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 In

바쁜 한 주를 영화로 마무리하며

서동현
이번 주는 저번 주보다 정말 바쁘게 돌아갔던 주였던 것 같다.
지난주 주말에 진행했던 아이 코어 후속 활동으로 시장조사를 해야 하는데 다들 시험 기간인
관계로 휴학생인 내가 전담하게 되었다.
나는 낯을 별로 가리는 성격도 아니고 해서 쉬울 거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쉽지만은 않았다.
일단 자영업자들은 기본적으로 모르는 사람이 다가가면 경계한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잡상인들이 많고 이런 사람으로 인해 피해를 보기 때문이라.
처음에 뭔가 전문적이고 빈틈없는(?) 모습을 보이며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실천을
해보니 어수룩한 대학생티가 나는 걸 숨길 수 없었다. 근데 오히려 그런 모습에 자영업자분들이
마음을 여신 게 아닌가 싶다. 제일 먼저 갔던 곳은 녹두에 있는 한 카페였다.
처음 들어가서 사장님 계시냐, 여쭤볼 게 있다고 말을 하니 미심쩍은 눈초리로 대화를 시작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내가 본의 아니게 어수룩한 티를 내자 예정 시간보다 길게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마지막에는 어떤 가게를 가보면 좋을지 조언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며 참
감사하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물론 그 이후로도 잘 진행이 된 것만은 아니다. 어찌 되었든 창업 시장조사 특성상 식당이나 가게의
사장님을 인터뷰해야 하는데 대다수의 가게에는 알바분들만 계셨던 게 컸다.
문제는 금요일 오후에 제출해야 하는데 예상만큼 인터뷰하지 못한 게 은근히 스트레스가
되었다.
심지어 금요일은 종일 비까지 내리니 짜증까지 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내 마음을 눈치챈 건지 친구 중 한 명이 같이 영화나 한 편 보자고 연락을 해왔다.
얼마 전에 개봉한 일본 영화 '룩백' 이었다.
사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일본 영화나 만화를 거의 본 적이 없어서 굳이 봐야 할까 싶었지만
오랜만에 친구도 만날 겸 금요일 오전 아침 일찍 코엑스로 향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주인공은 만화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어느 정도냐면 그려서 학교 가정통신문에
연재할 정도다. 근데 어느 날 학교를 무단으로 째고 오지도 않던 양반이 가통 바로 옆 공간에다
연재를 시작한다. 당연히 못 그렸겠거니 하며 보았는데 말도 안 되게 잘 그린 것을 보고 주인공은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끄집어내는 걸 당하고만 있을 사람은 없지 않은가?
경쟁심에 주인공은 공부도 때려치고 그림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책을 사서 독학하고 친구들과 노는
약속도 펑크를 내가며 주구장창 그림만 그린다.
근데 6학년 1학기가 되었는데도 실력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다 나중에 뭐 먹고 살 거냐는
친구들의 잔소리에 주인공은 그림을 때려친다.
공모전의 결과를 확인하는 주인공과 친구. 마치 천문올림피아드 준비하면서 최종결과 기다리던 내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근데 그 학생이 주인공의 팬이었던 관계로 어찌저찌 친해져 둘은 다시 만화에 미쳐서 상까지 타고
출판도 하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의 친구는 점차 순수미술을 공부하고 싶어 했기에 서로 갈라설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주인공은 만화가로 성공하게 되지만 묻지 마 살인으로 친구의 죽음을 겪고
급기야 절필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친구가 남긴 그림을 보며 중고등학교 6년간 친구와 미친 듯이
만화를 그려가며 즐거워한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펜을 잡는다.
힘차게 다시 나아가는 모습이라기보단 슬픔을 묵묵히 견디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다양한 슬픔이나 짜증 같은 감정을 감내하며 일상을 묵묵히 견뎌내는
모습이 많은 사람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내가 가장 감명 깊게 보았던 것은 주인공과 그 친구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로 몰두해 가며 살아간 것이다.
사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걸 넘어서 저 정도로 헌신하는 사람은 솔직히 별로 없다.
나 조차도 그렇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창작인 걸 감안해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았다.
영화를 보고 친구랑 헤어지고 난 뒤 다시 비를 맞아가며 인터뷰를 하러 다녔다.
어제처럼 솔직히 짜증도 난건 사실이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좀 더 최선을 다해 보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사장님 중 한 분이 너희 아이디어 괜찮은 것
같다고 하는 말 한마디인 것 같다.
그래도 비 맞아가며 한 보람은 있었는지 이후에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탈 수 있었다.
사실 영화 한 편 봤다고 사람이 바뀌는 것은 아니긴 하다. 그렇지만 작심삼일도 3일마다 반복하면
진짜 변하듯이 쉬는 시간에 책이나 영화도 챙겨보며 일해보는 게 어떨까.
한성 30년 심지
'한성 30년 심지' 구독하기
다들 심지 구독했죠? ^^
구독
6
👍
2
심장
크...룩백...나도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아직 못봤는데...

우수상 너무 축하하고! 고객과 만나고 인정받는 재미를 느낀다니 아주 멋지구만!!!
서동현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좀 더 열심히 해봐야죠
서동현
사실 한 번 더 볼까 싶은데 기회되면 같이 보실래요? ㅋㅋㅋㅋㅋ
👍
1
심장
앞으로도 홧팅!!
❤️
1
김대영
룩백이라.. 좋은 영화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수고하셨고 수상 축하드려요!
서동현
넵! 선배님도 항상 화이팅입니당
See latest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