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팀장이 내게 저녁을 먹자고 한 것은 좀 이상한 일이었다. 그와 나는 같은 부서도 아니고, 직급도 일개 사원과 팀장으로 좀 차이가 났다. 접점이라곤 한두 번 그가 소싱해온 물건들-주로 캠핑용품이나 골프용품-의 상세페이지 담당이 나였다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가끔 판매 실적이 괜찮은 물건들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냥 회사에서 맡은 일을 한 것일 뿐, 따로 불러내 저녁을 먹자고 할 이유가 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때 그 일일지도 몰라.’ 회사 건물 1층에 있는 스타벅스 앞 벤치에서 A팀장을 기다리며 생각했다. 몇 달 전부터 나는 출근 전 이른 아침에 스타벅스에 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원래 책을 자주 읽던 편은 아니었는데, 직장인이 되고 나니 무슨 영문인지 갑자기 책이 못 견디게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보통 일곱시 반에 스타벅스에 도착해서 한 시간 정도 책을 보다 여덟시 반에 엘리베이터를 타러 간다. 5분 정도 있으면 선배들이 차례차례 들어온다. 그러면 나는 세상에서 제일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로 “좋은 아침입니다!”를 외쳤다. 나는 너무 명랑해서 낯선 내 목소리를 들으며, 머릿속으로는 이렇게 명랑하게 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아침에 책 읽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여하튼, ‘그때 그 일’이란, 사실 ‘그 일’이라고 부르기도 좀 민망할 만큼 별일 아닌데, 회사 1층 스타벅스에서 책을 읽는 걸 A팀장에게 들킨 적이 있다는 것이다. (회사 사람이 내가 출근 전에 책을 읽는 걸 알게 된 것은 왠지 ‘들켰다’라고 표현해야 할 것만 같다.) 평일 아침의 스타벅스에서 내가 읽다 걸린 책의 제목은 ⸢야간비행⸥이었다. A팀장은 나처럼 생텍쥐페리의 팬이거나, 어쩌면 사내 비밀 결사 독서모임의 일원으로 나를 초대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A팀장이 내게 저녁을 먹자고 한 이유는 책 때문이 아니었다. 우리 팀 팀장과 이야기하다가 내가 자기와 같은 대학 출신이란 것을 들었고, 또 내가 다음 달에 퇴사하기로 했다는 것도 들어서, 퇴사 전에 밥 한 번 사주고 싶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A팀장은 이 이유를 뻗대듯이 말하는 대신 몹시 조심스러운 어조로, 거의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에선 어떤 시혜적인 자의식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긴장이 풀렸고, 고기를 맛있게 먹을 마음까지도 들었다. A팀장과 나는 소주 한 병을 우리가 나온 대학에 한때 있었지만 이제는 사라진 가게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비웠다. 대화는 주로 이런 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