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는 응답이라는 행위로 인해 특별함을 얻으나, 실상 밝혀지는 것은 응답자의 부재이다. 이솝 이야기의 통나무 왕과도 같은, 찰방여야 기껏 흔들림을 건네어 줄 뿐인 무기력한 돌덩어리들을 대화 상대로 여길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메아리를 듣기 위해 외치는 신남의 감탄사 '야호'는 그야말로 무한한 공간 속에 홀로 남았다는 감격스런 단말마인 것일까? 어차피 아무도 그대와 나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 않는다. 누구도 기만하지 않고, 차라리 깨끗하게, 청아하게, 또 명랑하게, 보낸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야 마는 부재 앞에서 떨듯이 귀의해버리고 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