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우체국 모임 소개 
Show more
Sign In
N극성
File
Empty
Category
  1. 감상문
랩틸리언 증후군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한참이나 맴돌았던 단어가 있습니다.
존중.
존중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무조건적으로 관용한 태도로 바라보는 것? 따뜻한 눈으로 보듬어 주는 것? 대체 무엇이길래, 존중 없는 태도에 상처받고, 때때로 존중하지 못해 상처를 주게 되는 걸까요?<랩틸리언 증후군>은 아들 마빈의 편지와 어머니 주란의 현재 시점을 교차하며, 위와 같은 질문을 함께 해주는 소설이었습니다.
랩틸리언 증후군은 아들 마빈을 비롯한 몇몇 인간들에게 나타나는 생체적 정신적 변화입니다. 몸과 정서 반응이 다른 인간들과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이고, 때때로 휴면이라는 독특한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군락지라는 곳으로 훌쩍 떠나 삶의 터전을 꾸리기도 하지요.주란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이를 두려워합니다. 사랑하는 존재를 숨기고, 버리고, 어쩔 줄 몰라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죠. 보통과 다른 모습, 보편적이지 않은 상태는 이야기 속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만들어 냅니다.
저는 이러한 양상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어요. 우리와 함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퀴어들에게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거든요.지향성, 정체성이 다른 퀴어들을 보며 사람들은 종종 생각합니다. 굳이 저렇게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나? 세상에 평범하게 섞여 살 수는 없는 건가? 어찌 보면 그럴 듯한 의문이죠.
그러나.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퀴어성을 드러냅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불편하고 힘들어 보이는 그 일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죠.'있는 그대로의 자신.'그것을 왜 그리도 갈망하는지에 대해서, 마빈은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 하고 있었어요.
-이건 슬픈 일이 아니에요.
-깨어나며 깨달았어요. 우리는 결국 휴면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걸. 그리고 저는 그 날을 손가락을 꼽으며 기다릴 거라는 걸. 우리가 휴면을 추구하게 되는 건, 질병에 의한 증상이 아니라 휴면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이라면 당연한 일이었던 거에요.
저는 이런 마빈의 이야기에서 위로를 참 많이 받았습니다. 선로로부터 벗어나 살더라도 행복할 수 있구나. 손가락 다섯 개라는 '보통과 닿아있는' 기억들도 아주 버리지 않아도 되는구나 싶어 코끝이 시큰해졌답니다.
저도 언젠가 저만의 군락지로 향할 수 있을까요? 혹은 제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저와 다른 길을 가겠다며 나섰을 때, 그가 보내준 행복한 편지를 코팅해서 간직할 수 있을까요?부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이야기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