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노션 튜토리얼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어떤 생산성 앱을 써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혹은 노션을 써보기로 결심한 분들에게, 과연 이 노션이라는 것이 본인과 잘 맞는 프로그램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드리기 위한 글이랍니다. 아무리 많은 기능이 있더라도, 또 얼마나 대단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내가 쓰지 않으면 모두 무용지물이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노션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먼저 짚고, 그래서 어떤 분들이 노션을 쓰시면 좋을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를 차근차근 알려드리려고 해요. 노션에 관한 몇 가지 오해 노션은 메모앱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가 바로 이 부분인 것 같아요. 노션을 메모앱이라고 알고 계시는 분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제가 생각했을 때 메모라고 하면 응당 포스트잇이나, 아니면 손바닥 안에 들어와서 볼펜으로 대충 휘갈겨쓰고 부욱 뜯어서 버려도 괜찮은 그런 것들이에요. 그런데 노션은? 그렇게 쓰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감이 있어요. 아마 이런 이유로 많은 분들이 노션을 핸드폰이나 태블릿PC에 깔았다가 지우셨을거예요. 메모앱으로 쓰기에는 너무 무겁고 기능도 너무 많아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그런데 여러분이 그렇게 느끼신 이유가 있습니다. 노션은 메모앱이 아니거든요! 노션은 애초에 모바일 환경에서의 사용을 타겟으로 만들어진 "앱"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PC환경에서의 사용을 기본으로 하고, 핸드폰이나 태블릿PC에서의 사용은 부가적인 요소일 뿐이었죠. 물론 핸드폰이나 태블릿으로도 노션을 정말 잘 활용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분들도 노션에서 제공하는 기능들을 100% 활용하고 계신 것은 아닙니다. 그게 잘못되었다는게 아니라, 노션에서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거든요. 노션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야 합니다. 데이터베이스는 엑셀과 비슷한 형태의, 그러나 좀더 쉽게 사용 가능한 형태의 도구입니다. 노션에서 초반에 추구해온 목표가 바로 회사원들이 어렵지 않게 사용 가능한 협업, 문서용 툴이었거든요. 아무래도 회사에서 컴퓨터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다보니, 키보드와 마우스, 넓은 화면이 기본이죠. 그러니 모바일 환경에서 나의 사용환경에 맞는 틀을 만들고자 하면 답답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핸드폰을 처음 사서 생산성앱이라는데 한번 받아볼까? 하고 무작정 받았다가 이도저도아닌 애매함에 결국 앱 삭제엔딩을 맞이하게 되죠. 만약 메모를 목적으로 사용하고 싶으시다면 저는 차라리 베어, 옵시디언같은 앱을 사용하시는 걸 좀 더 추천드려요. 간단한 투두리스트 정리용이라면 베어로도 충분하고, 좀더 강력하게 메모 문서간 연결이 필요하다면 옵시디언이 낫겠죠. 저는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해결해야하는 일정 등은 미리알림을 활용하고 있어요. 그 외에 오래 두고 볼 건 아닌 간단한 메모들은 기본 메모앱을 쓰고 있답니다. 그렇다고 노션을 메모앱으로 쓰면 안 되느냐? 그건 아니에요. 저도 창작 관련 메모들은 노션에서 쓰고 있어요. 하지만 어떤 특수한 목적이 있는 자료 수집을 위한 메모가 아니라면 다른 앱을 쓰는 것이 훨씬 편리하고 빠르고 가볍기 때문에 메모만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노션을 사용하신다고 하면 저는 그닥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네요. 노션은 J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제가 배포한 템플릿이라든지, 제가 노션을 잘 쓰는걸 보면 주변 분들이 물어보세요. 엠비티아이 J이신가요? 아니요. 저는 대문자 P(인식형)랍니다. 물론 판단형인 분들이 노션을 잘 쓰시는 경우가 많기는 합니만, 노션은 꼭 계획을 체계적으로 잘 하고 잘 지키는 분들에게만 유용한 건 아니에요. 제 주변에서는 J라고 하더라도 노션 사용이 어렵거나 번거롭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사실 노션은 계획보다는 기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더 맞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조적으로 알림, 캘린더 보기, 타임라인 등을 활용하여 일정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할일 등의 알림은 저는 별도의, 좀더 확실하고 눈에 잘 띄는 알림을 선호하는 편이라서 아예 노션 캘린더와 미리알림을 사용하고 있어요. 