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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물로 된 불인 것 같다

말 걸지 말아라.
나무의 큰 키는
하늘 높이 사무쳐 오르다가 돌아오고
땅 속 깊이 뻗혀 내려가다가 돌아온다.
나갈 곳 없는
나무의 중심은 예민하겠다.
도화선 같겠다.
무수한 이파리들도 터질 듯 막
고요하다.
누가 만 리 밖에서 또 젖고 있느냐
비 섞어, 서서히 바람 불고
나무의 팽팽한
긴 외로움의 끝에 와서 덜컥,
덜컥, 걸린다.
슬픔은 물로 된 불인 것 같다.
저 나무 송두리째
저 나무 비바람 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른다.
나무는 폭발한다.
슬픔은 물로 된 불인 것 같다, 문인수
"말 걸지 말아라"
조금은 외로울지도 모르겠다. 가족도, 동료도, 연인도 마음이든 몸이든 떠나있는 시기인 것 같아.
"하늘 높이 사무쳐 오르다가 돌아오고 / 땅 속 깊이 뻗혀 내려가다가 돌아온다"
발버둥쳐본다. 어딘가 길이 있겠지. 새로운 투자처를 찾든, 아이템을 찾든, 동료를 찾든...
"나무의 중심은 예민하겠다 / 도화선 같겠다"
신경이 날카롭다. 별것 아닌 일에도 감정이 폭발한다.
"무수한 이파리들도 터질 듯 막 / 고요하다"
성장하고 있는걸까. 성장하고는 싶은걸까.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적다.
"누가 만 리 밖에서 또 젖고 있느냐 / 비 섞어, 서서히 바람 불고"
다들 비슷하게 살더라, 더 고통스럽게 살더라.
근데 그거 알아? 비는 물이야. 나무에겐 물이 필요해.
"슬픔은 물로 된 불인 것 같다"
슬픔은 물처럼 흘러가다, 불처럼 타오른다.
슬픔이 물로 된 불이라면, 행복은 아마 불로 된 물일거야.
행복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다. 행복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아.
행복은 아마 불처럼 타오르다가 어느순간 물처럼 유유히 흐르는거야.
"저 나무 송두리째 / 저 나무 비바람 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 타오른다 / 나무는 폭발한다"
타오른다는 게 뭘지 한참 고민했다. 이파리가 피어나는 모습이 떠오른다. 성장통.
그 순간이 아마도 가장 뜨거운 푸른 불꽃. 언젠가는 가을이 오고, 붉게 빛나는 시기도 있겠지.
한성 30년 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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