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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2월 4주,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몰입했던 한 주
안홍준
Mar 3, 2025
2y ago
요약
•
창업 목표를 정하고, 개발만 주구장창 했더니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라 정말 몰입이 잘 되고 재미있었다.
•
채용과 관련해서 고민이 많은데, MVP 결과를 보고 생각을 차차 신중하게 해야겠다.
•
술 먹고 필름 끊겨서 쓰레기답게 반성해보았다.
회고
주저리 주저리
이번주도 정신차리니까 일요일 밤이다..
좋게 보면 몰입할만한 생활을 한 것이고, 나쁘게 보면 고민없는 주도권 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후술하겠지만 금요일 밤에 술을 먹고 필름이 끊겼는데, 날 서있던 머리가 리셋이 돼버려서 아쉽다..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몰입했던 한 주
다른 사람의 '정석'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하니 일이 즐거워진 것 같다.
MVP 제작
저번 주에 말했듯, 제품 개발을 결심하고 내가 한 행위는 자명하게도 개발이었다.
솔직히 개발을 하고 싶어서 몸이 달아오른 것도 있었던 것 같다.
혹자는 제품을 만드는데 도움을 줄 사람을 찾거나 시장검증을 철저하게 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나는 또는 우리는 그냥 제품을 바로 만드는게 가장 편하고 쉽게 손이 가는 일인 것 같다.
완성도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결과적으로 단 5일만에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기능을 한바퀴정도 돌아갈 수 있게 구동해서 꽤 흡족했다.
위의 그림은 구글 시트에서 Url 목록을 입력해놓으면, 그걸 읽어서 상품 리뷰를 다른 시트에 저장하는 자동화 플로우 이다.
실제로 이런식으로 배치해서 실행하면 돌아갈 정도로 구현을 했고, 한 3월 말쯤에는 사용성이나 기능들을 꽤 다듬어서 MVP 정도까지는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그게 드디어 내 창업의 시작이지 않을까 싶다.
다음주에는 GPT, Claude 등 LLM 모듈 등에 대한 AI 서비스 통합을 해보려고 한다.
느낀점
팀원 H도 이번 기회에 프론트엔드를 공부하면서 풀스택으로 문제를 접근해보고자 했는데, 재밌어서 9시에 출근할 정도로 몰입하는 경험이 나로서도 같이 일하는 입장에서 정말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정도로 퍼포먼스가 나올거면, 우리가 지금까지 제품 개발 없이 시장검증을 하기 위해서 3주정도의 시간을 썼었는데, 3주 정도 시간을 개발에 투자했으면 돈받고 팔만한 MVP가 나왔을 것 같아서 아쉽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잘하는 무기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잘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싸우기 시작하니 장점을 살리기가 어려워 어영부영 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물론 무턱대고 제품개발부터 해서 낭비한 시간과 경험도 많긴 했었다.)
창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이, 나에겐 당연한것이 남들에겐 당연하지 않고, 정답은 아무도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남들이 '스타트업이라면 이런 것을 해야해'라는 것을 보고 두려움을 느껴서, 무턱대고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예를들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1주일 만에 랜딩페이지를 만들어서 광고비에 50만원 정도를 태우고, 반응을 확인하고, 반응이 얼마 이상이면 제품을 만들어보는 국룰 같은 것이 있다고 들었다.
이런 방식은 우리가 몰입할 수 있는 방식도 아니거니와 설령 결과가 잘 나와도 우리에게 큰 효용을 주지는 못한다.
나는 반응이 엄청나게 폭발적이면 모를까, '고작 약간의 광고로 사람들의 클릭이 유도되는 것이 제품을 실제로 쓰는 것과 무슨상관이지?' 같은 생각이 들며 공감이 안간다.
그래도 이런 정석적인 방식을 어기는 것에 대한 결과를 나중에 또 되보면 정석엔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몰입할 수 있는 역량과 대상을 찾는 데에는 지금까지 시행착오를 겪은 과정이 큰 것 같다.
지난주 회고를 쓸 때 시도했던 여러 사업을 되돌아보며 했던 생각은, 지금 보니까 이거 이렇게 할 수 있겠네? 아 이게 내가 공감이 안갔네? 같은 것들 이었다.
