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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터뷰
재밌는 걸 했는데 일이 됐다: CMO 정다운
풀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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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은 ‘일이 재밌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재밌는 걸 했는데 일이 됐다’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꼭 덧붙인다. ‘너무 좋잖아!’ 우당탕탕 흘러온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게 현재로 이어지는 단 하나의 경로였을 거라 확신하게 만드는 정다운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고 왔다.
출처: 헤이러너스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무슨 일을 하십니까.
올해로 딱 10년 차에 접어든 정다운입니다. 지금은 헤이러너스라는 F&B 브랜드에서 CMO로 일하고 있습니다. 김밥을 팔아요.
김밥을 판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오픈 준비에 6개월 정도 썼고 오픈하고 나서 6개월 정도 지났어요. 다 합치면 1년 쯤 됐네요.
많은 걸 하셨을 듯한데요. 잘 모르는 입장에서 다운 님의 하루를 상상하며 업무를 쪼개 봤습니다. 매장 관리, 상품 판매, 마케팅, 기타 백오피스 업무 정도.
모든 일을 했죠. ‘실제로 김밥을 마는 것’ 빼고는 다 했어요. 브랜드 이름을 짓고, 콘셉트를 정하고, 공간을 꾸미고, 어떤 고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전략을 짜고, 이런 저런 비용 관리도 하고. 오픈 준비하는 6개월, 오픈하고 난 뒤 얼마 간은 그렇게 다 아울렀어요. 다행히 금방 자리를 잡아서 이제는 대부분의 업무에서는 손을 떼고 마케팅과 B2B 영업 쪽에 집중하고 있어요.
현재 다운 님의 일과를 소개해주신다면.
아침엔 무조건 매장에 출근합니다. 그 날 이슈가 없는지, 뭔가 챙겨야 할 건 없는지 살펴봐요. 특히 고정으로 나가는 단체 주문이 항상 있는데요. 그거는 제가 매일매일 배달을 하고 있어요.
직접 배달까지?
저를 보고 시켜주시는 거잖아요. 많이 주문해주시기도 하고요. 처음으로 정기 배송을 해주셨던 분들이니 웬만하면 직접 가서 인사도 드리고 맛은 어떤지 여쭤보기도 하고 그래요. 그리고 여기 주변에 회사가 많잖아요(헤이러너스는 광화문에 있다. 인터뷰 다음 날 상암에 2호점을 오픈했다). 포장하러 자주 오시다가 이제 아예 정기 배송으로 진행하고 있는 거기도 해요.
배달 다녀와서는 뭘 하시나요?
매장에서 필요한 물품이나 재료 같은 것들을 리스트로 받아서 처리하고요. 여기(길 건너 스타벅스) 와서 제가 해야 할 일들을 좀 하죠. 인스타그램 관리 같은 거. 콘텐츠도 만들고.
최근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는 뭔가요?
어쩌다 김밥 집을 만들게 됐는지 썰 푸는 콘텐츠요. 시리즈로 만들었는데 그거 만들 때 신경을 좀 썼거든요. 다행히 반응이 좋았어요.
저는 그 콘텐츠를 보고 다운 님이 개인 창업을 하신 줄 알았습니다. 사실은 회사 소속으로 브랜드를 만드신 거죠?
네. 사실 일부러 그렇게 보이도록 한 것도 있어요. 뭔가 회사 차원에서 만든 브랜드라고 하면 어딘가 멀게 느껴질 것 같더라고요. 물론 회사 일로 만든 거긴 하지만 정말 진심으로 제가 하고 싶은 아이템을 골라서 만든 거거든요. 그런 만큼 제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이제 점심 드시고.
점심은 항상 김밥 먹어요. 약간 일이라고 생각하고 먹긴 해요. 맛이 달라졌는지 체크도 해야 되고 계속 개선도 해야 되고. 오후에는 무조건 운동을 갑니다. 매주 월요일에는 김밥집 고객님들과 경복궁을 뛰고 있어요(헤이러너스는 러닝 크루를 운영하고 있다). 이거 하면서 달리기도 시작했거든요. 다음달엔 하프마라톤도 나가요. 그리고 요즘엔 상암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어서 매장 알바 하시는 분들이 그쪽으로 많이 이동했어요. 그래서 요새는 저녁에 직접 김밥 판매까지 하고 있어요.
