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Sign In
일간 조각집
2024 직장인 여름 방학 in 구례 | 화엄사 | 소식다료 차실 | 지선댁
christine
❤️
1
🫶
1
240627 드디어 구례 도착!
지난주 주말부터 화요일까지 일본 교토에서 여행을 하고, 집에 돌아와 짐만 바꾼 후 바로 구례로 출발했다. 올해 상반기 극악의 스케쥴을 보내면서 여행이 더욱 간절했다. 그러다 보니 6월의 마지막 10일은 거의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스케줄이.
구례는 나에게 연고도 하나 없는 도시지만, 화엄사가 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올해 2번이나 찾게 되었다. 360도를 돌아봐도 산이다. 마치 산의 품에 안긴 것만 같다. 그 넉넉하고 서늘한 안온함이 좋아서 이 동네를 자꾸 찾는다. 화엄사는 조금만 기다려주소.
구례에서는 다슬기 수제비 필수, 탕수육은 선택
📍부부식당 (https://naver.me/GPrF4Uv2 )
그래봤자 수제비 아니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구례에 갈 일이 있다면 다슬기 수제비는 꼭 먹고 오세요. 어렸을 때 먹은 재첩국에 수제비가 동동 떠있는 느낌. 맑고 개운하고 시원하고 감칠맛 터집니다. 반찬으로 나오는 겉절이는 양념으로 산초가루가 잔뜩 들어가서 독특하게 맛있습니다. 구례가 맛의 고장이라는 거 100% 확실.
📍옥천식당
주인 아주머니는 꽤 불친절하시고 식사는 주문 이후 30분 가까이 기다려 먹을 수 있었지만... 그 맛은 전까지의 불쾌함을 소멸시킬 정도였다. 탕수육이 쫀득 폭신했고 짬뽕에는 가는 미역이 들어가서 국물이 시원했다. 블루리본 맛집!
소도시 특유의 차분함이 담긴 컷들
언젠가 집을 꾸민다면 지선댁처럼 !
'잘 가꿔진 공간'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곳. 지선댁이라는 이름부터 소담스럽게 꾸며진 정원, 깔끔하게 정돈된 자쿠지, 사용하기 가장 편리하게 준비된 시설까지 모두 좋았다. 독채의 한 면이 모두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구례의 아름다운 풍광을 물씬 즐길 수 있었다.
지선댁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취향'이 돋보이는 공간이라는 점이었다. 직접 커피와 차를 내려마실 수 있도록 각각의 다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턴테이블과 LP, 좋은 스피커도 있어서 여름방학을 더욱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조금만 걸어나가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구례 도심과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이라서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모내기를 하는 어르신들도 있었고, 경로당에서 할머니들의 웃음소리도 새어나왔다. 하늘에 닿을 듯한 대나무로 가득한 대나무숲도 아름다웠다.
올해 최고의 하늘을 보았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걱정했던 건 비였다. 뉴스에서는 쉴 새 없이 폭우를 걱정했고, 남부지방으로 향하는 KTX 안에서도 실시간으로 어두워지는 하늘에 조마조마했다. 여행 첫 날 오후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렸는데 그 날 저녁 이러한 하늘을 만났다!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하늘은 여러 색을 내뿜었다. 마치 이게 다가 아니라는 듯이. 그리고 그 틈틈이 오렌지 빛깔의 선이 보였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우연히 본 명장면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드디어 화엄사! 해탈아!
불교와 큰 관련이 없이 살았다. 오히려 기독교와 천주교에 가까웠다. 어머니는 몇몇의 계기로 평생 기독교인이 되셨고, 나는 천주교 미션스쿨에 다녔다. 그런데 우연히 찾은 절에서 깊은 평안을 느꼈다. 그때 이후로 비밀스럽게(?) 불교를 사랑하게 되었다.
종종 출근길에 푸른색 염주를 끼기도 하고 (회사에서 깊은 분노를 느낄 때마다 손가락으로 염주를 한 알씩 만지다 보면 그래 저 인간도 저러고 싶지 않겠지..하는 마음이 든다), 동료들에게 절 탐방을 추천하기도 한다. 이번 여행 또한 화엄사를 놓칠 수 없었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달려왔다.
