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봄의 아카이브

[사설] IT 강국 대한민국은 어디로 갔을까?

Haebom
최근 미국, 중국, 캐나다, 일본, 프랑스 등 많은 선진국에서 인공지능 예산에 조 단위 금액을 정부 차원에서 투자하겠다고 공표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뉴스가 많이 나오다 보니 국내에서도 의문이 제기됩니다. "왜 한국은 인공지능에 돈을 안 쓰나요? 정부는 뭐하고 있나요?" 이에 대한 설명과 함께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한민국은 인공지능에 돈을 많이 편성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들릴 수 있지만 사실입니다. 실제로 대한민국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지방자치단체, 공사 등에서 편성된 인공지능 예산을 합치면 조 단위가 넘습니다. 아래 기사들은 2024년 예산으로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정부 부처에서 편성한 예산을 보도하는 자료입니다.
"그렇다면 충분한 것 아닌가요?" 왜 실제 업계 인들은 대한민국이 인공지능 지원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할까요? 왜 체감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예산이 대부분 실제 인공지능과 거리가 있는 곳에 편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가 목도했듯이 인공지능 시장의 패권은 현재 "누가 더 많은 AI 칩을 가지고 누가 더 좋은 General한 모델을 만드는가?"로 결론이 나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은 기존에 게임용으로 수입했던 칩을 분해해서라도, 동남아 국가를 경유해서라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 엔비디아에 발주를 넣어도 몇 달은 걸려야 제대로 된 물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엔비디아를 2022년부터 계속 사야 한다고 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존하는 인공지능 학습 효율이 가장 좋은 것은 어찌 되었든 엔비디아 제품입니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이런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번에 지어진 인공지능 센터 및 어디를 가도 가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 V100, A100 정도입니다. 심지어 이마저도 많지 않습니다. 정말 소수만 있고 일부는 심지어 운용이 안 되고 있습니다.
5년 전 모델을 쓰고 있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당연히 없는 것보단 낫습니다. 하지만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는 인공지능 모델 학습 속도에 적게는 3배, 많게는 12배 정도의 차이를 만듭니다. 소프트웨어나 학습 메서드로 기교를 부려고 메우기 힘든 차이 입니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모델 학습이 규모와 속도전이 되어가면서 고성능 인프라는 이제 필수재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도 광역단체와 손잡고 데이터 센터를 건립하고 있는데, 예산을 살펴보면 온전히 인공지능 시설에 돈이 쓰이고 있지 않습니다. 하는 김에 도로도 뚫고 복지시설도 짓고 인공지능 예산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업도 겸사겸사 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뉴욕에 있는 혹은 텔아비브, 파리에 있는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이 교통이 편해서 개발을 잘한 걸까요?

문제는 예산이 아니라 어떻게 누가 쓰는가이다.

클라우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고 진짜 클릭 한 번으로 모델을 할당받아 쓰는 방법도 널렸습니다. 최근 모 분의 말씀에 따르면 이렇게 돈을 쓴다고 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하더군요. 거기다 보안적 이슈가까지 걸고 넘어지면 클라우드가 아닌 자체 설비를 구축하려 하고 그러면 최신 인프라는 구할 수 없고 일단 살 수 있는 구형 모델 사고 만들긴 했는데 아무도 안 쓰고 정부 사업 입찰하려는 곳 혹은 영세한 곳들만 들어오고 하는 굴레가 자연스럽게 만들어 집니다.
또한, 지금 이러한 예산도 중앙정부,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이 다 따로따로 하고 있습니다. 다 별도로 입찰을 내어 다양한 그룹들이 이 일에 들어와 있습니다. 결국 이는 갈라파고스화를 자초하는 것입니다. 국가적으로 예산과 인재를 모아야 하는데 지금 그것이 안 되고 있습니다. 예산만 편성한다고 될 일이 아니고 사람만 잡는다고 되는 일도 아닙니다.
이게 단순히 연봉을 많이 줘서 떠나는 걸까요? 국내에 제대로 연구를 지원해주고 조성해주는 곳이 없어서입니다. 연구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개인적으로 R&D 예산 감축이니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예산 새는 걸 막겠다고 다 끊어버리는 건 하책에 가깝죠. 실제로 잡았나요? 큰 의미가 없었을 것입니다. 최근 매주 중국, 일본, 대만, 미국 등의 정부 차원의 펀드 조성, 투자 유치, 초당적 대처라는 말을 계속 봅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노력을 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결정을 짓거나 예산을 편성하는 곳들에선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이 IT 강국이라 불렸던 게 언제인가요? 지금도 IT 강국일까요? 바우처 산업이나 소모적이고 실적 채우기 급급한 사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5년 후, 10년 후에도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집중을 해야할 때