CMO면 좋습니까?
딱히 달라지는 건 없어요(웃음). 어디 가서 자랑하기 좋다는 거?
하는 일은 어차피 마케팅이니까요.
그쵸.
‘저희가 열심히 으쌰으쌰 해서 건강하고 맛있게 만든 김밥입니다.
여러분도 그 에너지를 받아가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거예요.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흔히 ‘브랜드를 만든다’고 하는 것과 ‘장사를 한다’는 것을 구별하지 않습니까. 특히 F&B 쪽에서는 어떤 관점을 채택하는지에 따라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이 바뀌더라고요.
엄청 달라요. 그냥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장사는 매출이 우선이에요. 배달 플랫폼에서 1위 하는 업체가 돈을 많이 벌어요. 저희는 그렇게만 벌고 싶지는 않아요. 그게 나쁘다거나 가치가 낮다는 건 아니에요. 그냥 하고 싶은 유형의 일이 아니예요. 저희가 추구하는 바를 브랜드라는 수단을 통해 세상에 얘기하고 싶은 게 커요. 간단해요.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자. 이 메시지를 헤이러너스에서 김밥을 사 먹을 때 느꼈으면 좋겠어요.
매출을 올리고 이윤을 남기는 건 중요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목적은 아니다.
수단이죠. 이윤 당연히 남겨야죠. 그런데 이윤을 남기기 시작했을 때 저희의 다음 목표가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는 거예요. 다른 걸 생각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키오스크. 특히 저희는 테이크아웃 전문이잖아요. 확실히 키오스크를 쓰면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여기(광화문) 주변 가게들 보면 거의 다 써요. 그런데 저는 그게 아쉬운 거예요. 하루에 낯선 사람이랑 몇 마디 형식적인 말이라도 나누는 드문 순간인데 그것 마저도 없애버리다니.
헤이러너스의 헤이(HEY)가 ‘Healthy, Energy, Yummy’이라는 뜻이거든요. ‘저희가 열심히 으쌰으쌰 해서 건강하고 맛있게 만든 김밥입니다. 여러분도 그 에너지를 받아가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잠깐이라도 인사도 하고 어떤 거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맛 설명도 상세하게 하고 어울리는 거 추천하면서 대화를 많이 하는 이유예요. 이런 게 다 모여서 브랜드를 이룬다고 봐요. 그냥 ‘장사를 한다’고 하는 것과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럼 매출은 어떻습니까?
저희 장사 잘 돼요. BEP(손익분기점) 맞추는 데 2개월 걸렸어요.
다운 님의 에너지를 보니 잘 파실 것 같습니다.
네. 제가 바로 종로 김밥 판매왕입니다. 실제로 되게 잘 팔아요.
어릴 때는 커서 뭐가 되고 싶었습니까?
음…고위 공무원? 하고 싶은 게 딱히 없었어요. 취미는 되게 많았어요. 그래서 돈을 열심히 벌어서 취미에 다 쏟아부어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럼 대학교도 점수 맞춰 갔나요?
네. 공부를 덜 할 것 같아서 광고학과에 갔어요. 그래서 막연하게 광고회사 다니거나 공무원 되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 그러면서 학교 재밌게 다녔어요. 실제로 졸업하고도 따로 취업 준비를 하기보다는 그냥 아는 사람 회사에 ‘저 써주세요’ 이러고 들어갔어요.
무슨 일을 했습니까.
처음에는 문화 기획사 같은 데 들어가서 열정페이 받으면서 굴렀어요. 그러다가 마케팅 회사로 옮겼고요. 거기선 블로그 마케팅. 그때 한참 유행할 때예요. 성형외과나 학원 같은 데 마케팅 해줬죠. 그때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요. 내가 사진도 찍고 글도 어찌 됐건 쓰니까 여행기자를 해볼까 싶었어요. 여행 플랫폼 같은 데 취직했는데, 이게 웬걸. 6개월만에 망한 거예요.
제주도에서도 일하셨죠.
회사가 6개월만에 망했는데 그 타이밍에 집주인이 나가라는 거예요. 졸지에 집도 잃고 직장도 잃고. 마침 친구가 아는 사람이 제주도에서 풀빌라 운영하는데 마케팅 할 사람을 찾고 있대요. 숙식 제공도 한다고. 아는 사람 없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셀프 추천했죠.
