 있다. 과거의 문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아니라, 저 앞으로 나아가는 빛을 그래서 끝없이 들이킨다. 고독을
  • 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