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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인

질문 14. 당신의 의도는 무엇인가요?
인간은 상상의 동물이다. 보통 온갖 나쁜 상상과 안좋은 상상을 하기 마련이다. 질문, 특히 생각해보지 않은 어떤 것에 대한 질문은 공격으로 느껴진다. 최대한 공격으로 느껴지지 않기 위해 질문을 의도를 덧붙이는 습관을 들이려한다. 상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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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3. 선택이란게 존재하나요?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은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이유를 묻고 답할 수 없는 것과 있는 것 주어지는 것과 만들어가는 것 예컨데, 호감과 사랑. 만남과 인연. 죽음과 생명. 따위의 것들을 떠올립니다. 그 과정이 수없이 많은 실수로 점철될지라도 그 길의 끄트머리에 쓸쓸한 그늘이 드리울지라도 그럼에도 우리 걸음은 남아있으며, 그것이 멈추지 않는 한... 또 다른 길로 우리를 이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2023.02.14. 2년 전 최동인.
질문 12. 기념일을 챙기나요?
정말 안챙기는 편(이었어요) 그래도 최근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어 나누고자 합니다.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것들은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고, 무언갈 기념한다는 것은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입니다. 기념일은 의미있는 날을 만든다는 것이겠죠. 의미있는 날들이 모여 보다 의미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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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1. 사랑해요?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다." 페데리카는 내 얼굴도 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감각. 사랑하는 사람이 미운 날이 있다. 상상.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생각. 가슴이 아팠다. 아, 이 사람은 내 가슴 속에 있구나. 그 사람만 아는 나, 나만 아는 그 사람. 그 사람이 사라지면 내가 사라진다. 내가 사라지면 그 사람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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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0. 10 = 3X3 +1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저희가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저희가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 전도서 4장 9-10절 딱 세번째 작심삼일. 언제쯤 습관들려나. 아직은 힘겨워. 오늘도 메가 10잔. 소중한 치킨 한마리. 모두 카페인 중독 조심. 요즘 너무 정신 없다. 조금 세팅되고 안정화되면 밤안새고 자기 전에 심지쓰면 될 것 같아. 끝까지 할거야. 내가 시작한 일이니깐, 심지 글들이 재밌으니깐, 나만의 책을 쓸 거니깐, 아들에게 선물해줄거니깐, 30년 뒤에 다같이 볼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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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9. 뭐가 두려워요?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 태양보다 냉철한 뭇 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이탈한 자가 문득, 김중식 도망가거나 쫓아가거나 아버지를 존경합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정의와 상식을 지켜온 삶. 사회의 존중과 인정, 누구도 무시 못할 권력, 안정적이며 높은 수입. 모든 것을 갖추었기에. 이 길이 제 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랬던 길이 어느순간 멍에가 되어 목을 죄어왔습니다. 이제 이 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든 증명해내야만 한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군대가기 전, 3-5년 정도가 저에게 있을겝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다른 증명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창업자들은 대단한 이야기를 풀어놓곤 합니다. 사업을 시작한 계기, 나만의 동기, 저에게 그런 멋드러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도망치고 싶을 뿐이고, 도망치기 위해 증명해야할 뿐이며, 그렇게 여기로 흘러들어오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금 어디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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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8. 어떤 사람과 함께하고 싶으세요?
파란 호수 같은 눈, 푸른 초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눈. 이따금 구름이 흘러가며 비친다. 새의 그림자까지 또렷이 비친다. 아름다운 눈을 가진 사람을 많이 만나 보고 싶다. 여학생, 다자이 오사무 입맞춤보다 눈맞춤을 통해 더 많이 알 수 있습니다. 눈을 반짝이며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좋아요. 사람에 대해 무수한 기준을 세웠던 적이 있었는데, 다 쓰잘데기 없더라구요. 지하철에 타면 눈이 죽어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요. 초점을 잃고 멍하니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는 눈. 저의 눈은 여러분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궁금합니다. 제 눈만큼은 어떤지 알 수 없어 슬프고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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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7. 어떤 이야기를 쓰고싶으세요?
