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석 초대개인전 Black Light, White Shadow: The Perception of Color 검은 빛, 흰 그림자: 색의 인식 2025.12.09~2026.01.04 <기획자 서문> 사물에서 가치로 – 또 하나의 '번역' 박준석의 회화는 언제나 '사물'에서 시작된다. 스마트폰, 음료컵, 인형, 화병과 같은 일상적인 오브제들은 그의 화면 속에서 흑과 백의 패턴으로 해체되고 다시 조합되며, 단순한 대상의 재현을 넘어 '인식의 구조'를 탐구하는 매개로 작동한다. 작가에게 흑과 백은 단순한 색의 대비가 아니라, 빛과 어둠, 보임과 보이지 않음, 존재와 부재가 교차하는 인식의 경계이자 사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 체계 그 자체이다. 이번 전시에서 박준석은 기존의 흑백 기반 작업 위에 한층 확장된 색의 개입을 더하며, '색이 인식되는 순간'에 관한 탐구를 이어간다. 검은 빛과 흰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역설적 공간 속에서 색은 더 이상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인식의 조건이자 감각을 확장하는 또 하나의 층위로 등장한다. 화면은 여전히 흑과 백의 엄격한 질서 위에 놓여 있지만, 그 사이로 스며든 색은 사물과 공간을 전혀 다른 감각으로 다시 보게 만든다. 특히 2025년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골드를 포함한 메탈 컬러의 본격적인 도입이다. 2024년 말부터 사회 전반에 확산된 경기 불안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욱 선명하게 '가치'와 '소유'에 대한 상징을 탐색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심리는 미술 시장 전반에서 골드 컬러에 대한 선호로도 이어졌다. 실제로 최근의 금값 급등은 글로벌 경제 불안, 통화 체계의 흔들림, 지정학적 위기와 안전자산에 대한 집단적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단순한 시장 현상을 넘어 동시대의 불안을 드러내는 상징적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박준석의 화면에 더해진 골드 메탈 컬러 역시 단순한 시각적 변화나 유행의 반영이 아니다. 그는 사물 자체를 골드 메탈 컬러로 치환하거나, 시그니처 모티브인 곰돌이 인형 위에 금빛 왕관을 씌우는 방식으로, 이 시대가 품고 있는 욕망과 불안, 그리고 가치의 방향성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질문한다. 특히 곰 인형 위의 왕관은 권력이나 부의 상징이기 이전에,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인간이 끝내 놓지 않으려는 '가치에 대한 환상'이자 '안정에 대한 갈망'을 암시한다. 이러한 금속성의 색채는 기존의 매트한 흑백 패턴과 충돌하며 강한 시각적 긴장을 만들어내고, 물질과 가치, 감각과 욕망 사이의 관계를 한층 더 날카롭게 부각시킨다. 이때 골드는 더 이상 장식적 색채가 아니라, 시대의 무의식이 응축된 상징적 색으로서 화면 위에 자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