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란 게 도대체 뭘까요. 인간의 복수일까요. 그 세상이란 것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무조건 강하고 준엄하고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하면서 여태껏 살아왔습니다만, 호리키가 그렇게 말하자 불현듯 "세상이라는 게 사실은 자네 아니야?"라는 말이 혀끝까지 나왔지만 호리키를 화나게 하는 게 싫어서 도로 삼켰습니다. '그건 세상이 용납하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네가 용서하지 않는 거겠지.' ‘그런 짓을 하면, 세상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세상이 아니야. 너잖아.’ ‘머지않아 세상에게 매장당할 거야.’ ‘세상이 아니야. 매장하는 것은 너잖아?’ 이때 이래, 저는 ‘세상이란 개인이 아닌가’라는 이상적인 관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세상 = 나. 세상은 나이고, 나는 세상입니다. 제 눈에 보이는 세상, 귀에 들리는 세상, 머리에 이해되고 상상되는 세상만이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죽음이 슬픈 이유에 대해, 사랑하고 미움받는 것에 대해, 내/외부의 존재에 대해, 묻고 묻고 또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답하다 보면 결국 모든 것은 나로 귀결됩니다. 과학도들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모든 학문은 결국 개인에 대한 탐구입니다.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종 중 한 개인으로 한정된 지능과 방법으로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질문이 중요한 것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이자 나중이며 언제나 존재하는 질문이 "나는?"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면 나에 대해 알 수 없으며, 나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면 세상에 대해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여러분과 공유할 수많은 질문은 결국 "나는?"이라는 질문의 무수한 변형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첫술에 배부를 생각은 마시고 편하게 이 지루하고 긴 이야기의 첫줄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질문을 통해 내가 보고 듣고 이해하는 세상을 넓히고 싶습니다. 세상에 대해, 타인에 대해, 나에 대해, "이건 어째서 이럴까? 음? 왜? 어떻게?"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고 탐구하며 이해할 수 없거나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을 끊임없이 뒤지는 습관이 있습니다. 때론 공격적으로 발현되서 고민되기도 하는 부분입니다만,평범한 머리에, 빈약한 노력을 하지만, 무언갈 관찰하며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고, 질문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것을 25년 인생의 자랑으로 여겨왔습니다. 한성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깐, 물어도 물어도 계속 새로운 분야와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 매번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