저는 토론의 달인이 아닙니다. 그러나 매번 실제로 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토론에서 지지 않도록하기 위해서 저의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을 많이 참아야 했고 또 편한 길을 많이 포기하고 어려운 길을 걸었습니다. 제가 어떤 토론에서 이긴 일이 있다면 저는 제 스스로 살아온 삶의 밑천을 가지고 하나하나 삶으로서 증명하고 대화했기 때문에 제가 누구하고도 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말재주로 이겼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2003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 중. 노무현 이야기에도 수준이 있습니다. 1단계는 이미 알려진 사실을 반복하는 이야기입니다. 2단계는 1단계의 사실을 뒷받침하는 논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3단계는 2단계의 논리들 중 서로 상충하는 논리를 비교하며 비판하고 토론하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단계는 3단계에서 자신이 주장하는 바의 근거를 자신의 삶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낸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을 제외하고는 모두 쉬이 대체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을 해내는 업은 창업, 정치, 연구 세가지인 것 같습니다. 저만의 이야기를 증명하는 삶을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어제는 드디어 제가 증명하고 싶은 이야기의 1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참치상사'를 통해 전세계 정치 시스템과 문화가 바뀌리라 생각합니다. PS. 작심삼일X2, 정확한 시간 계산에 스스로 놀랐습니다. 구차한 변명은 48시간 연속으로 미팅을 준비하고 어제 저녁 쓰러져버렸습니다. 상대였던 이준석 의원의 근 10년 내 모든 연설과 토론을 4배속으로 머리에 때려넣었습니다. 글을 쓰는 시간을 바꿔야하나 고민입니다. 커피 맛있게 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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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6. '멀티태스킹'이 가능할까?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악수(握手)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至今)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 수 없으니퍽섭섭하오 거울, 이상 안된다. 절대 안된다. 도저히 몰입할 수가 없다. 일이 양적으로 많은 것보다는 질적으로 다양한 것이 스트레스다. 다양한 가치관을 꾸며낸 가면을 쓰면 더욱 큰 자괴감이 든다. 심지에서조차 기록으로 남겨둘 수 없음에 가슴이 답답하다. 소설속 이중, 삼중 스파이들은 이런 삶을 살았던 것인가. 부모님도 내가 뭐하고 사는지 모를 거다. 동희가 자주 이것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한다. 마치 통달한 사람인냥 이야기한다. "게임이라고 생각해" 그게 되겠냐 ㅋ 단순한 세상에서 단순하게 살아간다는 건 큰 축복이야. 다양성 속 자유는 인간을 괴롭게 만들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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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5. 뭐하세요?
어떤 책이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성공을 거두었 다고 해봐야 한철의 성공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다 책을 산 독자에게 그 저 몇 시간의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 또는 여행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 해 저자가 얼마나 많은 애를 썼으며, 얼마나 쓰라린 체험을 하였고, 얼마 나 골머리를 앓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서평들을 통해 판단해 보건대, 이 들 책 가운데에는 심혈을 기울여 쓴 좋은 책들이 많다. 구상에 고심한 책 도 많다. 심지어는 평생의 노고를 바친 책들도 있다. 내가 여기에서 얻는 가르침은 작가란 글쓰는 즐거움과 생각의 짐을 벗어버리는 데서 보람을 찾아야 할 뿐, 다른 것에는 무관심하여야 하며, 칭찬이나 비난, 성공이니 실패에는 아랑곳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말이라는 것은 세상에 없다. 옛 도시 니네베가 그들의 위업을 하 늘 높이 쌓아올렸을 때 새로운 복음은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렸던 것이 다. 말하는 당사자에게는 자못 새롭게 여겨지는 용감한 말도 알고 보면 그 이전에 똑같은 어조로 백 번도 더 되풀이되었던 말이다. 추는 항상 좌 우로 흔들리고, 사람들은 같은 원을 늘 새롭게 돈다.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뭐하세요? "뭐하세요?" 오전의 전사 회의에서는 지난달을 돌아보며 이번달의 긍정적인 전망을 답합니다 "뭐하세요?" 오후의 영업 전화에서는 당신은 어떤 역할인지 묻는 이에게 답합니다 "뭐하세요?" 저녁의 TLDR 모임에서 새로운 사람들에게 답합니다. "뭐하세요?" 새벽 1시 새로운 팀원으로 합류할 수 있는 이에게 답합니다. "뭐하세요?" 새벽 3시 구글폼 신청을 하며 마지막 질문에 정성껏 답합니다. 같은 질문에 10번도 넘게 답해야하는 하루는 곤란합니다. 답변 대상과 스케일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럴듯하게 답하고자 하루종일 혀를 비틀어댔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오랜기간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헤맸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 같은데, 아무도 안하는 일이 뭘까... 조금은 실마리를 찾은 것 같습니다만, 아직 뚜렷한 성과 하나 없습니다. 아니, 아직 성과가 무엇인지, 성공이 무엇인지조차 정의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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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4. 작심삼일하는 사람이 꾸준함을 유지하려면?
