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적 없는 것을 그리워하는 버릇이 있다. 말하자면 지금 내게 없기만 하다면 과거에 그것이 존재했는지의 여부와 무관하게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식이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다고 버릇처럼 믿어놓고 보면 더 나은 세상은 존재한 적도 없으며, 그럴 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있었던 적도, 있지도, 있을 수도 없는 세상 위에 살아 있었던 적도, 살아 있을 수도 없는 내가 살아 있다. 과거와 미래를 단단히 비끄러매는 매듭으로써만 기능하는 오늘을 살게 하는 힘은 그 미약한 버릇이다. 호시절은 가버렸고 지금은 잔챙이만 남아 있다. 한 시절을 허덕였으나 찾을 수 없는 진실이 발 앞에 가로놓여 있다. 이제는 조심히 올라서 본다. 발끝의 감각을 느낀다. 단단하다. 미끄러운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