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풍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문체와 스토리는 좋았으나 앞서 말했듯 두 사람의 감정이 너무 심하게 건너뛰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초아는 어쩌다가 가령을 사랑하게 되었는가 같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갑자기 취한 상태로 가령의 집에 찾아온 초아와 취한 초아를 재우면서 희란을 떠올리며 속마음을 읊조리는 가령의 장면은 조금 고개를 갸웃할 만한 장면이었어요. 물론 사랑은 뜬금없고 본인도 어어? 하다가 순식간에 빠져버린다는 걸 알지만 그 어어? 의 순간조차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흘 동안 같이 지내면서 그 안에 있었던 일들을 짧게나마 언급했으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러기님이 쓰셨던 문장인 ‘초아가 이 집에 와서 하는 일이라 해봐야 책을 읽는 가령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거나, 정원 연못에 있는 잉어에게 먹이를 주거나 할 뿐이었기 때문이다.’ 정도나 이보다 좀 더 디테일한 문장이 ‘가령의 집에 머무른 지 사흘째 되는 날’ 앞에 추가되면 독자가 앞으로 이어질 초아와 가령의 스토리를 받아들이는 데 좀 더 수월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