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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 어떻게 써야 할까?

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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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창작
🤔
합평 모임 참석하게 됐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지?
피드백을 해야 하는데 내가 느낀 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어…
이런 고민을 하고 계셨다면? 잘 오셨습니다! 합평 모임이나 글쓰기 스터디, 감상평을 나누는 모임에서 동료 작가에게는 힘이 되고, 나에게는 분석 능력을 길러주는 비평/감상평 작성 방법을 알려드려요. 감상평을 잘 쓰는 방법부터 감상평 받는 사람이 알아둬야하는 유의사항까지 알려드리니 스터디나 감상평 모임 가시는 분들, 감상평 커미션 신청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저는 문예창작 관련 학과를 졸업했으며, 글쓰기 지도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 1년간 감상평 품앗이 모임 <의리우체국>의 모임장을 맡아 수많은 형태의 감상평을 보았고, 크레페에서 감상평을 작성해주는 커미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감상평을 받는 이가 글쓰기에 응원을 받고 지속적으로 창작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적으로 소설을 피드백해주는 편집자분들의 피드백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따라서 아래 글에서는 전문 비평보다는 감상평에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이 점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상평 작성할 때

0. 감상평의 질은 글쓰기 실력과 비례할까?

물론 글쓰기를 오래 하고 잘 하시는 분들이 작성한 감상평의 질이 좋을 확률이 높기는 합니다. 내가 느낀 바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감상평도 잘 쓰는 것은 아닙니다.
감상평을 잘 쓰기 위해서는 첫째로 글을 잘 감상할 줄 알아야하며, 둘째로 내가 느낀 점을 명확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외로 글을 오래 썼지만 피드백을 하는 건 서툰 분들이 있고, 반대로 글은 그저 그런데 피드백은 전문가 수준인 분들도 있습니다. 두 가지 능력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생각하기에 나보다 글을 못 쓰는데 무슨 자격으로?!라고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1. 작품을 분석하며 읽는 방법

감상평을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어떤 글인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작품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 없이 감상평을 작성하는 건 상대에게도 나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작품을 분석하는건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어 문학 시간에 작품 개요를 정리하거나, 수능 지문을 분석할 때와 유사한 방법으로 메모해가며 작품을 읽으면 됩니다. 더 나아가서는 작품을 읽으며 느낀 의문점도 함께 기록해두면 피드백을 작성할 때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설명드려도 아마 어떻게 하라는건지 잘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제가 작품 분석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1.
작품을 눈으로 읽습니다. 이때 분석이나 메모는 하지 말되, 의문점이나 좋다고 느낀 지점만 간략히 메모(또는 밑줄)합니다.
2.
글을 다 읽었다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글을 분석하며 읽습니다. 이때 분석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a.
등장인물 : 형광펜 등으로 새 인물 등장 시 표시해둡니다. 저는 인명을 잘 못 외우는 편이라서 여백에 등장인물의 이름을 기록해둡니다. 이러면 등장인물 수가 많더라도 인물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글을 읽는 중간중간 인물의 개성, 인물이 행동하는 동기와 심리(변화) 등도 분석하면 좀더 심도있는 작품 이해가 가능합니다.
b.
인물 관계 : 인물 관계가 복잡한 경우 a의 등장인물에 부가적으로 인물 관계도를 작성합니다.
c.
사건 요약 :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글의 내용을 요약합니다. 주로 시간이나 장소가 변경될 때마다 기록해두며, 이 요약을 모두 합치면 글의 줄거리가 되어야합니다. 이때 이야기의 흐름, 개연성, 복선도 함께 정리합니다.
d.
문체와 표현, 분위기 : 독특하지 않더라도 이 점은 특징을 찾아 기록해둡니다. 예 : 문장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함,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함, 음울한 분위기가 인물의 심리를 잘 표현함 등
e.
장소, 소재
f.
주제
g.
그 외에 세계관이나 독특한 설정 등
3.
분석을 다 한 후에는 여전히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았다면 기록해둔 뒤 글쓴이에게 질문하거나, 피드백 요소로 작성합니다.(예 : 이 부분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이러이러한 식으로 보완하면 좋겠다. 등등)

2. 비판과 지적을 구분하기

좋은 감상평은 작품의 장점은 살리고 보완할 점이 있다면 상세히 알려주어야합니다.
가끔 어떤 분들은 비난만 줄줄줄 쓰고 칭찬은 대충 해놓고는 본인의 감상평이 비판적이라는 착각을 하곤 하는데, 전혀 아닙니다. 그런 건 비판이 아니라 지적이라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감상평 받으려고 기대하고 모임에 들어왔다가 바로 이 점으로 상처받거나 실망하여 모임에서 나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감상평 품앗이 모임의 모임장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볼 때, 비판과 지적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았습니다.(꼭 모임이 아니라 심지어는 대학교 전공인 소설 작법 수업에서도요…🥹)
특히나 너도 알고 나도 알고 글쓴이도 이미 다 알고 있는 그 글의 단점을 해결책 없이 그냥 지적만 하는 건 나에게도 남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비판은 글쓰기 의욕을 꺾어버리며, 설렁 상대가 비판을 원했다고 하더라도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합니다. 가장 좋은 건 예문을 써주거나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해주거나 나라면 어떻게 썼을 것 같다 등의 조언을 해주는 것이죠.

