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대학교에 입학하고 1년이 지났을 시점에 코로나가 펜데믹이 시작되었다. 당시를 생각해보면 정말 모든 것을 내던지고 게임만 했던 시절이었다. 옆에 강의를 틀어놓고 게임하고, 과제며 공부며 모든 것을 뒷전으로 하고 게임만 했다. 심지어 잠깐 외주를 받아 일을 했던 적도 있는데 이 때 프로젝트를 완성하지 못한 이유 중에 게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심지어 그 전까지 열심히 하던 운동도 다 내던져서 몸도 마음도 많이 망가진 상태였다. 대학교 동기들과도 프로젝트를 하면서 많이 다투기도 했고 나 자신의 정신상태를 방패로 내세우며 회피하기도 했다. 왜 그렇게 게임을 좋아했는지. 1년을 마무리하고 나니 망가진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군대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대를 결정하고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난 군대를 도피처로 삼았다는 말이었다. 망가진 내 모습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것 같다. 군대에 오고 나니 남는 건 시간이었다. 계속 지난 1년이 떠오르면서 망가졌던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전역하고 나면 다시는 이렇게 살지 않으리라 매일을 곱씹었던 것 같다.운동을 하면서 몸을 만들었고, 여러 종류의 책도 많이 읽었다. 1년 6개월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거치면서 나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미래에 대한 수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이 이제 전역을 하게 되면 과거처럼 능력의 부족으로 무시받지 않고, 그리고 나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도록 성장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엔 미래에 대한 부담감도 한 몫 하긴 했다. 자신의 성장이 가장 우선시 되다 보니 점차 사람을 만나지 않게 되었다. 만나던 사람들 외에 따로 사람을 더 만나면 괜히 거기에 마음을 써야 하고 그런 것들이 괜히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연스레 인간관계가 좁혀지게 되었다. 복학하게 되면서 교회도 새롭게 다니고, 동아리도 새롭게 들어갔지만 활동에만 참여할 뿐 딱히 교류를 안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람들과도 친해질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전에 친했던 사람들과도 굳이 연락할 이유를 찾지 못하니 관계가 소원해지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이렇게 스스로를 고립시키면서 1년을 쉴 틈 없이 치열하게 살아온 결실을 차근히 맺으면서 신년을 맞이할 때가 다가오자 지금까지의 강박에 가까운 미래에 대한 부담감이 좀 덜해졌다. 이뤄낸 성과를 돌아보니 문득 평생 이렇게 살면 어쩌지? 라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러면서 서울대에 대한 동경이 생겼다. 왠지 대학원을 서울대로 가게 되면 이후의 삶이 좀 더 평탄해질 것 같았다. 극단적으로 좁혀진 인간관계의 회복도 꾀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렇게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 학점교류를 신청하고 인턴도 신청했지만 모든 것이 무산되었다. 학교로 돌아가자니 이미 기숙사는 마감된 상황이었고, 나 스스로도 쉼 없이 달려왔던 기억이 있는 학교로 돌아가긴 싫었다. 결국 휴학을 선택했음에도 끊임없이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나를 엄습해왔다. 불안감을 떨쳐내려고 계속 놀러다녔다.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사귀었다.이런 날들을 보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견문이 넓어졌다. 무엇보다도 나와 다른 삶을 살아왔고 다른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다. 지금까지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나의 능력을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도 활용하는구나. 지금의 좁은 인간관계에서는 결국 갇힌 사고에서 끝날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지자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소통을 하곤 했다. 특히 장학회를 통해 사람들을 만났던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명문대를 다니는 동기들의 인사이트는 나에게 많은 충격을 가져다주었을 뿐만 아니라 식었던 열정에 다시금 불을 지펴줬다. 이러한 경험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갈망을 불러 일으켰다. 과거와는 다르게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다가가곤 한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소속된 집단을 가장 잘 이용하는 것은 최대한 자주 활동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나의 곁을 지켜준 주변 사람들에게도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성장만을 추구하던 이전과는 다르게 주변 사람들과 같이 성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