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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0301-0307

최민우
  1. 주간 회고
뭘 했다고 벌써 7일이다. 3월에 접어든 것만 해도 놀라운데 말이지.
한 것
합주 아닌 합주
두 명이 모여도 합주인가?
한 명은 노래를 전혀 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다른 악기도 능숙한 것도 아니라서, 맞춰보려다 겸연쩍게 웃고서는 다시 혼자 드럼 연습을 하러 가는 것도 합주인가? 그렇다면 합주를 했다.
세 건의 중고거래
매트리스를 나눔 받고, 서피스 프로를 구입했다. (이하 직거래)
드디어 아이패드를 처분 (택배거래)
수영 (New)
걱정한 만큼 힘들지는 않은데, 하루가 힘들어지긴 한다.
접영 체력 소모가 심각
런닝 (New)
런닝 자체는 새로운 행위가 아님에도, 다시 삶의 궤도 내로 들여놓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번 하고 힘들어서 못하는 중. 정확히는 종아리가 너무 아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힐스트라이크에서 미드풋으로 전환하는 중. 확실히 정강이는 덜 아프다. 리듬도 빨라진다. 여기서 보폭까지 넓혀보니 뭐 속도야 더할 나위 없다.
개강 (New)
이렇게 싫을 수가 있나?
이것도 신기한 일이다. 나는 개강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오랜 휴식은 감당하기 어려운 크기의 새로움을 준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없음에도 벌써 싫다.
신선한 자극들은 많음.
만난 이
M양
역시 만남을 설레게 하는 이.
내가 좋아하는 공간 - 그래 봐야 전부 H군의 영향이지만 - 을 소개해줬다.
정말 좋은 곳인데, 많이 추워해서 아쉬웠다.
J군
윤리학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 만남.
100만큼의 깊이를 기대했으나, 그리고 거기까지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나, 연습이 덜 된 것인지, 시간이 덜 쌓인 것인지, 아직은 50 정도로 보임.
S군
전역 후 사실상 처음으로 만나는 얼굴. 그런데 특별할 게 없다. 너무도 익숙.
에피소드
자살충동
수요일 오후 5-6시 경. 굉장히 짙은 형태로.
윤리학에 거는 기대가 컸나보다.
그러나 수업도, 질문도, 답변도 모든 것이 모호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삶에 대한 회의로 번졌다.
아직도 이겨내기 쉽지 않다. 당연히 수업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B군과의 갑작스런 조우
워낙에 학교 생활을 조용히 하는지라, 학교에서 아는 이를 마주치기도 쉽지 않다. 오늘 책을 빌리러 중앙 도서관에서 책장을 들여다보는데 누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다. 지나가는 것이겠거니 하여 길을 비켜줬는데 말을 걸기에 얼굴을 보니 B군이었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그도 나와 같은 책을 빌리러 온 것이다. 내가 더 잽싼 덕분에 먼저 빌렸지만, 이틀 간 양보해 주기로 했다.
기묘한 체험
알 수 없는 체험. 마치 카메라가 포커스를 맞추듯이, 내가 집중하고 있는 장면 이외의 장면은 흐리고,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2호선에서 4호선으로 환승하는 길. 오른쪽부터 상행선 스크린도어, 알 수 없는 비닐봉지 속 가루들을 판매하던 잡상인 할머니, 그리고 그 앞에서 쪼그려 앉아 기둥에서 핸드폰을 충전하며 열심히 하던 젊은 여성. 그 장면을 시작으로 모든 풍경이 그렇게 슬로우모션이 걸리며 지나갔다. 나는 거의 울 지경이었다. 처음으로 삶이 영화가 된 것 같은 기분. 늘 이러한 것들을 느끼려 애써 왔으나, 실제로 느낀 것은 처음.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경복궁 역을 지날 때는 그이와 함께한 추억이 떠올라 정말로 울고 말았다.
아래는 그 순간들에 남긴 메모.
왜, 갑자기 오늘, ? 알 수 없다. 세상이 달리 보이는 그 경험이, 제대로 찾아온 것은 처음이지 싶은데. 왜 오늘 이미지가 선명하게 보이지? 누군가를 만날 날이 아냐 그럼..
몽롱함, 클래식, 책,혹은 최근의 영화? 나오기 직전에 읽은 몇 편의 시? 그러나 이런 모든 제사는 같은 결론을 낳지 못해. 그럼 나는 오늘의 기억을 그저 곱씹을 수밖에 없는 거야. 잘 맞은 골프 스윙처럼 말야.. 꾸준함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해지는 수밖에 없겠지.
평생의 과업이, 오늘 시작됐다.
망각의 기제, 스쳐 지나간다 모든 것이. 그래서 그만큼 풍부하다. 한 달 전, 예서가 나에게 건낸 사과는 무엇이었을까? 도대체..
필요했던 것은 단지 유리감: 거리를 두기 위한 것들이 모두 한 번에 갖춰져서 - 설레는 만남, 먼 장소, 처음 택한 길, 하필 연극적인 말러5와 배수아의 책, 슬픔 이야기와, 실제로 신기한 것들. 약과 병 기운과 사랑하는 너에 대한 기억.. 그 어느 것도 현실같지 않아서
그러나 역시 삶이 바빠 또 한참을 잊고 허둥댈 감각이겠지.
본 것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배수아)
위에 언급한 배수아의 책.
환상적이다. 가치 중립적 표현으로써.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나름 큰 기대를 안고 열어 본 책이다만, 좋기도, 좋지 않기도.
1장은 확실히 몰입도 높고 재밌는 '문학'
2, 3장은 '기록물'로의 성격이 더욱 두드러짐
나는 일단 문학이 읽고 싶긴 했다. <희랍어 시간>을 빌려야지.
<브로드컬리 1-4호>
사실 글을 쓰고 있는 시점까지는 3, 4권만 읽었지만 아마 나머지도 금방 읽을 듯하다.
로컬샵들을 찾아가 인터뷰하는 기획 매거진.
녹록지 않은 현실이 여지없이 드러나는데, 막상 그러한 말을 풀어놓는 그들은 꽤나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상황이 기묘하다.
빛을 쫓는 이들이란.
사실 못 쫓을 것도 없는 세상이긴 하다.
그놈의 시선만 무시한다면.
사실은 정말 그렇다. 자살 충동 속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차라리 그냥 단순한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그래도 좋을 것 같다는 예감같은 것이었다.
내게 무슨 이상이 남아 있는가?
역시 긴 한숨만 남기는 고민.
한성 30년 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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