그때까지도 별 생각 없이 내려간 거네요. 앞으로의 계획이라든지.
철이 없었죠. 적당히 일하면서 놀고 먹고 싶어서 제주도에 내려갔다는 게...근데 제주도에서 일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계기가 있었나요?
반강제적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됐거든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저녁 6시 정도 되면 어디 갈 데가 없어요.
제주도 어느 쪽에 계셨습니까?
성산일출봉 근처예요. 제주도 동남쪽. 그때가 2018년 쯤인데요. 하나 있는 스타벅스가 5시면 문을 닫아요. 왜냐? 중국인 관광객들 빠지면 손님이 없는 거예요. 제가 서울 살 때는 신촌에 있었거든요. 원래 새벽 6시에 자는 사람이었어요. 제가.
12시간이 바뀌었네요.
빨래, 요리, 청소…그런 거 다 그때 익혔어요. 맨날 밖에서 노는 애였는데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으니까요. 그러면서 일상의 패턴을 잡는 법을 알게 됐죠. 뭔가 좀 안정적으로 살게 됐고요. 그렇게 1년 쯤 살다가 알고 지내던 대표님이랑 같이 일하게 되면서 제주시로 넘어갔어요.
그때는 무슨 일을 했습니까.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도와주는 프로젝트 같은 것들을 주로 했어요. 이때 경험이 저한테 큰 영향을 줬어요.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네? 그것도 월급 따박따박 받으면서.’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도와주는 프로젝트’라는 게 어떤 건가요?
멘토링 프로그램이에요. 제주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 특히 청년들은 직무 관련 정보를 얻는 게 힘들거든요. 근데 제가 이걸 되게 열심히 했어요. 없는 인맥 있는 인맥 다 동원해서 참여자한테 실제로 도움될 것 같은 사람 찾아서 부탁하고 계속 신경쓰고 시간 쓰고 돈 쓰고…
아, 나는 이제 뭔가 좀 사람들을 돕는 일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걸 돈 벌면서 하고 싶다.
뭐가 그렇게 몰입하도록 만들었을까요?
모르겠어요. 근데 한 번 그런 적이 있어요. 저희가 멘토 연결하기 전에 다섯 명 정도 모여 앉아서 멘티 한 명을 주인공 삼아 한 시간 내내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거든요. 왜냐면 이 친구들에 대해서 잘 알아야지 누구를 어떻게 연결해줄지 알 수 있잖아요. 어쨌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느날인가 한 친구가 너무 고맙다면서 막 우는 거예요. 어른들이 이렇게까지 자기 얘기 들어준 게 처음이라고. 되게 감동적이라고. 그 말이 역으로 저한테도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런 경험, 어떤 어른이 내 얘기를 들어주는 경험이 사실은 제게 필요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더 몰입했던 것 같아요. 나 되게 막 살았는데 더 이른 시기에 나에게 필요한 누군가를 만났다면 훨씬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계속 저를 대입하면서. 그 사업을 3년 동안 했어요. 재밌었어요. 평가도 잘 받았고요. 딱 알았죠. 아, 나는 이제 뭔가 좀 사람들을 돕는 일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걸 돈 벌면서 하고 싶다.
그래서 다시 서울로 돌아왔나요?
맞아요.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사람이 하는 이상 돈을 벌어야 지속이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제주도에서는 제가 더 배우고 싶고, 같이 하고 싶은 사람들을 찾기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서울로 돌아왔죠. 돈을 버는 방식을 배우려고. 내가 그걸 잘 해낼 수 있다고 증명하려고.
서울에서도 그런 기회를 잡는 게 말처럼 쉽진 않았을 텐데요.
여기저기 피칭하러 다녔어요. 모임도 하고 스터디도 하고. 사람들 만날 수 있는 자리는 웬만하면 다 갔어요. 그러다가 지금 회사 대표님을 만났어요. 창업가에 대한 책을 읽는 독서모임이었는데 자기 사업 아이템 같은 걸로 발표하고 피드백도 주는 기회가 있었거든요. 근데 아무도 안 하더라고요. 저는 했죠. 그걸 보고 대표님이 너 나랑 한번 일해볼래? 한 거예요.
자기 어필을 잘 하시네요.