지금 시간은 5시 54분, 약속한 시간 새벽 3시를 훌쩍 넘겼군요. 놀랍게도 (놀랍지 않게도) 저는 아주 유명한 작심삼일러입니다. 제가 3일, 3번 이상 무언갈 꾸준히하는 것을 목격하셨다면 축하드립니다. 최동인의 인생에서 1년에 1번 있을까말까한 아주 귀한 장면을 목격하셨습니다. 바로 어제 미움에 대해 썼습니다만, 저는 저의 이 미루기 습관을 가장 혐오합니다. 보통 아주 사소한 스트레스와 바쁜 일정으로 무언갈 미루게되고, 이 미룬 시간이 길어집니다. 타인의 가슴과 머리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마음 졸이고, 제 머릿속 타인이 저를 미워하는 상상을 합니다. 매분, 매시간, 이 마음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저는 스스로를 미워하게되어 이 모습으로부터 더욱 도망치고자 합니다. 어떻게 끈기있게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첫째. 작심삼일 X 무한반복하기 : 작심삼일을 10번 반복하면 30일이 되고, 100번 반복하면 300일이 됩니다. 작심삼일을 반복할 수 있는 장치와 계기를 마련해두려고 합니다. 오늘 글을 마무리하고 커피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둘째. 1회 부담감이 적게 만들기 : 지난 3일의 글쓰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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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3. 미움이란?
아름다움과 미움의 관계에 대해 어제는 아름다움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름답다. 알면 좋을 것 또한 아름답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다. 우리가 사랑하지 않는 것들은 모름다운 것들이다. 그렇기에,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닌, 무관심일 것이다. 여기까지가 어제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미움은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子曰(자왈) 躬自厚而博責於人(궁자후이박책어인) 則遠怨矣(즉원원의) 공자가 말하기를 “자신의 잘못을 책하기를 후하게 하고 남의 잘못을 책하기를 적게 하면 원망이 멀어질 것이다" 논어 위령공편 15장 저는 '최동인'으로부터 도망치는 법을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저는 스스로만 아는 추악한 면을 혐오하기에, 이 세상 누구보다도 최동인을 미워할 것입니다. 땅바닥에 머리를 박아 숨기면 세상으로부터 숨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날들이 있습니다. 그때는 세상이 나라는 것을, 결국 나 자신으로부터 숨지 못해 들통나리란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이따금씩 부족함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그저 도망치고 미루는 습관이 도지곤 합니다. 첫 사업을 말아먹던 날도 그랬고, 학생회장에서 탄핵된 날도 그랬고, 봉사를 이어가지 못한 날도 그랬습니다. 참치와 심지가 이 도망의 목록에 추가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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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2. 미美 란?
