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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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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상문
느리개입니다! 파충류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없는 제목을 보고 치즈를 발견한 생쥐처럼 열광했네요. 경건한 마음으로 렙틸리언 증후군을 읽었습니다.
시작은 아들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였죠. 내용 자체는 평범하게 안부를 묻고 평범하게 소식을 전하는 편지 같지만, 내용은 약간 다른 사정입니다. 우리는 영원히 타인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편지 속에는 그런 타인의 거리감이 느껴졌어요.
게다가 마빈이가 군락지에 들어간 이후로 어머니가 방문한 적 없었다는 부분이 가장 그랬죠. 보내준 편지를 소중하게 여기기는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어머니의 역할을 위해 렙틸리언 증후군을 가진 아들의 의견은 듣지 않고 그 선택까지 부정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렙틸리언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공감 능력이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편인 듯 하지만, 편지에서는 아들로써 어머니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의 거리감을 줄여보자는 요청이 담겨져 있는 듯했습니다.
홍주란 씨는 아마도 아들이 휴면기에 들어간 이후부터 군락지에 방문하고 있는 듯 한데... 직업으로 강의를 다니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 내용조차 렙틸리언 아이와 함께 살아가기인데... 렙틸리언 자체에 대한 이해도는 높을지 몰라도 결국 사회에 렙틸리언 아이를 '적응'시키는 내용일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인간의 독특한 점 중 하나인 권리를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무엇보다 렙틸리언 마을로 렙틸리언 증후군 보유자들이 향하는 이유는, 이런 사회적인 동물의 특성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을 밀어내거나 자신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겠죠. 렙틸리언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끼리는 함께 모여 사니까요. 사회가 변하고 렙틸리언 증후군이 더 이상 증후군이 아닌 하나의 인종으로 분류될 때 그들은 군락지에 모여 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참견을 싫어하고, 참견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약간... 강아지 종의 보편적인 성격 차이처럼 느껴졌습니다. 똑똑하고 충성스러운 강아지가 있고 똑똑하지만 자꾸 까부는 강아지가 있듯이... 그러나 그들 모두 인간과 함께 살아갈 수 있죠. 참 흥미로운 구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은영 씨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건 저 뿐인가요??? 이 사람의 배우자일 렙틸리언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뭐야 어떤 렙틸리언이랑 무슨 연애를 해서 가정을 꾸린 거야 아내랑 아들도 두고 군락지로 홀라당 들어간 건지 뭔지 당신들의 사랑 이야기가 궁금해져... 애아빠나와! 육아하는 것도 아니고 모아 키워? 공동 육아? 데리고 오면 해결해준다며 이 자식아! 앞으로 은영 씨는 혼자 살아가나요? 진짜 디용입니다... 아님 설마 애아빠가 군락지에 있다는 말이 거짓말이었나요? 기절하고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무척이나 흥미로운 설정과 구성, 등장인물들이었습니다. 은영 씨의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은영 씨와 그 남편은 어떨지. 물론 주란과 마빈의 뒷이야기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쓰다 보니 궁금해진 것이 휴면기 동안 옆에서 관리를 해줘야 하는 것 같은데 렙틸리언들이 할 일을 주란이 자진해서 하겠다고 렙틸리언 사회에 피력한 것인지, 아니면 렙틸리언들이 신경 안 쓸 것을 알고 하게 된 것인지... 그리고 게롱 씨는 추우면 휴면에 들어가는데, 렙틸리언의 휴면과 완전히 같은 휴면이라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만약 앞선 질문의 답이 후자라면, 장기 휴면이라는 건 사실 마지막을 향해 가는 선택지인가요?
렙틸리언이 아니라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주란의 서사가 더 자세히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빈이 군락지에 들어가는 것으로 갈등이 있어서 서로 돌아서긴 했지만, 어쨌든 주란은 마빈을 위해, 그리고 렙틸리언이 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알리기 위해 활동을 하고 있죠. 마빈을 향한 주란의 사랑은 충분히 느껴졌지만, 마빈이 휴면기에 들어간 시기, 주란이 마빈을 방문하기 시작한 시기 등에 대한 혼란이 좀 있습니다. 군락지에 찾아가겠다고 결심한 주란의 심리나, 과거 이야기를 정렬하는 일 등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 얼마나 좋은 렙틸리언...
SF문체를 쓰지 않으셨다고 했지만 어떤 장르에 반드시 지켜야 하는 문체는 없으니까요, 소재도 서사도 훌륭하고, 제가 읽기에는 좋은 SF 단편이었습니다.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는 방식에 대한 고찰과 SF 게롱 씨들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구요. 서울쥐 님의 <렙틸리언 증후군>,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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