3. 장점을 찾아내기

합평을 하거나 감상평 모임을 할 때, 가장 많이들 어려워하는 점이 바로 칭찬하기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감상평을 작성할 때 상대의 글에서 장점을 찾아내어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비난보다 비판이 어렵고,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칭찬입니다. 좋은 감상평은 감상한 글에서 장점을 뽑아내어 글쓴이가 지닌 글의 특색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장점, 어떻게 뽑아내야 할까요? 답은 분석에 있습니다. 1번에서 글 분석을 잘 해냈다면 장점 찾아내기가 수월해집니다. 이때, 분석을 다 했는데도 장점을 영 찾기가 힘들다면 단점이라고 여겨지는 지점을 장점으로 바꾸어 생각해보세요. 특색이 됨과 동시에, 단점에서 파생된 장점이므로 발전 가능성이나 방향성에 대한 피드백도 곁들일 수 있답니다.

4. 느낀점 이야기하기

합평이나 감상평 모임에서 분석과 비평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느낀점이라고 생각해요. 느낀점은 비평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느낀점도 비평과 마찬가지로 두루뭉실한 표현보다는 명확한 문장으로 표현을 해주시면 좋습니다. 단순히 재미없다, 재미있다가 아니라 정확히 ‘어느 부분이 흥미로웠다.’, ‘이 부분에서 인물의 감정이 와닿았다.’처럼 표현해주시는게 좋아요. 결말 이후의 얘기를 내 나름대로 추측해보거나, 글쓴이의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해주어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추가로 합평이든 감상평 모임이든, 내가 이 글에 대한 호불호와는 상관없이 말미에 글 쓰느라 고생했다거나 잘 읽었다고 말하는 건 기본적인 예의이니 잊지 않는다면 매너있는 감상자라고 느껴질 거예요.

감상평을 받을 때

1. 맞춤법 검사와 퇴고는 선택이 아닌 필수

가끔 모임에 맞춤법 검사기도 안 돌린 글을 들고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생각나는대로 글을 썼는데 날것 그대로의 피드백을 받고 싶으시다고요. 안타깝게도 맞춤법 검사기조차 돌리지 않은 글은 다른 이들이 피드백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글 내용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계속 그 틀린 맞춤법들이 눈에 들어오고, 글 전체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죠. 이미 이 사람은 글을 쓰는데 “맞춤법 검사기조차 돌리지 않는 초보”라는 편견이 있는 상태에서 읽는 글에 어떤 긍정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을까요? 물론 진짜 전문가인 분이라면 그 정도는 흐린눈하고 맞춤법과는 별개의 부분들만 피드백을 건넬 수도 있겠습니다만(그러나 그 정도 전문가라면 일단 혼날 가능성이 있긴 함), 합평이나 감상평 모임의 참가자들은 대부분 편견이 생기면 원하는 피드백을 받기가 힘들어지므로, 날것 그대로의 피드백을 받고 싶더라도 맞춤법 검사기 정도는 돌려주시는걸 추천드릴게요.

2. 너무 많은 정보 제공하지 않기

사실 이건 글바글, 사바사인데요. 우리가 작품을 읽을 때 도움이 되라고 작품 정보를 감상자들에게 미리 제공하는 경우가 있죠. 기본적으로는 글의 제목, 장르(소설 시 수필 등)이 제공될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글을 쓴 계기, 디테일한 소재, 주제, 내가 어떤 지점에서 신경을 많이 썼고~ 이런 점은 부족하다고 느끼고~ 대강 이런 내용까지 알리기도 하죠.
만약 글을 읽는 사람이 전문 편집자 내지는 비평가라면 내 글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 늘어놓아도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기본 정보만 제공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부족한 점에 대해 보완하고 싶다고 말하면, 전문가가 아닌 경우 그 점에만 너무 치중해서 편견을 가지고 글을 읽게 됩니다. 따라서 글에 다른 장점이 있더라도 그 부분이 무시되고 작가가 사전에 이야기했던 단점만 부각된 피드백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내 글의 단점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면 오히려 그 점을 드러내지 않거나, 그 점은 이미 알고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한 피드백은 빼고 작성해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3. 휘둘리지 않기

간혹 보이는 현상입니다만, 감상평을 나누다보면 상대방의 피드백을 수용하다못해 그 피드백에 너무 의존하거나 휘둘리기도 합니다. 또는 상대의 피드백에 너무 낙담하기도 하죠. 그러나 피드백은 피드백일 뿐, 결국 글을 쓰는 사람은 본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글이란 없고, 모든 이의 취향을 전부 충족할 수도 없죠. 중요한 건 내가 의지를 잃지 않고 꾸준히 글을 써야한다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 합평을 하고 감상평 모임에 들어오는 거니까요.

마치며 - 양쪽 모두 갖춰야 하는 태도

감상자와 글 작성자가 모두 갖춰야 하는 태도가 있습니다. 바로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고, 서로의 수준을 낮잡아보지 않는 것입니다.
감상자는 글쓴이를 평가하거나 가르치려고 드는게 아니라 동료 작가로서 상대를 대해야합니다. 구체적인 피드백 없이 상대의 글이 별로라고 까내리거나 비아냥거리는 일은 없어야하며, 비판을 하고 싶다면 근거와 함께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합니다. 합평을 하는 사람들은 심사위원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합니다.
반대로 감상을 받는 작가님도, 동료들의 말에 마냥 상처받고, 네가 뭔데 감히? 나보다 글도 못 쓰는 게! 와 같은 태도는 버리고, 상대가 한 정당한 피드백은 수용할 줄도 알아야합니다.
이 글이 스터디, 모임에 참석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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