미는 아름다움입니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글자 그대로 '앎'입니다. 미가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은 미가 바로 각성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에 대하여 사회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각성하게 하는 것이 아름다움이고 미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름다움의 반대말은 '모름다움'이라고 술회합니다. 비극이 미가 된다는 것은 비극이야말로 우리를 통절하게 깨닫게 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얇은 옷을 입은 사람이 겨울 추위를 정직하게 만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 아름다움'이란 뜻은 '알다' '깨닫다'입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세계와 자기를 대면하게 함으로써 자기와 세계를 함께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담론, 신영복 아름다움...앎다움... 여기서 '다움'은 ‘특성이나 자격이 있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므로 (표준국어사전) 아름다움은 알만한 특성이나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 특성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는 것을 뜻하고, 알 자격이 있다는 것은 알면 좋을 것을 뜻하리라 해석했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름답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간다. 개인의 인지적 한계는 수십만년간 그대로인 반면, (미래의 독자들을 위해, 이 글은 일론머스크의 뉴럴링크가 상용화되기 전의 시점에 쓰인 글이다.) 인류 전체, 나아가 인류가 만든 AI는 기존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정보를 생산해내고, 이순간에도 각 분야의 극단에서 매시간, 매분 혁신과 새로운 발견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부끄럽게도 내가 매일 사용하는 기술 중 그 어느것 하나도 온전히 알지 못한다. 나는 이것들로부터 소외되는 것이다. 나는 이것들이 생산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그 결과물에 대해서도 온전히 접근할 수 없다. 요즘 매주 토요일마다 현광훈 마이스터의 공방에서 시계를 만들고 있다. 시계 나사와 태엽과 뼈대를 하나씩 하나씩 황동과 철 덩어리로부터 깎고 다듬으며 내가 매일 수십 수백번은 사용하는 시계에 대해 처절하 무지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며 내가 만들고 있는 시계가 아름다움을 느낀다. (여전히 더 복잡한 아날로그 시계, 혹은 디지털 시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거의 완성되가는 시계 ㅎㅅㅎ 누군가 '아이폰'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하겠지만, 그는 정작 그가 이용하는 아이폰의 그 어느것 하나도 알지 못하는 채로 아름답다고 이야기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애플 아이폰의 수석 엔지니어가 아니라면) 우리는 모르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하는가? 아니다. 알면 좋을 것 또한 아름답다. 보라, 이렇게 쥐뿔도 모르면서 (반)영구적인 글로까지 싸지르는 사람을 보고있지 않은가? 질문을 던지고 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생각한다고 자기합리화를 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설령 내가 그것에 대해 평생 알 수 없을지라도. 구도가의 길을 걷는 이들, 종교를 가진 이들이라면 이 말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눈치가 빠른 이들이라면 느꼈겠지만 순환논증에 빠지고 말았다. 알면 좋을 것이 아름다운데, 결국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가 같은 대상에 대해 같은 정도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않는 것에서 모든 인류의 갈등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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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 나는?
세상이란 게 도대체 뭘까요. 인간의 복수일까요. 그 세상이란 것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무조건 강하고 준엄하고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하면서 여태껏 살아왔습니다만, 호리키가 그렇게 말하자 불현듯 "세상이라는 게 사실은 자네 아니야?"라는 말이 혀끝까지 나왔지만 호리키를 화나게 하는 게 싫어서 도로 삼켰습니다. '그건 세상이 용납하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네가 용서하지 않는 거겠지.' ‘그런 짓을 하면, 세상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세상이 아니야. 너잖아.’ ‘머지않아 세상에게 매장당할 거야.’ ‘세상이 아니야. 매장하는 것은 너잖아?’ 이때 이래, 저는 ‘세상이란 개인이 아닌가’라는 이상적인 관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세상 = 나. 세상은 나이고, 나는 세상입니다. 제 눈에 보이는 세상, 귀에 들리는 세상, 머리에 이해되고 상상되는 세상만이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죽음이 슬픈 이유에 대해, 사랑하고 미움받는 것에 대해, 내/외부의 존재에 대해, 묻고 묻고 또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답하다 보면 결국 모든 것은 나로 귀결됩니다. 과학도들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모든 학문은 결국 개인에 대한 탐구입니다.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종 중 한 개인으로 한정된 지능과 방법으로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질문이 중요한 것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이자 나중이며 언제나 존재하는 질문이 "나는?"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면 나에 대해 알 수 없으며, 나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면 세상에 대해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여러분과 공유할 수많은 질문은 결국 "나는?"이라는 질문의 무수한 변형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첫술에 배부를 생각은 마시고 편하게 이 지루하고 긴 이야기의 첫줄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질문을 통해 내가 보고 듣고 이해하는 세상을 넓히고 싶습니다. 세상에 대해, 타인에 대해, 나에 대해, "이건 어째서 이럴까? 음? 왜? 어떻게?"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고 탐구하며 이해할 수 없거나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을 끊임없이 뒤지는 습관이 있습니다. 때론 공격적으로 발현되서 고민되기도 하는 부분입니다만,평범한 머리에, 빈약한 노력을 하지만, 무언갈 관찰하며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고, 질문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것을 25년 인생의 자랑으로 여겨왔습니다. 한성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깐, 물어도 물어도 계속 새로운 분야와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 매번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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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영업 DM을 보내다 22개월 전 나를 발견했다.
