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적었다시피, ‘잡생각이 떠오르면 바빠져야 한다’는 생각은 고등학교 생활을 버티게 해 준 일종의 기본철학이었다. 그리고 그 잡생각은, 다름아닌 전학에 대한 고민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 심지어는 과거의 스스로를 부정하면서까지
가게 된 학교였던 만큼 전학을 택하는 건 일종의 패배선언이라 믿었다. 그리하여 나는
전학을 고민하는 내가 싫어서 무슨 회장을 하고
전학을 고민하는 내가 싫어서 무슨 활동을 더 하고
전학을 고민하는 내가 싫어서 어쩌고저쩌고…
그렇게 지내다보니 어느새 잡생각에 둔감해지고
이것저것 하게 된 일이 모여 하나의 잘 짜여진 서사가 되는 예상 밖의 그 느낌이 너무나도 짜릿했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온 뒤에도 3년 전과 같이 내가 속한 공간에 대한 잡생각이 많아지자 그때 기억에 이끌려 똑같은 방식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