간절했죠.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도움이 필요하니까. 기회를 만들어야 하니까. 저는 원래 제가 뭐 하고 싶으면 여기저기 동네방네 알려요. 그래야 남들도 나를 도와줄 거잖아요. 만약 제가 지금 못해도 상관없어요. 누군가는 피드백을 줄 테니까요. 그래서 막 말하고 다녀요.
그렇게 헤이러너스가 나온 거군요. 이건 언제까지 하실 겁니까?
사실 제가 F&B 분야에 엄청난 욕심이 있어서 김밥이라는 아이템을 갖고 헤이러너스라는 브랜드를 만든 건 아니에요. 이걸 통해서 제 능력을 테스트해보고 ‘나 이거 잘해’를 증명하려고 했던 것도 있어요. 실제로 이번 과정을 좋게 봐주신 분들에게 오퍼를 받기도 했고요. 나름대로 목적을 이루긴 했어요. 앞으로는 교육 혹은 멘토링 쪽으로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출처: 본인 제공
마지막 질문입니다. 풀칠의 모토는 ‘밥벌이 이상의 풀칠을 위하여’입니다. ‘돈 벌어야 해서’ 말고 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건 너무 당연한데, 너무 재밌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좋아하는 거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는 게 저한텐 일이에요. 제가 하는 일의 겉모습이 달라져도 ‘야, 이거 진짜 좋아. 너도 해봐’라는 본질은 똑같아요. 제가 단순 광고마케팅 할 때 힘들었던 게 제가 안 좋아하는데 좋다면서 팔아야 된다는 점이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걸 팔잖아요. 저는 건강한 삶과 음식, 운동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너무너무 재밌죠.
그러고 보면 다운 님에게 계기가 됐었던 멘토링 프로그램이 헤이러너스와 이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도와준다’라는 큰 범주에서 보면 ‘사람들이 건강한 음식을 맛있게 먹게 한다’는 목표도 같은 맥락을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맞아요. 그게 제일 큰 행복이에요. ‘얼마를 받느냐?’ 보다는 ‘내가 하고 싶으냐?’ 가 더 중요해요. 다행히 그런 모습과 결과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속 생기고 더 나은 제안을 해주시기도 하고 그냥 챙겨주시기도 하고 그래요.
글/ 아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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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칠
이름부터 지원 팀이잖아요: 총무 정해린
정해린은 평범한 직장인이다. 출근 전 날 밤이면 다음 날 아침이 오는 게 두려워 괴로워하고, 회사에서 꼬박 하루를 보낼 생각에 비명을 지르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자신이 맡은 업무를 처리한다. 백화점 가서 돈쓰기만 했지 여기서 돈을 벌 줄은 몰랐다는, 그러나 이제는 완전히 백화점 직원이 다 된 정해린을 만나봤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대백화점 미아점에서 총무로 일하고 있는 정해린이라고 합니다. 입사한 지 1년 6개월 정도 됐습니다. 백화점에서 총무는 어떤 일을 합니까? 백화점 전반을 관리하는 직무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고객들이 방문하는 물리적 공간 차원에서 각종 시설을 챙기는 일이 많습니다. 각 시설은 담당 업체가 있고 업체 소속의 직원 분들이 계세요. 그 분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게 주요 업무 중 하나예요. 도급이라고 하는데요. 업체에 대한 계약, 평가, 서류 관리 및 점검 같은 걸 담당해요. 이외에도 복리후생, 세금, 보험, 구매, 안전, 미화까지 다방면으로 관여하고 있어요. 또 저희는 총무와 인사가 함께 지원 팀에 속해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내외부에서 다양한 요청을 받습니다. 그것들을 처리하는 것도 일이죠. 어떤 요청을 받나요? 예를 들면 영업 팀에서 고객 대상 행사를 진행할 때 필요한 물품을 확인해서 배정해주기도 하고요. 뭔가 설치해야 한다면 공간 또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 챙기기도 합니다. 혹은 본사 차원에서 파악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취합해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요. 외부에서 저희 직원 또는 고객 대상으로 이런저런 행사를 해보고 싶다고 제안이 들어오면 대응하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살림꾼이네요. 