INTRO 정치와 창업에 관심을 가지다가 정치 창업을 하게 된게 웃겼다. 내 나름의 답을 찾아낸 것 같아 기특하기도 하고, 그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한번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2022년 03월 01일 01시 01분 : 방황하는 가능성 2022년의 나는 창업과 정치의 경계에서 길을 찾고 있었다. 창업의 혁신과 정치의 영향력 사이에서 "두 업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직감을 가졌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막막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스스로의 선택이 옳은지에 대한 의심은 늘 나를 따라다녔다. 그때의 나는 고민과 불안 속에서 질문을 던졌다. "내가 문제를 발견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질문에 답하기에는 경험도, 자신감도 부족했다. 여러차례 읽어봐도 요지가 잘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뭉툭한 문제의식과 방향성이 담긴 질문이다. 2022년 - 2024년 : 시행착오 첫 번째 / 두 번째 창업 "핵심에 집중하자." 지나치게 많은 사람과 협력하려다 혼란에 빠졌고, 작은 아이디어와 사람에 대한 과신으로 길을 잃었다. 핵심 가치를 빠르게 검증하고, 필요 없는 요소를 과감히 배제하는 법을 배웠다. 경영대학 학생회장 탄핵 "아이디어는 아무것도 아니다." 수평적 리더십과 스타트업식 운영을 시도했지만, 팀워크와 소통의 부재로 실패했다. 리더로서 팀원들과 신뢰를 구축하고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나누는 것을 고민하게 되었다. 총선 캠페인과 참치상사 "진짜 문제는 현장에 있다." 새벽까지 스파이더맨 쫄쫄이입고 선거운동을 하며 현실의 정치를 배웠다. 문제에 대한 답은 현장에서 검증되고 발전된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득하고, 불확실성 속에서도 빠르게 실행하고, 실패로부터 배우는 법을 익혔다. 2025년 01월 01일 : 위기 = 기회 대한민국의 사회적, 정치적 혼란 속에서 창업자로서의 기회를 발견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회를 포착하고,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2년 동안의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가지고 있다. 혼란 속에서도 길을 찾고, 실패를 통해 성장하며, 명확한 목표와 실행력을 갖춘 도전자가 되었다. 이번 기회를 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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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면 썩어요
다들 잘 지내셨나요? 저는 고여있었습니다. 혼자 구석에 박혀서 시간죽이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조금은 그렇게 있어도 되지 않을까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하는 일이 없으니 심지에 기록하고 공유할 것들이 없더군요. 사실 핑계구요. 저에게는 지독한 미루기 습관이 있습니다. 말로는 해야지 하고 결국 하지 않는 오랜 습관입니다. 지난주에도, 지지난주에도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결국 안해버린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구요. 사실 좀 많이 부끄럽네요. 제 글을 읽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모임을 만들었던 사람이 이렇게 한달동안 불성실하게 참여하다니. 스스로에게, 그리고 저를 통해 모여주신 여러분들께 부끄러웠습니다. 벌금은 꼭 내겠습니다. 고여있는 동안 고민한 고여있지 않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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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습니까 휴먼?
不狂不及 불광불급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않는다. 미상 참 좋아하는 문장이다. 우리말로 읽어야 맛이 사는 사자성어. 시작부터 지켜봐온 이들 중 가장 멀리 나아간 이의 조언. 미치도록 무언가를 갈구하지 않은 사람은 결국 진정으로 미치지 못한다. 정말 후회없이 최선을 다했다는 만족감에 이르지 못한다는 의미. 결국 포기할 때는 포기하더라도, 돌아갈 때 돌아가더라도, 죽을 때 죽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은 진정으로 미쳐보았는지에 대한 자문이다. 나는 지금껏 적당한 삶을 살았다. 적당히 하고, 적당히 인정받고, 적당한 부러움과 인정 속에서, 적당히 변명하며. 이번 사업도 마찬가지. 적당한 투자자, 적당한 노력, 적당한 인정, 적당한 성과, 적당한 안정, 적당한 협상. 그래서 또 함께하던 사람이 떠난다. 잡을 명분이 없다. 나였어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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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의 변증법
흔히들 헤겔의 변증을 이야기할 때, 정-반-합 혹은 즉자-대자-즉자대자 개념에서 시작한다. 어떤 개념이 정의/규정되는 순간, [[즉자]]가 된다. 어떤 추상성이 우리의 머리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까만색 잉크가 나오는 것이 펜이다." 동시에 [[스피노자]]가 이야기했듯, 규정은 곧 부정이다. 따라서, 정의되지 않는 것, [[대자]]를 떠올린다. "그럼, 빨간색과 파란색 잉크가 나오는 것은 펜이 아닌건가?" 시간이 지나, 이 개념들이 합일됨을 깨달아 [[즉자대자]]가 된다. "아니, 사실은 다 펜인거야." 정반합은 충돌과 상승의 개념이 아니라, 추상성에서 구체성으로 이행하는 풍부화인 것이다. 어떤 뚜렷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기 보다는, 존재와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다. 창업을 하며 이와 같은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고 있다. 어떤 거대한 문제에 대해, 이것이 답이로구나 하고 머리가 탁 트이는 순간들이 있다. 이때의 전율, 확신, 상상은 매우 즐겁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의 경우, 인식이 흐릿하기 때문에 생긴다.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모델링한 나머지, 뒤따르는 해결 또한 깊이가 없는 것.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실제 시장에서 문제를 겪고있는 고객들을 만나고,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며 무수히 많은 부수적 문제에 부딪힌다. 이전에는 이런 문제들이 대단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거쳐야하는 지루하고 불필요한 과정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조금씩 이 과정을 거치며 사람들과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것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중이다.
