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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차 : 버릇

250323 오늘도 머리를 매만지는 나의 버릇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머리, 정확히는 두피를 긁적이는 내 왼손. 확실히 기억나는 건 고등학교 때 비듬이 있다고 놀려대던 옆반 동급생- 그리고 학창시절 학업 및 주변 학생들과의 스트레스로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적이다 결국 모발이 약해지기까지 이르던 순간들. 다행히도 그때만큼 탈모가 염려될 정도로 머리카락이 듬성듬성했던 정도로 악화된 건 최근에는 없다. 그러나 습관처럼 손톱으로 머리를 긁고 있으면 아차, 끊기 힘든 버릇. 의식적으로 극복하고자 일부러 손을 눈앞에 두도록 책상 위에, 혹은 책이나 필기구를 잡는 경우 일정 기간 동안 효과가 있다. 그러나 방심하는 순간 어느새 슬그머니 왼손은 관자놀이 위로 가 있고 나를 비웃는다. 비록 긁진 않더라도 문제지를 앞에 두고 고심할 때 머리는 비스듬히, 팔꿈치는 아슬아슬하게 책상 끄트머리에, 머리카락을 한줌 쥐어잡고 있는 상태. 이 버릇은 과연 끊을 수 있을까? 아니면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는 한 방치해도 되는 것인가? 의식하지만 않는다면, 공부에 지장이 되지만 않는다면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까.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는 동안 그런 걱정으로부터 해방되어 있지만 나는 알지, 내 왼손이 어디 가 있을지.
  • 김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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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처럼 사랑하고
1. 잃어버린 적 없는 것을 그리워하는 버릇이 있다. 말하자면 지금 내게 없기만 하다면 과거에 그것이 존재했는지의 여부와 무관하게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식이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다고 버릇처럼 믿어놓고 보면 더 나은 세상은 존재한 적도 없으며, 그럴 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있었던 적도, 있지도, 있을 수도 없는 세상 위에 살아 있었던 적도, 살아 있을 수도 없는 내가 살아 있다. 과거와 미래를 단단히 비끄러매는 매듭으로써만 기능하는 오늘을 살게 하는 힘은 그 미약한 버릇이다. 호시절은 가버렸고 지금은 잔챙이만 남아 있다. 한 시절을 허덕였으나 찾을 수 없는 진실이 발 앞에 가로놓여 있다. 이제는 조심히 올라서 본다. 발끝의 감각을 느낀다. 단단하다. 미끄러운 것도 같다. 2. 버릇처럼 너를 떠올렸다. 다만 떠올리고 싶지 않아 재빠르게 뱉어본다. 이름을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심장 박동을 이다지도 느-릿하고 묵-직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너밖에 없을 테다. 그 울림은 내 방의 공기 분자들을 잔뜩 울린 채 어딘가로 사라졌다가 다시 내 가는 길에 나타나 잔뜩 웅크린 돌부리라도 될 테지만, 재빨리 흩어버리는 수밖에.
  • 최민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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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된 버릇 때문에
문득 너가 생각나, 주머니를 뒤지다가 버릇처럼 손을 꺼내. 이 비어있는 손, 떨어지는 나의 손목을 보며 떨어지는 나 자신을 봐. 내가 이렇게 떨어지고 있었을 때 곁에 너가 있어줬는데. 침대에 누워있다가 버릇처럼 천장을 올려봐. 아. 또 천장은 너 얼굴로 보여. 빛나고 있는 너의 얼굴.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나의 빛. 우리는 언제 쯤 다시 만날까. 맛있는 걸 먹으며 책상을 봐. 버릇처럼 앉아 있는 너. 분명 넌 거기 있었는데 왜 너는 거기 없는 거야. 너무 그리워져 앞으로 보다가 이내 음식을 바라봐. 너 없는 식사, 이제 지겨워. 오늘도 친구들과 웃다가 버릇처럼 들려오는 너의 소리. 넌 어디쯤에서 울고 있을 지 궁금해. 나 없는 그곳은 행할까. 묻고 싶지만 내 옆에는 너가 없어. 너와 싸웠던 내 자취방에서 버릇처럼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는 제발 날 버리지 말라고 외쳤지. 하지만 난 널 버렸어. 난 자유를 원했거든. 하지만 그건 나의 실수였나봐. 내 버릇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데, 아직 새로운 버릇이 들지도 않았는데, 아니, 영원히 버릇이 생기지 않을 것 같은데, 너가 그리워. 너를 만지고 싶고,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고, 너와 함께 대화하고 싶고, 너의 소리를 듣고 싶어. 다시 한번 찾으려 너에게 신호를 보내. 그러자 너는, 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 작고 네모난 나의 만능 친구 드디어 다시 만나, 난 너를 놓을 수 없어. 나의 못 된 버릇 때문에
  • 안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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