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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Grit Han
클레어 키건, 다산책방
맡겨진 소녀
나는 아까 이 집에 도착했을 때처럼 집시 아이 같은 내가 아니라, 지금처럼 깨끗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고 뒤에서 아주머니가 지키고 서 있는 내가 보일 때까지 기다린다. 그런 다음 머그잔을 물에 담갔다가 입으로 가져온다.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뭐 물어보진 않던?”
”몇 가지 물어봤어요. 많이는 아니고요.”
”뭘 물어보던데?”
”아주머니가 페이스트리에 버터를 넣는지 마가린을 넣는지 물어봤어요.”
”다른 건 또 안 물어봤어?”
”냉동고가 꽉 찼냐고 물어봤어요.”
”그럼 그렇지.” 킨셀라 아저씨가 말한다.
”다른 말은 안 했어?” 아주머니가 묻는다.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뭐라고 하던데?”
”아주머니랑 아저씨한테 아들이 있었는데 개를 따라 거름 구덩이에 들어갔다가 죽었다고, 제가 지난주 일요일 미사에 입고 간 옷이 그 애의 옷이라고 했어요.”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아저씨는 내가 발을 맞춰 걸을 수 있도록 보폭을 줄인다. 나는 작은 주택에 사는 아주머니를, 그 여자가 어떻게 걷고 어떻게 말했는지를 생각하다가 사람들 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하나도 힘들 게 없었어.” 킨셀라 아저씨가 말한다.
”정말 잘 지냈고, 앞으로도 언제든지 맡겨도 돼.” 아주머니가 말한다.
”아주 좋은 딸을 뒀어, 메리.” 킨셀라 아저씨가 말한다. “책 계속 열심히 읽어라.” 아저씨가 나에게 말한다. “다음에 왔을 때는 습자 연습장에 금별을 받아서 아저씨한테 보여주는 거다.” 그런 다음 아저씨가 내 얼굴에 입맞춤을 하고 아주머니가 나를 안아준다. 나는 두 사람이 차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문이 닫히는 것을 느끼고, 시동이 켜지고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흠칫 놀란다. 킨셀라 아저씨는 여기 올 때보다 더 서두르는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차가 떠나고 나서 엄마가 말한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내가 말한다.
”말해.”
”아무 일도 없었어요.”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가 묻고 있지만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절대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만큼 충분히 배웠고, 충분히 자랐다. 입을 다물기 딱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