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니 입술이 말라붙어 립밤을 칠한다. 계속. 그런데도 사워를 하거나 림밤 후 좀 있으면 항상 불어터져 있는 입술 껍질을 본다. 그리곤 어차피 뜯겨나갈 걸 알기에, 또한 뜯어내는 것이 재미있기에 항상 입술을 잘근잘근 씹거나 손으로 문질문질 때낸다. 다시 립밤을 바란다. 그럼 하루가 다 지나기 전 다시 원위치에서 입술 껍질은 말라붙어있다. 입술에만 힐링팩터가 있는 건가... 진짜 무지하게 뜯는데도 무지하게 생겨난다. 내가 가장 싫어하지만 '나의 모습'이지만 가장 빠지기 쉬운 '나의 모습'인 '동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입술을 뜯으면 검지 손가락에 굳은살이 배기고 피가 나기도 한다는 걸 알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립밤을 열심히 바른다. 동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내면 도달하기로 한 떳떳한 노력에 실패하고 후회할 것을 알기 때문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접촉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막으려 노력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시 입술 껍질이 두꺼워지고, 부하게 뜨는 것을 느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시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픈 욕구가 올라온다. 그러다, 어쩌다가 이빨에 껍질이 걸리거나 껍질이 손끝에 만져질 때면 어느샌가 모조리 껍질을 때버린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어쩌다가 강의 영상이나 링크를 타고 들어가 유튜브를 사용해야 할 때면 어느샌가 쇼츠로 수 시간을 태워버린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입술에 피가 난다. 나는 시간을 흘려보냈음에 후회한다. 그리고 다시 립밤을 바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유튜브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설계하고 다짐을 굳게 먹는다. Da Ca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