여름 화엄사는 수국이 제철이었다
'어떤 꽃을 가장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수국이라고 답하는 편이다. 길가 어디에서도 잘 자라는 씩씩함도 좋고, 땅의 성분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유연함도 좋다. 작은 꽃들이 모여 풍성함을 이루는 모양도 예쁘다. 여름에 찾은 화엄사는 수국이 제철이었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 수국으로!
그리고 화엄사에 사는 고양이 '해탈이'. 지난 번에 왔을 때 한 보살님이 가르쳐 주신 이름. 어쩌면 이름도 해탈이야. 수백년을 버틴 이 오래된 석탑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는 태연함. 너무 좋고요. 보호색마냥 비슷해서 더 귀엽고요.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잠든 얼굴을 보니 행복 그 자체. 친구야 다음에 볼 때까지 이렇게 사랑만 받으면서 잘 살고 있어야 한다.
사성암, 그 옛날 스님들의 눈에 보였던 세상
여행을 갈 때 꼭 가고 싶은 몇 군데를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고 여행지에서 즉흥적으로 바꾸는 편이다... 여행 이튿날에 화엄사와 사성암을 들렸는데, 화엄사에서 햇빛을 쐬는 순간부터 조금씩 어지럽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성암은 여행 메이트의 깊은 바람이 담긴 곳이었기에 힘을 내어 올라가봤다.
사성암은 원효대사와 의상대사를 비롯한 4명의 고승이 수도한 곳으로 알려져있다. 지금은 절까지 올라오는데 길도 잘 닦여 있어서 택시 한 번이면 20분도 안 되어 올라오지만 그 옛날에는 한 발 한 발 걸어서 와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본 이 광경은 지금과 사뭇 다른 감동이었을 것이고.
세상사 한 줌이라는 옛날 할머니들의 말이 생각났다. 이토록 작게 보이는 저 세상에서 서로를 오해하고 다투고 욕심 부리고 질투하고 이 모든 게 어떤 의미인가.
차를 마시니 온 몸에 엑스레이를 하는 기분
📍소식다료 차실(https://naver.me/5EaUVOLC)
이번 여행에서 가장 조용했던 공간. 다실의 통창 위에는 책가도가 그려져 있고, 장식장에는 뉴진스 버니봉이 있는 독특한 감성. 차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틈에 다실 주인 분께서 본인이 마시던 차를 조그맣게 내어 주셨다. 한 모금을 마시니 온 몸의 감각이 돋아나는 기분이었다. 마음은 가라앉고 피부 끝은 얇아진다. 직접 차를 내려볼 수 있었는데 차가 이렇게 고소할 줄이야.
여행 둘째 날 오후에 만난 구례 성당의 모습.
이번 여행은 마음속 평화를 되찾는 여름방학이었다.
Subscribe to 'christine-elastin'
Welcome to 'christine-elastin'!
By subscribing to my site, you'll be the first to receive notifications and emails about the latest updates, including new posts.
Join SlashPage and subscribe to 'christine-elastin'!
Subscribe
❤️
1
🫶
1
christine
매일 바쁜 20대 직장인은 어떻게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까?
요즘 나를 소개하자면, 회사에 가장 일찍 출근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회사가 좋아서는 절대 아니다. 그저 당장 오늘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다. 매일 매일 열심히 살아가는데 점점 소진되어가는 기분. 이게 맞나? 기초 체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행복하지 않은 마음으로 준비하는 것들이 행복을 전할리 만무하다. 더 큰 문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 사실이 나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그래도 10년 정도 어떤 일을 했을 때 전문성이 생긴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마케팅은 젊을수록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다. 연차가 쌓임에 따라 인맥이나 업무의 체계성은 높아질지언정, 아이디어가 새롭다거나 시선이 참신하긴 어려울 것 같고. 내 커리어를 어떻게 설계해나가야 할까 솔직히 정말 고민이 된다. 바쁜 몸에, 여유 없는 마음은 우울을 일상화시킨다. 그리고 막연한 억울함이 생긴다. "왜 내가 힘든 건 아무도 안 알아주는 거지?" 여느 날처럼 우울모드의 일요일 오후를 보내던 차에 전문성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전문성은 혼자하는 공부에서 생기는 것 같아. 