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마음속이 깊은 우울 속에 잠겨 허우적거릴 땐 분노와 억울함의 끝은 나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자신이 역겨웠기에 항상 죽음을 수단으로써 세상으로부터의 탈각으로 여겨졌다. 스스로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고 나 자신을 알아갈수록 세상에 대해 배울수록 더 이상 죽고 싶지 않아지더라고요 내 목을 조르던 손은 이제 칼을 잡아 타인의 목에 칼끝을 겨누고 있었습니다. 나도 역겨운 거 맞는데, 너도 똑같이 역겨워 이 쓰레기 새끼야. 타인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그렇기에 더 고통스럽다. 내 말의 무게가 내 행동의 무게가. 내 마음은 당신을 그냥 미워하고 못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나 자신 사이의 광경은 마치 연옥과 같다. 이 육신은 감옥이다. 이 작은 형벌소에 후회와 혐오 번뇌로 가득 차서 더 이상 누울 공간 하나 없다. 그래. 어느 순간부터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사람의 형태가 아니었다. 그건 이형의 무언가였다. 사람들과 섞이지 못하는 무언가. 타인이 역겨웠다. 타인을 역겨워한 자신이 역겹다. 역시.. 아직 자신이 밉네요.
- 이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