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익숙해지면 다시 예전의 사용 행태로 돌아가기 어려운 것들이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무료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공인인증서 없이 송금을 하고, 원하는 영상 클립을 마음껏 찾아 감상하는 모습 등이 그렇습니다. 흔히 ‘비가역적’이라고 일컫는 이런 행태들은, 고객이 예상한 것 이상의 압도적인 효용을 제공할 때 형성됩니다. 그리고 저희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없이 편하게 진료 및 약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진료’가 그런 비가역적인 행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믿으며, 이 믿음을 가장 잘 실현시켜줄 수 있는 메라키플레이스(나만의닥터)의 Seed 및 Pre-A 라운드 모두를 리드하는 투자자가 되었습니다. 팬데믹이 발생한지 어느새 3년째입니다. 팬데믹 이후 많은 것들이 변하였지만, 가장 빠르게 자리잡은 것 중 하나가 비대면 진료입니다. 비대면 진료는 팬데믹 기간 중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된 상태이고, 이 기회를 틈타 30개가 넘는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등장하였습니다. 그 후, 2022년 상반기 오미크론이 전국을 강타하며 정부가 비대면진료 진료비 및 약 처방비를 지원함에 따라 폭발적으로 인지도와 수요가 증가하였고, 여러 서비스 중에서는 한 때 MAU 100만 이상을 달성하였던 서비스들도 있고, 수백-수천억원의 기업가치로 투자를 유치한 곳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슥 보기에 비슷해보이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들은 자세히 보면 서로 다른 성장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를 product-led growth 방식이거나 value-led growth 방식이라고 나누어 보고 있습니다. 소위 블릿츠 스케일링이라고도 얘기되는 product-led growth는 지난 수년간 스타트업 성장 공식의 바이블처럼 각광받았던 방식입니다. 대규모 퍼포먼스 및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mass 유저를 획득하고, 획득한 유저들을 retain 시킬 수 있는 여러 프로덕트 장치들을 빠른 iteration을 통해 계속 쌓아나가는 식이 대표적이고, 급격한 성장을 위해 비효율을 감내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미덕으로 여겨졌었습니다. 반면, value-led growth는 유저를 굉장히 정교하게 segmentation하여, 각 유저별로 딱 맞는(반드시 product일 필요가 없는) value proposition 공략을 통해 개별 segment군을 lock-in 시키는 방식입니다. 솔직히 스타트업 씬에서는 전자가 더 멋있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후자는 굉장히 뾰족한 전략과 각 segment 별로 맞춤형 커뮤니케이션과 운영을 바탕으로 한땀한땀 사업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훨씬 더 손이 많이 가고 난이도가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