좋은 회사는, 그런 시간을 업무 시간 안에 보장을 해주는 것 같더라고" 그 말을 듣고 나의 요즘을 다시 생각해봤다. 눈 뜨면 출근하고, 퇴근해서 잠들고의 반복.. (아니 이거 거의 80년대 가장의 스케쥴 아닌가. 우리 아부지도 이렇게는 일 안 했겠는데) 출판사에서 일할 때는 억지로라도 한 시간 정도 일찍 파주에 도착해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운 좋게도 출판사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원하던 회사에 이직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 시간들이 누적되어 나의 성장에 거름이 된 건 아닐까. 지금은 왜 그렇게 살지 못하는 걸까? 물론 정해진 출근 시간보다 일찍 출근하는 건 여전하다. 다만 그 시간조차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게 문제다. 메일에 더 빠르게 답장하고, 써야 할 포스트를 더 빨리 쓰고... 그 사이에 나는 열심히 소진될 뿐, 내 안을 제대로 채우기는 힘들었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오늘의 공부를 기록해야 하고, 그래야만 나라는 존재에서 회사를 제외해도 오롯이 살아남을 수 있다. 공부 목표 및 루틴 -주 1회 신간 리뷰 -주 1회 글쓰기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 -매일 문장 수집
christine
짧은 봄에는 DAY6가 제맛
회사 동료들이 데이식스를 부르짖을 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때의 나를 후회한다. 왜 도대체 왜 이들을 이제서야 찾아본 것인가! 그렇다면 마이데이 4기가 되어 이번 주 콘서트에 갔을 텐데. 왜! 입덕의 계기 : Love me or leave me 오랜 친구의 카톡 내용. 출근길에 한 번 들어보라며 love me or leave me 콘서트 영상 링크를 보냈다. 별생각 없이 눌렀고, 성진의 보컬이 나오면서 직감했다. 한동안 이 노래만 듣겠군. 사실 그때는 성진이 누구인지도 몰랐고, 친구에게 시간 좌표를 보내면서 이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봤다. 그게 성진이었다. 내 첫 입덕 멤버는 성진입니다. 맑고 단아한 음색 중간에 비포장도로 같은 락 보컬이 있다니. 나에게 DAY6는 '예뻤어'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처럼 대학생 초반의 감성처럼 느껴졌다. 처음 성인이 되어 느끼는 사랑의 애틋함, 서툰 표현법,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광장의 땀 냄새가 나는 노래들. 직장인이라는 페르소나를 가진 지 꽤 지난 이 시점에서 이런 노래들은 이미 지나간 낭만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거리감이 들었다. BUT, 군백기 동안 인기를 얻어 다시 뭉친 그들의 서사를 알게 되니 이런 노래들 안에 담긴 절박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데뷔한지 10년이 가까운 시점에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되다니. (물론 그 전에 이들을 알아본 팬들은 참각막, 참고막이라는 점..) 그 자체로 전국민 우쭈쭈의 대상 아닌가. 드럼 치는 저 강아지상은 누구야 성진의 기깔나는 보컬에 빠져있을 때쯤 내 눈에 한 사람이 더 들어왔다. 무대 뒤쪽에서 해맑은 표정으로 드럼을 뚜까패고 있는 분! 드럼 치는 영상의 조회 수가 200만 회를 넘긴다는 것? 이 사람의 스타성은 아주 어마어마하다는 것 아닐까. 특히 스윗 카오스는 출근할 때 여러 번 듣는데 그 이유는 일단 달콤한 혼돈이라는 표현이 출근길에 아주 잘 어울리고? 3줄 요약 무념무상의 표정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일을 하던 직장인 A씨. 2024년 벚꽃이 흐드러지는 봄에 데이식스에 푹 빠졌음. 동기부여에는 덕질이 최고라는 인생의 진리를 다시 한 번 느끼는 하루.
christine
귀여운 것들이 지천에 깔린 오후
토요일 오후 동네 최애 카페. 이 카페에 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 가장 큰 건 강아지 "잭"이다. 하네스에 적힌 말처럼 정말 겁이 많은 강아지인데, 요즘 몇 번 봤다고 나한테 기대기도 한다. 헐레벌떡 뛰어서 왔는데 잭은 잠들었고 그래도 그 모습도 좋아서 계속 보고 있었다. 마음 한 편으로 아쉽다 아쉬워 그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카페 문 밖에서 3살 정도로 추정되는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잭을 향해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 흰색 털 복숭이 강아지와 비슷하게 솜털 보숭이인 아기의 만남이라니. 귀여운 것이 세상을 구한다는 말은 진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