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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0923-0929 회고록)

장호준
케이크에 꽃힌 '2'가 어색했다. 스무살 너머의 인생은 너무 막막한데 너무 빨리 실전이 되어버렸다. 첫 인턴계약서를 생일날에 작성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고는 오랫동안 만나려던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으며 고등학교 이야기를 마저 했다. 아이러니한 날이었다.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던 날. 아직 너무 안락해서 빠져나오기 싫은 10대와 기대는 되는데 딱히 안락할 것 같지는 않은 20대가 만나던 날은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다.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아서 행복했다. 선물이나 메시지 그 자체보다도, 정신없을 하루 속에서 잠깐씩 나에게 할애해 준 시간의 존재 자체가 소중했다. '과분하다는' 어휘가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그런 생각이 계속되면 다음번은 없을 거라는 연금술사의 아득한 한 구절이 떠올라 그 생각을 멈추고자 했다. 그래도 감사하다는 마음은 남아서, 축하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이십 대의 첫 인상은 '정신없다'. 10대에는 내가 온갖 계산과 가정을 하고 그걸 기반으로 경로를 구상하면 대체로 구상한 대로 일이 풀려나가서 뭔가 기분이 좋았는데, 20대에는 세상이 나를 상대로 온갖 계산과 가정을 하고 '어떻게 하면 얘 인생을 좀 더 하드코어로 만들까' 궁리한다는 느낌마저 때때로 든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환경이 많은 건 일종의 축복이지만, 이들 하나하나에 있어 나도 그들에게 '좋은 사람', '가치있는 사람'인지는 의문이 든다. 이십 대 인생 파훼법은 여전히 어색하고 번거롭고 짜증나고 막막하다.
오랫동안 나는 나 스스로 '애늙은이'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요즘은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더라. 남들은 일찍 철이 들었는데 오히려 나만 철들기를 거부하는 느낌? 지난 글에서도 그랬듯이 뭔가 내가 그동안 생각해온 '어른의 사고방식'과는 괴리감이 있는 부분들이 유독 눈에 많이 들어온다. 둘 중 하나 아닐까. 내가 애늙은이가 아닌 그냥 애였거나, 아니면 내가 어른을 정의하는 방식에서 간과하고 넘어간 대목이 있거나.
한성 30년 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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