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퍽 무기력했다. 꼭 19살 때의 나로 돌아간 것 같다. 그 때보단 낫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진 않는다.
b.
아예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기로 했다. 뇌에 삽입하는 전극.
c.
그 외에도 조금씩 해보며 이렇게 공부하면 되겠다! 는 계획은 많이 세웠다. 실천이 더딜 뿐이지…
2.
배운 것
a.
자꾸 주변 환경과 하고자하는 것이 상충하니 무기력해지는 것 같다. 의대에서 창업을 하겠다는 건 공대에서 예술을 하겠다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b.
소시민적 삶. 욕심이 크게 없는 삶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간 강박적으로 something big을 해야 한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되새겼던 것 같다. 당장 성과를 볼 수 없는 큰 목표를 찾고 나니, 저 말이 어마어마한 부담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i.
이전까지는 시한부처럼 기간을 정해두고 몰입해본 다음에 마음에 들면 하고, 아님 말고 식으로 향후 행방을 정하는 일이 많았다.
ii.
때문에 길게 이어진 일이 잘 없다. 돌아보면 phase가 끝날 때마다 그 phase를 이어갈 기회는 주어졌는데, 내가 거절을 했었다.
iii.
거절을 후회하는 건 아니다. 비슷한 기회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더는 길게 이어지지 않을 일을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그때처럼 단기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과 맞물려 큰 부담을 줄 뿐이다.
iv.
유일하게 길게 이어진 건, 인공지능이라는 큰 테마다. 19살 때 대학에 가서 인공지능을 막 처음 공부하던 나는 많이 조급하기도, 막막해하기도 했다. 무식하게 도전하고 깨지는 일도 많았다. 그 과정에서 학과도 바꿨지. 코딩도, 수학도. 나의 코어가 되어준 역량을 보면 다 그런 식이었다.
v.
단거리 달리기를 하면서 나는 그 일에 목숨을 걸었다. 하지만 어떤 일을 길게 보고 내 코어로 삼고 싶다면, 그래선 안되는 것 같다. 적당히 다른 곳도 둘러보고, 다른 목표도 가지며 ‘놓지 않고 끌고가는 일‘ 정도로 생각해야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다.
vi.
소시민적 삶이라는 키워드가 어제 문득 머릿 속에 들어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을 것이다. 목표만 바라보고 걷기에는 좀처럼 버티기 쉽지 않은 길이다. ’성과가 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마인드가 필요하구나, 싶었다.
vii.
그동안 최선이 미덕이며 한눈 팔기는 최악인 줄만 알았다. 의도적으로 한눈 팔기를 체화해야 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viii.
내 삶은 한눈 팔기에는 너무 좁아져 있다. 인간 관계도, 일도. 아무거나 할 건 아니니까 괜찮다. 단거리 작업물들은 많이 휩쓸려갔지만, 코어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으니까.
ix.
적당히 한눈을 파는 소시민적 삶은 어떻게 살 것인가. 처음으로 코어만 챙기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내가 평생 가져갈 것들.
x.
아마도 학교 공부, 영어, 거기에 코딩이 될 수도 있다. 기존에 해왔던 연구도. 익숙해져서 편하게 할 수 있는 것들. BCI는 조금씩 곁들이기만 해야지. 간간히 독서나 요리처럼 미래에 대한 아무 기대가 없는 활동도 하고 싶다. 소시민적 삶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c.
삶을 좀 더 간결하게 만들고 있다. 한눈을 팔자는 앞의 말과 상반될 수도 있는데, 일단 얘기 해보자면.
i.
요새 기록하는 데에 약간의 재미를 붙였다. 잦은 자문자답을 통해 내린 결론과 이를 통해 변해가는 생각들을 날짜별로 기록하기도 하고, 가계부도 적는다. 이건 도서관에 자주 가는 데에 실패해서 많이는 못했지만, 플래너에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도 적고, 끼니를 어떻게 챙겼는지도 쓴다.
ii.
그러다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가령 쿠팡에서 식재료를 사서 먹을 때와 외식을 할 때 드는 비용의 차이. 둘의 만족도를 비교했을 때도 전자가 여러모로 나은 것 같아서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대량 주문해서 먹어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iii.
원래 맛집과 카페 탐방을 즐겼는데, 자연스럽게 거의 안하게 됐다. 더 이상 맛집 찾아보는 거에도 흥미를 느끼지 않게 되고. 이렇게 전에는 새롭고 fancy한 것들을 좋아했다면 이제는 익숙한 것들만 점점 가까이 두게 된다. 당연히 삶이 그만큼 더 간결해진다.
iv.
간결해져서 생긴 빈 자리는 새로운 것이 채우기도 하고, 빈 상태 그대로 두기도 한다. 주로 더 많이 사색을 하게 된다. 아니면 좋아했지만 후순위로 밀렸던 것들을 가까이 하거나. 맛집 탐방하던 시간에 공원을 산책하거나, 가끔은 독립 서점 투어를 가곤 한다. 돈을 덜 쓰게 되니 벌어야 한다는 부담도 적어져서 그 시간만큼 다른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도 있다.
v.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많이 높아졌다. 여유도 생겼고.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나에게 맞는 삶을 알아가는 과정이 퍽 좋다.
3.
앞으로
a.
소시민적 삶. 처음 떠올려보는 키워드라 많이 낯설다. 참 목표지향적인 사람이었는데. 좀 더 나를 챙기며, 노력의 결과는 그저 +@라는 생각으로 지내야지.
b.
그래도 꾸준히 도서관에는 출근했으면 좋겠다. 대신 가서 무언가를 많이 해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말아야지. 나는 저절로 욕심을 내는 버릇이 있긴 하지만… nope!
c.
소확행을 많이 찾아야겠다. 가령, 맨날 닭가슴살만 먹지 말고 종종 연어 사다 손질해먹기, 또는 독립 서점 구경가기 같은. 나와의 추억을 좀 더 많이 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