보통 출근하면 뭘 합니까? 다들 그렇겠지만 메일이나 메신저부터 살핍니다. 저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하고 주말에 쉬는 게 아니라 한 달 스케줄을 별도로 짜서 그에 맞춰서 출근하는데요(백화점은 주말에도 열어야 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제가 쉬는 것과 상관없이 회사의 일은 현재진행형일 때가 많아요. 새로 발생하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을 놓치지 않게 인수인계를 잘해야 해요. 당장 처리해야 할 게 없으면 일단 백화점을 한 바퀴 돕니다. 돈다는 게 뭡니까? 돌면서 뭘 하나요? 문제 없나 살피는 거죠. 백화점이 크고 작은 공사를 자주 해요. 입점 브랜드가 바뀌기도 하고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닫히기도 하니까요. 보통 영업 시간이 끝나고 다음 날 오픈 전까지 진행되는데 그 현장에 가보는 거죠. 공사는 잘 됐는지, 뒷정리는 잘 됐는지. 그리고 나서는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주차장 혹은 직원 전용 통로 같은 것들을 확인해요. 영업 시작하기 전에 전반적인 컨디션을 체크하는 거죠. 직접적으로 부딪히며 같이 일하는 동료는 몇 명 쯤 됩니까? 지점별로 다르긴 한데 일단 저희는 10명입니다. 관리자인 팀장과 총괄이 한 명씩 계시고요. 실무자인 담당이 다섯 명, 사무 업무를 봐주시는 분들이 세 명 있습니다. 큰 점포는 총괄이 두 명 혹은 실무자가 한두 명 정도 더 붙기도 합니다. 지원 팀이 의외로 인력이 많아요. 예를 들어 저희 영업 팀만 해도 담당이 다섯 명까진 안 되거든요. 당연히 이것도 큰 점포는 더 많아지긴 하지만.
풀칠
정당이라는 일터: 당직자 김예슬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이 이 업계에 한 발 걸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주변에서 이 직업을 가진 사람은 보기 힘들 거라고. 심지어 이 직업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충분히 인지하지 못 했을 거라고. 김예슬은 당직자다. 정당에서 일한다. 매일 아침 국회로 출근한다. 그는 정치인인가? NO. 정치 꿈나무인가? NO. 직장인인가? YES. 5년 차 풀칠러 김예슬과 이야기 나눴다. 짧게 소개 부탁합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당직자로 일하고 있는 김예슬 주임입니다. 계약직 기간을 포함하면 벌써 5년 차네요. 소속을 어디까지 밝힐 수 있나요? 원하는 수준이 있나요? 편한 대로 해도 돼요. 저희야 당연히 최대한 구체적인 게 좋습니다만, 아무래도 정당이다 보니 조심스럽지 않을까 싶어서요. 상관없어요. 일하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인터뷰니까요. 좋습니다. 당직자란 당최 뭐 하는 직업인가요? 우리가 흔히 아는 당직은 아닐 테고요. 정당이라는 회사에 다니는 직원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보통 정당 하면 당대표나 국회의원 등 정치인을 떠올릴 텐데요. 그 외에도 조직으로서 정당을 굴리기 위해 필요한 일들이 있어요. 홍보, 행사 운영, 회계 등등.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죠. 일반 회사원이나 공무원들이 그렇듯이 저희도 입사하면 발령 나는 대로 여러 부서를 돌아요. 저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책 연구를 담당하는 민주연구원 정책연구실 소속이고요. 정당에서 일하는 일반행정직 직원이군요. 요즘엔 무슨 업무를 하고 있습니까? 조금씩 다양한 일을 해요. 다음 달(8.18)에 전당대회가 있는데요. 뉴스에선 당 대표 선거 얘기가 주로 나오지만 사실 그게 다가 아니에요. 2년마다 열리는 행사인 만큼 그동안 바뀐 시대 흐름에 맞춰서 당헌, 당규도 조금씩 수정하는데요. 제가 속한 민주연구원에서는 그중 강령 개정을 맡았고, 저 역시 당분간 이 업무를 지원할 예정이에요 그쪽 업무를 지원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시대 흐름을 반영한다고 했죠. 이게 저희끼리 의논해서 정하는 게 아니에요. 외부 패널을 모셔서 간담회를 열죠. 세상은 이렇게 바뀌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 당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이야기를 나눠요. 그런 크고 작은 행사가 일주일에 몇 개씩 잡혀요. 이번 달이 특히 바쁜 이유죠. 강령개정 작업에 투입된 건 처음인데, 매주 간담회를 세팅하고 정리하고 회계처리 등등을 할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