오히려 J라고 하더라도 기록하는걸 귀찮아하는 성격이라면 노션은 맞지 않는 툴이 될 수도 있어요. 수학적 지식이나 컴퓨터 활용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물론 다른 프로그램에서 수식을 잘 활용하던 분들이나 마크다운 등을 사용하던 분들이라면 노션을 좀 더 수월하게 사용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데이터베이스 속성에 사용되는 수식을 활용하여 여러가지 기능을 만들어내거나 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이쪽 방면에 센스가 있는 분이 좋겠죠. 하지만 노션의 수식과 데이터베이스는 개인적으로는 언어 능력을 활용하는 종목이라고 느껴졌어요. 우선 수식의 경우, 그냥 텅 빈 공간에 모든 걸 내가 다 암기하고 찾아서 만들어내야 하는 형태가 아니라, 마치 사전처럼 사용할 수 있는 수식의 명칭과 함께 설명, 예문까지 같이 나오기 때문에 내가 만들고 싶은 기능을 뚜렷하게 알고 있다면 그걸 수식으로 구현하는 건 어렵지 않거든요. 수식을 숫자를 활용한 방정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하나의 언어체계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요. 내가 구현하고 싶은 기능을 문장으로 만들어 그걸 수식으로 번역한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데이터베이스는 위에서 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엑셀에 가까운 도구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수식 작업은 훨씬 간략하고 여기에 구글문서, 캘린더 같은 기능이 추가되어있는 느낌이죠. 그래서 사무실에서 문서를 작업해본 분들이라면 간단히 작업할 수 있으니 대단한 컴퓨터 활용 능력이 필요하지는 않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노션을 쓰면 좋을까? 물론 0순위로, 노션을 직접 만져보며 어떤 기능이 있는지 파악한 분들이 노션을 쓰시는게 좋아요. 냅다 값비싼 템플릿을 구매했다가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고 환불하는 게 아니라, 일단 데이터베이스라는 녀석은 어떻게 쓰는지, 각종 블록들은 어떤 때에 활용해야 가장 좋은지 등을 알고 있어야죠. 전문가 수준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노션의 기능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남들이 쓰는 노션을 따라 쓰는게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게 뭔지를 알고 고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하는데, 그러려면 노션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답니다. 가장 기초가 되는 0순위의 조건을 제외한 노션을 사용할 분들이 갖춰야 하는 첫번째 조건은 내가 노션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냥 중구난방으로 아무렇게나 메모용으로 써야지~ 이게 아니라! 메모를 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어떤 주제로 어떤 프로젝트에 사용할 메모를 적어야지 처럼 뚜렷한 목적이 있는 분들이 노션을 오래 쓰시더라고요. 그 다음으로는 단일 목적이 아닌 여러가지 방식으로의 활용이에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일정이면 일정, 가계부면 가계부, 일기면 일기...딱 이렇게 한 가지 목적으로만 사용하실 분들이라면 다른 프로그램을 쓰시는게 좋다는 의미랍니다. 위에서 말했듯, 노션은 가벼운 앱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문서들을 여기저기 흩어놓지 않고 한 곳에서 보기 위한 용도라면 너무너무 잘 쓸 수 있지만, 단일 목적으로 노션을 쓰신다면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단일 목적이라면 이미 잘 갖춰진, 사람들이 그 목적을 위해 오래도록 기획하고 고민하여 만들어진 캘린더앱, 가계부앱, 일기앱 등을 쓰시는게 더 좋습니다. 세번째로는 주 사용 환경이 PC나 노트북+인터넷이 원활한 곳이어야한다는 점이에요. 이건 사바사일 수도 있지만, 노션은 로컬이 아닌 노션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와이파이나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으면 기기간 연동이 불가능해요. 게다가 노션의 데이터베이스는 모바일 환경에서 커스터마이징할 때 제한된 기능만 사용할 수 있어서 갑갑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모바일과 태블릿으로 노션을 쓴다고 하더라도 해당 환경은 서브로 두고 사용하는게 훨씬 편하고 좋으니 참고해주세요. 네번째로는 먼저 틀, 그러니까 체계를 갖추는 데에 부담을 느끼지 않아야 해요. 노션은 자유도가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활용하려면 템플릿을 갖추고 시작하는 게 좋아요. 처음에는 그냥 새 페이지를 추가하고 북마크를 하며 기본 블록으로도 충분히 노션을 잘 쓰지만, 노션을 오래 사용하다보면 페이지 안에 그냥 넣어둔 블록들은 결국 데이터베이스 안으로 들어가기 마련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