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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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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상문
안녕하세요, 오가장입니다. 감상평이 늦어서 이미 러기님의 댓글이 올라온 상태지만, 일부러 댓글을 읽지 않고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제 감상평은 정말 말 그대로 하나의 감상평으로만 봐주시길 바라며 글 시작하겠습니다.
읽는 내내 러기님이 올려주신 글의 설명을 참고하여 차근차근 흔적을 따라갔습니다. 읽자마자 초아의 언행이 귀여워서 웃음이 났어요. 특히 가령을 보자마자 선녀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에선 정말 아이 같은 순수함? 같은 게 묻어나는 느낌이어서 좋았어요. 이후에 이어지는 사랑 이야기는 솔직히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벅차서 군데군데 어림짐작을 자주 해야 했습니다.
동양풍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문체와 스토리는 좋았으나 앞서 말했듯 두 사람의 감정이 너무 심하게 건너뛰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초아는 어쩌다가 가령을 사랑하게 되었는가 같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갑자기 취한 상태로 가령의 집에 찾아온 초아와 취한 초아를 재우면서 희란을 떠올리며 속마음을 읊조리는 가령의 장면은 조금 고개를 갸웃할 만한 장면이었어요. 물론 사랑은 뜬금없고 본인도 어어? 하다가 순식간에 빠져버린다는 걸 알지만 그 어어? 의 순간조차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흘 동안 같이 지내면서 그 안에 있었던 일들을 짧게나마 언급했으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러기님이 쓰셨던 문장인 ‘초아가 이 집에 와서 하는 일이라 해봐야 책을 읽는 가령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거나, 정원 연못에 있는 잉어에게 먹이를 주거나 할 뿐이었기 때문이다.’ 정도나 이보다 좀 더 디테일한 문장이 ‘가령의 집에 머무른 지 사흘째 되는 날’ 앞에 추가되면 독자가 앞으로 이어질 초아와 가령의 스토리를 받아들이는 데 좀 더 수월할 듯합니다.
제가 읽었을 때 가령이 처음으로 마주했던 진짜 사랑(희란아!)이 하필이면 희생이었던지라 초아한테 보여준 사랑도 자멸로 끝난다는 게 마음이 아팠습니다. 세대를 건너 결국 사랑을 깨달은 흡혈귀,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마지막에 가령은 초아한테 무슨 말을 하기 위해 초아를 불렀을까요? 결말에 이런저런 사족을 붙이기보다 지금처럼 담백하게 끝나서 더욱 여운이 깊습니다. 열린 결말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앵두꽃처럼 독자의 상상에 맡겨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는 법이니까요.
앤솔로지에 들어갈 단편이라는 제약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음에도 줄여야만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이 이야기에 조금씩 조금씩 살이 붙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건 제 욕심이겠지요(하지만 ㅜㅜ). 멋진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첫 시작부터 좋은 글을 만났습니다. 일요일 오후부터 충만한 가슴을 안고 앞으로도 러기님이 이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를 끝없이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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