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명작인가, 망작인가? | 호프(HOPE)
이상한 영화가 아니라 '수상한 영화'였습니다 <호프>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만족도 불만족도 아닌, 정리가 안 된 얼굴이에요. 그리고 극장을 나오면서 다들 같은 말을 해요. "내가 뭘 본 거지?" 유튜브 후기 영상들도 결론이 신기할 만큼 겹칩니다. '장점과 단점이 같이 있는 희한한 영화다', '단점이 수두룩한데 재밌다', '볼 거면 무조건 극장에서 봐라'. 그런데 2026년 7월 20일 기준, 이 영화의 누적 관객은 212만 명입니다. 개봉 5일 만에 올해 최단 기간 200만 돌파예요. 평가는 갈라졌는데 관객은 몰리고 있는 겁니다. 명작과 망작 사이 어디쯤에서, 이 영화는 왜 이렇게 이상한 위치에 서 있는 걸까요? 왜 '이상한'이 아니라 '수상한'인가요? 두 단어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상한 영화는 만든 사람이 통제하지 못한 결과물이에요. 수상한 영화는 만든 사람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감각을 남기는 영화죠. <호프>를 보고 나서 제 머릿속에 남은 단어는 후자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영화의 빈틈은 '결함'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 빈틈들이 자꾸 '떡밥'처럼 보여요. 설명되지 않은 인물의 행동, 갑자기 끊기는 정보, 답을 주지 않고 넘어가는 장면들이 실수가 아니라 보류처럼 느껴지는 겁니다. 이게 <호프>를 둘러싼 논쟁의 진짜 핵심이에요. 같은 장면을 두고 한쪽은 "설명을 안 했다"고 말하고, 다른 쪽은 "아직 설명 안 한 거다"라고 말합니다. 텍스트는 같은데 읽는 방식이 정반대인 거죠. 장점과 단점이 왜 분리되지 않나요? 보통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는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이 나뉘어 있습니다. 액션은 좋은데 드라마가 약하다, 이런 식이죠. <호프>는 다릅니다. 같은 장면 안에 둘이 같이 들어있어요. 비무장지대 인근의 가상 마을 호포항. 크리처가 시골 마을을 부수는 와중에 추억의 스텔라 경찰차를 탄 순경이 총을 쏘며 추격전을 벌입니다.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는 그림이에요. 홍경표 촬영감독의 카메라와 극장을 압도하는 사운드에 대해서는 호평과 혹평 양쪽 모두 이견이 없습니다. 한국 영화 최초로 IMAX, 4DX, SCREENX, 돌비 시네마 네 가지 특별관 포맷을 전부 적용했고, 4DX 효과 강도는 EXP 93%로 책정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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