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동시대성 : 마음의 탑, 지식의 책장
무너짐 이후, 다시 살아나는 마음의 형상 김동희의 <염원>은 돌탑을 그린 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무너짐 이후에도 다시 쌓고, 죽은 듯 보이는 순간에도 다시 살아나려는 인간의 마음을 형상화한 작업이다. 작품 속 돌들은 검은 여백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다. 때로는 아주 작은 돌 하나가 훨씬 큰 돌을 떠받치는 듯하고, 때로는 물리적으로는 존재하기 어려운 불안정한 구조를 이룬다. 이 돌탑은 현실 속에서 정교하게 균형을 맞춘 안정적인 탑이 아니다. 오히려 금세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고, 그럼에도 이상하게 버티고 있는 형상이다. 이 위태로움은 김동희 작업의 중요한 정서이다. 작가의 돌탑은 완성된 기념비가 아니라, 무너짐을 통과한 이후에도 아직 포기하지 않은 마음의 상태에 가깝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문장으로 '무너져 내림에도 결국에는 다시 쌓고 쌓아가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저마다 마음속에 탑을 쌓으며 살아가고, 노력과 목표, 관계와 책임, 삶의 총체적인 경험들이 하나의 마음의 탑을 이룬다. 그러나 그 탑이 무너지는 순간 인간은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김동희는 그 무너짐 앞에서 주저앉는 대신, 다시 방향을 정하고 나아가는 행위를 돌탑을 쌓는 일에 비유한다. 그런데 김동희의 돌탑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돌의 표면은 단순한 석질로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나무의 결처럼 보이는 질감이 화면 위에 남아 있다. 이 지점은 작가의 경험과 깊게 연결된다. 작가는 어느 날 산에서 벌목되어 죽은 듯 놓여 있는 나무를 보았다. 그 모습은 당시 자신의 상태와 닮아 있었다. 잘려나가고 멈춰버린 듯한 나무, 더 이상 자라지 못할 것 같은 형상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무너진 마음을 보았다. 그러나 이후 다시 그곳을 지났을 때, 그 죽은 나무에서 새싹이 피어나고 있었다. 겉으로는 끝난 듯 보였지만, 그 나무의 내부에서는 다시 살아나려는 생명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그 장면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다. 죽은 것처럼 보이는 존재 안에도 다시 살아나려는 에너지와 몸부림이 남아 있다는 사실. 그 생명의 감각은 이후 <염원>의 돌탑 안으로 들어온다.
- LeVide 르비드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