만약 시간을 돌려서 처음부터 이 아이템에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이었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당시 참여하던 멤버의 반대도 있었을 것 같고, 역량적으로 어떻게 구현해야하는지 몰라서 우왕좌왕할 것 같고, 사업적으로 어떻게 이걸 실현할지 구상도 잘 떠오르지 않아 흐지부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고 (Cursor 사용기)
원래 나는 IDE로 VSCode를 애용하는데, 팀원의 추천으로 Cursor를 써보았고 경험이 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Cursor는 쉽게 말하면, VSCode에서 사이드바로 지금 코드에 대한 질의를 LLM으로 가능한 서비스인데 나는 Claude와 연동해서 썼다.
사실 코드 자체에 대한 질의는 복사 붙여넣기를 덜해도 된다는 장점 정도만 나에게 유의해서 그냥 Claude와 큰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가장 큰 효용을 주는 것은, 자동완성인데 이것이 상당히 편하다.
어떤 원리인지 수정하고 있으면, 적절히 자동완성을 시켜주는데 굉장히 많은 반복작업을 줄여줘서 매우 유용한 것 같다.
채용
고민
지난주부터 슬슬 우리도 채용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과 논의를 자주하고 있다.
겸사겸사 이번 주부터, 내 과동기가 곧 박사졸업을 하는데 파트타임으로 스타트업 경험을 쌓아보고 싶다고 하여 일을 주기 시작하였다.
사실 제품 개발적으로는 풀타임이 아니면 거의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 것이라 생각해, 수행하고 있는 R&D과제에 대한 역할을 넘겼는데, 이로인해 어떤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영입할지 참 고민이 된다.
원래는 풀타임으로 같은 공간에서 같은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런 사람이 다음에 올 사람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엔 내 이상과 현실적인 문제 사이에 대해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가 문제인 것 같다.
원래 내 이상적인 채용관은,
자기객관화 능력이 뛰어나서 솔직한 피드백을 잘 주고 받으면서,
급여도 적고 워라밸도 박살나고 성공할 확률도 낮은 스타트업에서 같이 으쌰으쌰하면서 열의를 가지고 재밌게 일을 하면서,
능력적(경력적으로는 x)으로도 뛰어난 사람인데,
사실 엄청 쉽지않은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내 팀원은 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서 더 유지하고 싶긴 하다.
하지만 최근 내가 하고자하는 바가 명확해지고, 일손은 모자라는것 같고, 회사의 수명도 신경쓰이는 시점에서, 적절히 필요한 사람들을 쉽게 뽑고 싶어하는 심리가 커져가고 있다.
팀원들과도 이런 대화를 오랜 시간 나누어서 내가 생각이 이렇게 바뀌어가고 있음을 자각했다.
팀원들도 여전히 같이 열의를 같고 으쌰으쌰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했다.
투자사 대표님과의 대화
마침 이번주에 투자사 대표님을 보는 날이 있어서, 관련한 고민을 나누었다.
간단히 요약하면, 투자사 대표님은 사람을 필요하다고 뽑는 것 보다는 훨씬 신중하게 뽑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셨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몇개 정리해보면,
1.
교토세라믹을 만든 이나모리 가즈오의 이야기를 하며, 가즈오는 사람을
'가연성 인간'과 '불연성 인간'
으로 나눈다고 하였다.
가연성 인간은 일을 하다가 남이 불을 붙히지 않아도/약간만 붙혀도 스스로 불타오르는 사람을 말하며,
불연성 인간은 아무리 옆에서 불을 붙혀도 불이 붙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가즈오는 불연성 인간은 멀리하고, 가연성 인간이 있으면 반드시 같이 일하자고 했다고 한다.
2.
거기에다가 사공이 많아지면서 오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문제도 있다.
스타트업의 시도는 절대 논리적으로 확실할 수 없기 때문에,
직관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되고, 서로의 직관은 다를 수 밖에 없기에
사람이 많아지면 생기는 의사결정에 대한 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지금이야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라고 하면, 팀원들은 믿어주고 잘 안되더라도 아 내가 틀렸네를 할 수 있기에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말씀이신 것 같다.
3.