대한민국에서 국가적으로 미는 사업이 있습니다. 바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입니다. 이 세 가지는 따로 관세법이 있을 정도로 국가에서 챙기는 산업입니다. 이 세 개가 모두 들어가는 산업이 전기차와 스마트폰입니다. 대한민국이 빠르게 발전한 이유도 90~00년대에 준비를 해놔서입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이 기술들도 중국, 일본, 대만에서 다시 무서울 정도로 쫓아오고 있습니다. 세계 1위, 중극의 CATL에서는 나트륨이온배터리로 리튬이온배터리 시장 다음을 보고 있고 일본의 파나소닉, 도시바, 소니 등도 디스플레이나 반도체에서 칼을 갈고 있습니다. 대만은 뭐 말할 것도 없죠.
한국에선 정부가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적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이 있지만 국내에서 사실상 지원을 받기보단 규제를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네이버-라인야후 사태 같은 경우에도 사실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뭐, 해준 게 있어야 말이라도 얹는데 해준 게 없으니 그냥 보고 있을 수밖에 없죠.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박근혜, 문재인 정부 때 스타트업 투자해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을 텐데 그게 이어져 오지 않습니다. 사기업 차원에서 콜라보는 일어나고 있습니다. 네이버, 삼성, SK 등이 필두죠.
국가적 차원에서 이런 구축이나 인프라 산업을 주도하거나 지원해야한다고 봅니다. 사실 엔비디아가 만든 인공지능 개발 생태계를 밖에서 부수는게 힘들다면 호환되는 칩이나 가속할 수 있는 칩을 만드는 방법으로 접근해도 좋구요. 이미 표준이 되어버린 상태에서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기도 하고 갈라파고스 화를 가속화할 뿐입니다.
디지털 정부 이야기만 일단 해볼까요? 아 이미 "전자정부"가 있다구요? 전자정부를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은 빈말이라도 이게 편하고 좋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이것도 중앙 부처에서 쓰니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각 지방단체 혹은 청 단위로만 내려와도 자체적으로 또 구성해서 씁니다. 이러면 또 예산이 줄줄 새는 거죠. 디지털 정부, DX 어쩌고 많이 했지만 진짜 하기만 했지 지속 가능하게 잘하진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늘 궁금합니다. 이것은 예산 편성 단계의 문제인지, 업체 선정의 문제인지, 감리(감사)의 문제인지 말입니다. 지금도 시간과 돈은 흐르고 있고 우리는 손아귀에 모래처럼 중요한 결정을 놓치고 있습니다. 이 글이 그분들에게 닿을지 모르겠지만 한번 정말 수년 후에 우리가 뭘 할지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이게 늦어질수록 사람들은 인공지능 서비스들에 현혹되고 끌려다니고 엉뚱한 이들이 돈을 벌게 될 겁니다. 이미 그러고 있고요.
사실 이전에도 국회(정치)의 시각으로 이것에 관심 있는지 다뤘지만 행정부, 입법부 모두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사법부는 이에 대한 감시를 더욱 잘하면 될 거고요. 왜 삼권분립이 가치 있는 시스템이고 우리나라가 이것을 택하였는지는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우리 이미 배웠습니다. 그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길 빕니다.

요약

우리는 지금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올바른 결정과 실행으로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대한민국의 인공지능 정책과 예산 편성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습니다:

예산은 편성되지만 실질적인 인공지능 발전에 쓰이지 않음
최신 AI 칩과 인프라 확보 실패
분산된 예산 집행으로 인한 비효율성
인재 유출 문제
장기적 비전 부족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AI 전략 수립
예산의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사용
최신 AI 인프라 확보, 자체 칩 개발 환경 조성.
인재 유치 및 유지를 위한 환경 조성
산학연 협력 강화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와 정책 수립
💬
댓글로 의견을 다양하게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편협한 테크 업계의 시각에서만 이야기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시각이 모여야 더 나은 결정을 낼 수 있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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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사파이어 시내
안하는게 맞습니다.
해결책이라고 나온 것들이 실제 해결책이 맞나요?
국가에서 주도를 하면, 그 인프라는 어디에 설정하고, 어떻게 공유를 할 건가요?

그 예산은 다른곳으로 돌리는게 맞다고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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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bom
예산을 안쓰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국가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입장에선 더더욱이 자유롭게 결정해도 될 것 같은데 후대를 위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결정을 해야하는가? 하는 생각에 몇자 적어 봤습니다.
적어도 사기업 중심으로라도 재편된다 하더라도 연구개발에 투자할지, 가져다 쓰는 것에 집중할지 같은 결정 말이죠. 개인적으로 클라우드 시대때 한 번 국가적으로 결정을 빠르게 명확히 못했고 그 부담을 지금도 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더 길게 적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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