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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터뷰(짧)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다는 기쁨

풀칠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 대행사에서 일하면서 고객사의 의뢰를 받기도 고객의 과업에 먼저 뛰어들기도 하며 갖가지 마케팅적 고민들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어쩌다 그 일을 하게 됐나?
학부 시절에 광고 공모전을 도전하게 되었는데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서를 만드는 일이 재밌었다. 머릿 속의 생각을 하나의 기획서로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것에 성취감을 느꼈다. 전공과는 다른 길이었지만 마케팅 동아리 활동과 인턴을 하면서 여전히 기획이 재밌음을 깨닫게 되었고 정규 입사 후에 10년 넘게 이 길을 한결 같이 걷고 있다. 항상 느끼는 건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촘촘히 기획하는 것이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과정이 재미있고 결과가 의미있어 애정과 애증 사이를 줄타기 하며 일을 하고 있다.
언제까지 그 일 할 것 같나?
내가 더 이상 재능이 없다고 느낄 때? 10년차가 되니 빛나는 실력보다는 단단한 경험이 일을 되게 만든다. 신선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내긴 어려운 연차라 종종 명예롭게 은퇴해야하는 거 아닐까 싶다가도 그 간의 경험이 후배들의 아이디어와 어우러져서 아직까지는 살아남았다. 가까운 선배가 우리 업은 내가 놓지 않는 이상 생각보다 오래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맞는 말 같다. 그만하고 싶은 순간이 꽤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일의 성취감과 동료들과 함께하는 재미가 발목을 잡았다. 일과 사람, 둘 다에 지치지 않는다면 계속 할 것 같다. 아직까진 재밌으니까.
회사에서 불리는 호칭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
우리 회사는 수평적인 조직을 추구하기 때문에 모두 ~님으로 부르는 문화가 있다. 그래서 나도 인턴 친구를 OO님이라고 불러본 경험이 있는데 그 분이 나를 OO님이라고 부른 적은 없었다. 수평적인 거 맞겠지?
암튼 조직 문화는 그렇고 팀 문화에서는 줄임말을 쓴다. 매니저는 OO맴으로, 파트장은 O파로 부르기 편하고 서로 친숙함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봄파인데 부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소 오글거리려나 싶기도 했지만 나는 듣는 입장이라 듣기엔 친숙한 느낌도 들고 좋았다. 파트장님이라고 정확히 호칭을 쓰면 멀리서 부르는 느낌이고 봄파라고 줄임말을 쓰면 그 사람에게 두 걸음 가까이 간 느낌이 든다.
회사의 호칭은 문화이자 구성원들의 생각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지인 회사에서는 제임스처럼 영문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기도 하니까, 호칭은 서로 어떤 관계로 일을 할지 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맴과 파로 줄여진 우리 팀 호칭 문화는 서로를 가까이 하겠다는 모두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호칭은 관계를 유연하게 하기도 명함을 주고 받듯이 명확하게 구분하기도 하는 것 같다. 쓰다보니 호칭 매우 중요하네.
풀칠의 모토는 ‘밥벌이 그 이상의 풀칠을 위하여’다. ‘돈 벌어야 해서' 말고 일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일은 주체적인 나로서 살아갈 동력이 된다. 나는 대학생때부터 주말알바로 시작해 생활비를 마련해왔는데, 내가 노동한 것으로 돈을 벌고 내 삶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늘 좋았다.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다는 기쁨, 그런 면에서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거 같다. 최근 운전을 배웠다. 직접 시동을 걸고 목적지를 정하고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속도를 내보는 경험, 나로서 할 수 있는 주체적인 일이 생겨 기뻤다. 나는 나로서 오롯이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풀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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