권장하는 사항은 실질적인 '사업적 지표'가 보이기 시작할 때 라고 한다.
몸집이 비대해질 수록 우리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피보팅을 과감하게 하기가 어렵다고 하시면서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표가 나오기 시작할 때가 조금씩 충원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결론
잘 모르겠는데, 3월 말쯤에 MVP 출시해보면 사업적인 지표도 나올 것 같고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열의를 갖고 풀타임으로 참여해줄 사람을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내 느낌상 지금 아이템이 꽤 우리팀의 최적점이기 때문에 아마 내 방황의 종착지가 되지 않을까 싶은 확신이 드는데, 최소한 25년에는 이 아이템을 계속 민다고 다짐도 하였다.
아마 늦어도 6월 전에는 지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2분기 동안 상황을 보아가면서 좋은 사람을 모색해봐야겠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경력과 분야를 막론하고 저랑 잘 맞을 것 같은 분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다만 너무 조급하지는 않아야겠다. 팀이 주는 효용은 초기 스타트업이 줄 수 있는 큰 가치가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알쓰의 후회
사실 이게 지금 내 생각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배경
이번주 금요일 저녁에 정말정말 예외적으로 내가 먼저 술 마시자고 제안한 약속이 있었다.
지금은 심사역으로 있으신 분이시고, 서울대 창업프로그램에 지원하다가 커피챗을 하며 인연이 닿았던 분인데, 공교롭게도 나랑 동갑이자 내 고등학교 후배의 전남친이었던 재미있는 관계였다.
사고방식이 나랑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았다. 심상속 이미지를 언어로 구체화하는 과정으로 프로세스가 이루어진다고 보였고, 매사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유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친해지고 싶어 술을 먹자고 하였다.
근데 문제는 내가 술을 너무 빨리마셨나? 아니면 상대가 술이 너무 센건가? 싶은데, (둘다 맞는 것 같긴한데..)
사실상 거의 1차에 반 죽음 상태로 나가서 2차에서는 거의 기억이 드문드문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아 근데 진짜 술 잘마시더라.. 나도 어디가서 잘 안 지는데..
아무튼 나는 그렇기에 사유를 즐길 새가 없이 취기에 지능은 낮아지고,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기억도 잘 안나는 불상사를 맞게 되었다.
후회
나는 술 자제를 진짜 못해서, 아예 술 적당히 마시거나 필름 끊길때 까지 마시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은데 이번에 특히 반성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1.
좋은 사람과의 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고, 기억을 잘 못해서 더 아쉽다.
2.
필름 끊기면 24-48시간은 아무것도 못하겠다.
3.
한번 필름이 끊기면 창업으로 시퍼렇게 서있는 날이 무뎌져서 멍청해지고 우울해진다.
일단 술을 마시면 다음날 지장이 와서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어하긴 하는데, 특히 필름이 끊기면 요새는 거의 이틀을 내리 멍청한 상태로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숙취가 있으면 지능&연산능력이 낮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여담이지만, 나는 주량은 그래도 작진 않은데 주량에 비해서 아세트알데히드→아세트산 전환을 너무너무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필름이 한 번 끊기면 나는 재미있게도 원초적인 나(?)로 돌아가게 된다.
뭐랄까 그냥 평소에 가지고 있던 총명함도 없어지고, 날섬도 없어지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는거 좋아하고, 게임하는것에 거리낌이 없어지는(?) 느낌이랄까...
태어난 본성에 가장 가깝게 행동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화나는 것은 이번 주를 보내면서 정말 창업&개발에 대한 날을 시퍼렇게 세워놓았는데, 그게 좀 풀려버렸다..
회고라 하지만 그냥 하소연인 것 같긴한데 있는 심정을 그대로 써놓으면 나중에 볼 때 후회라도 하겠지 싶어서 쓴다.
다짐
술을 안마시겠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최소한 필름이 끊길때까지는 마시지 말자.
정량적인 기준으로는 딱 소주 2병, 맥주 2000cc 이상을 마시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마시는 것도 좀 대화하면서 천천히 먹어야할텐데, 가끔 이렇게 술 없는 삶을 살다가 고삐가 풀리면 자제가 안될 때가 있다. 우선 이를 인지하는 것 부터 시작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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