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준의 소설 만세: 좋아하는 것을 지키는 용기의 이야기
정용준 작가의 에세이 소설 만세는 소설을 읽고 쓰는 이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땐 정용준 작가가 소설, 그리고 문학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들을 엿보게 된다. 그러다 중반 쯔음에는 남의 일기를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읽어나갈수록 이 이야기가 그저 소설가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에세이를 통해 소설을 읽고 쓰는 이유가 직업적인 의미를 넘어서,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이는 소설가뿐만 아니라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메시지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의미를 상기시켜 준다. 서서히 기울어지는 것들을 바로 세울 수 없더라도 그것을 버티고 선 이들의 삶에 “수고했어. 최선을 다했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어.” 말해 주는 것. “힘들어? 그러면 관둬.” “열받아? 그러면 하지 마.” 이런 말들은 이제 지겹다. 뭐든지 쿨한 것. 하나도 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소설을 쓰고 읽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초라하고 세련되지도 않은 것 같고 그래서 경쟁력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실제로 나쁜 전망이 맞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럴 가치가 있어요. 당신이 소설을 그렇게 지킨다면 소설 역시 당신을 그렇게 지켜 줄 것입니다.” 내가 특히 감명 깊었던 부분은 지인이 예전에 글에 대한 트라우마로 글 쓰기를 망설이던 내게 보내줬던 문장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내가 선택하고, 내가 열망하고 꿈꾸고 이루고 싶은 것에 다른 사람의 인증이나 보증은 필요 없다. 그것을 알지 못하는 이를 설득할 근거를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근거를 통해 내 마음과 감각이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유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유는 내 감정과 감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유가 있다 한들 원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것이고, 원하지 않는다면 바로 그 이유를 핑계 삼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의미와 가치는 객관적이고 복잡한 셈법과 무관하게 바로 내 곁에, 내 안에 존재한다. 왜냐고? ‘내’가 원하고 좋아하기 때문이다. 느끼고 있는 감각과 감각의 정도를 부정할 수는 없다. 뜨겁지 않다고 아무리 말해도 내게 뜨겁다면 뜨거운 것이다. 사랑하면 안 된다. 사랑할 가치가 없다. 그것과 함께하면 절대로 안 된다. 아무리 뜯어말려도 사랑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고 그것이 있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것이 인간이다. 너 그러다가 망한다, 넌 후회할 거야, 하는 조언을 듣고, 이해했고, 긍정했음에도 기어이 해 버린다.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 품어 은밀히 보고 꿈에서도 보고 상상으로 경험해 버리는 것이 인간이다. 환상통은 진짜가 아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내가 통증을 느낀다면 그것은 ‘통의 환상’이 아닌 ‘환상적인 통’이다. 어떤 세계는 현실보다 더 현실이고 실제보다 더 실재한다. 그것을 보고 감각하는 자들이 있다. 그것을 생각했다는 것만으로, 그것을 마음에 품고 상상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붐비고 어쩔 줄 모르게 되는, 때문에 쓰고 싶고, 읽고 싶은, 이 감각과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감각과 감정과 상상에 스민 것을 언어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의미와 가치를 논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그냥 한마디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것은 존재한다. 이 부분은 내가 한동안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을 때, 지인이 발췌해 준 문장들로서 개인적으로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작가의 글이 강조하는 것은, 아무리 똑똑한 이성과 논리에 내 마음을 맡기지 말고, 단지 나의 열망과 감각을 따르라는 것이다. 상황이 어렵고, 시간이 없고, 재능이 부족하다고 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글을 쓰면 안 되는 이유는 너무 많고, 해야 하는 이유는 찾기 어렵지만, 그저 하고 싶은 마음만 존재할 뿐이다. 정용준 작가는 “똑똑한 이성과 논리에 내 마음을 맡기지 말자”고 말하며, 머리가 내 마음을 잘 모르거나 모르고 싶어한다고 덧붙인다. 이 에세이는 글쓰기를 넘어, 예술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감동과 용기를 주는 말들이 담겨 있다. 글을 쓰면 안 되는 이유는 너무너무 많은데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그러니까 글쓰기에 대한 고민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방해만 될 뿐이다. 마음이 있다면 그것에 사랑이 있다면 읽거나 쓸 것이다. 어떻게든 읽기를 향해 쓰기를 향해 나아가려고 애를 쓸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 많이 고민하지 말자. 똑똑한 이성과 논리에 내 마음을 맡기지 말자. 상황이 어렵다. 시간이 없다. 재능이 없다. 반응이 안 좋다. 전망이 어둡다. 끊임없이 말하는 똑똑한 머리는 내 마음을 잘 모르거나 모르고 싶어 할 테니. 읽다 보면 이 에세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더욱 공감이 되고, 그래서 위로가 깊이 와닿는다. 작가의 조언이 마치 꼰대들의 조언처럼 느껴지기 쉬운 ‘노력 부족’이나 ‘돈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닌, 그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바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메시지로 느껴진다. 작가는 애정하는 일을 하는 것이 그만큼 시간을 들이고 관심을 갖게 되는 것임을 이야기하며, 결국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진정성 있는 조언을 전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글쓰기를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대학원 문예창작과에 지원하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과정을 담고 있다. 러시아어학과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그가 어떻게 소설을 향한 열정을 쫓아 성공을 거두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안도감을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가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고, 여러 방해를 극복하며 노력한 과정을 보며, 나 역시 좋아하는 일을 쫓아 살 수 있겠다는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된다. 정용준의 글은 단순히 소설을 쓰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계속해 나가는 것의 의미를 묻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강조하는 한마디, “그것은 존재한다”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진리를 전달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다시 한 번 내 안의 열정을 확인하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지속할 용기를 얻었다. 그래서 이 블로그 글의 부제는 좋아하는 것을 지키는 용기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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