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의 기술의 원칙
30대에 접어든 뒤로 다음 날 일정에 지장을 줄 만큼 술을 마시는 일이 드물다. 첫 회사에 다닐 때만 해도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혼잡한 출근길을 견디는 일이 부지기수였는데 말이다. 딱히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됐다. 부어라 마셔라 했던 날들로부터 비롯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혈중알콜농도의 적정선을 넘었다고 판단되면 내 몸의 어떤 시스템이 알아서 셧다운 시키는 게 아닐까 싶다. 아니면 술을 마시는 순간에 그것을 버텨내는 체력이 전에 비해 떨어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과음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된 셈.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장의 기술은 날로 발전해 가는 중이다. 아니, 오히려 더 정교해지고 있다. 해장을 시도할 기회가 늘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일정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줄었지 술자리가 줄진 않았다. 자연스럽게 전체 숙취 중 적당한 수준의 숙취 비중이 높아졌다. 숙취도 적당해야 해소가 되지. 사실 일정 수준을 넘어가는 숙취는 기술로 어떻게 되는 게 아니다. 그거는, 뭐랄까, 종교적 해법에 기대야 한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요즘엔 안주만큼 다음 날 먹을 해장 메뉴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한다(예전엔 라면, 순댓국, 해장국 중 하나였다). 다만 예나 지금이나 해장의 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은 동일하다. 바로 과식. 술을 좀 열심히 마신 다음 날 첫 끼에는 평소보다 많은 양을 먹는다. 라면을 먹는다면 한 개를 더 끓이고 햄버거를 먹는다면 사이드를 추가하며 국밥을 먹는다면 특으로 업그레이드한다. 음식물로 입안을 가득 채운 채 와구와구 먹고 배가 불러 위가 땡땡해지는 느낌이 들 때까지 먹는다. 그리고 기다린다. 이게 소화될 때쯤엔 숙취도 사라지겠지, 하면서. 가끔 좀 가학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음주 후 과식이라니. 지나가는 초딩 붙잡고 물어봐도 몸에 안 좋은 거 알겠다. 몸에 안 좋은 걸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초딩들이 누리기 어려운 어른만의 특권이다. 물론 나는 책임감 있는 어른이므로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잘 살필 것이다. 특권에 취한 사람만큼 추한 건 없다. 그러니 항상 조심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주와 과식(=해장)을 오래오래 하고 싶다. 이 코너는 바로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다. ‘해장의 기술’이라 이름 붙였지만 더 넓은 이야기를 내 맘대로 할 것이다. 술을 마시고, 취하고, 행복하고, 후회하고, 자고 일어나서 해장하며 다음엔 뭐에 술 마실까 고민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할 것이다. 글/ 아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