슬픔은 물로 된 불인 것 같다
말 걸지 말아라. 나무의 큰 키는 하늘 높이 사무쳐 오르다가 돌아오고 땅 속 깊이 뻗혀 내려가다가 돌아온다. 나갈 곳 없는 나무의 중심은 예민하겠다. 도화선 같겠다. 무수한 이파리들도 터질 듯 막 고요하다. 누가 만 리 밖에서 또 젖고 있느냐 비 섞어, 서서히 바람 불고 나무의 팽팽한 긴 외로움의 끝에 와서 덜컥, 덜컥, 걸린다. 슬픔은 물로 된 불인 것 같다. 저 나무 송두리째 저 나무 비바람 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른다. 나무는 폭발한다. 슬픔은 물로 된 불인 것 같다, 문인수 "말 걸지 말아라" 조금은 외로울지도 모르겠다. 가족도, 동료도, 연인도 마음이든 몸이든 떠나있는 시기인 것 같아. "하늘 높이 사무쳐 오르다가 돌아오고 / 땅 속 깊이 뻗혀 내려가다가 돌아온다" 발버둥쳐본다. 어딘가 길이 있겠지. 새로운 투자처를 찾든, 아이템을 찾든, 동료를 찾든... "나무의 중심은 예민하겠다 / 도화선 같겠다" 신경이 날카롭다. 별것 아닌 일에도 감정이 폭발한다. "무수한 이파리들도 터질 듯 막 /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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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에게 가는 길은 길었어요...하지만 한 번 걷기 시작하면 끝까지 걸어야 하죠."
일이 생겼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었다. 그래서 회사에도 가지 않은 날들이 있었다. 그래도 의자에 앉았단 걸 위안으로 삼았는데 말야. 아, 잊고 있었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지난번 지불한 값이 충분치 않았던 걸까. 등가교환의 법칙. 오후에 이르러서야 하루를 시작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 불편한 감정과 스트레스는 정확히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아빠의 세컨폰을 받아야 했다. 오늘은 방으로 도망치지않고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사업비 정/추산을 마무리해야 한다. 나의 책상 위 영수증이 묘지와 같이 널부러져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존재했으나 존재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물어야겠다. 허준이 교수의 졸업식 축사를 읽었다. 20대 초반을 길 잃음의 연속이라 추억한다. 30대에 길을 찾은 것으로 인정받은 누군가의 이야기. 나에게 길이란 무엇이고,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가. 일생의 3만 일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며, 그 중 하루인 오늘, 그중 이 한시간은 어떤 의미인가. 그래, 내일 있을 회의를 준비해야지. 새벽 1시까지 PT 자료를 만들어 보내주기로 했다. 지금 시각은 밤 11시 11분. 1시간 39분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충분할까?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어제 흑백요리사를 끝까지 봤다. 에드워드 리가 기억에 남는다. 그의 어눌함은 진정성을 담는 그릇이다. 심사위원에게 가는 길은 길었어요. 가끔은 ‘잠깐만 돌아가서 뭔가 고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한 번 걷기 시작하면 끝까지 걸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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