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 차 기숙사생의 기숙사

나보고서
한채영 글
방은 가장 사적인 장소이다. 두 명이 함께 지내는 기숙사 방에서 매일 아침을 맞는 기숙사생에게도.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기숙사 생활 삼 년 차인 나에게는 일단 그렇다.
사적인 장소의 예시 몇 가지를 들어보자면, 첫 번째로는 잔뜩 어질러진 방. 사회적으로는 부러 노출하지 않고, 노출할 수도 없는 행위가 종종 방에서 일어난다. 나는 룸메이트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는 방을 어지르지 않기 위해 신경 쓰지만, 그렇다고 방이 매일 깨끗하지만은 않다. 준비하고 나갈 시간이 부족하거나, 갑자기 택배가 한꺼번에 많이 오거나, 혹은 이런 두 가지 사건이 한꺼번에 일어날 때는 가뜩이나 좁은 책상이 쓰레기장처럼 변하기도 해서...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내 방이 어떤지를 알 수가 없다. 그러니 가장 사적인 장소는 방이 아닐까.
왜 초등학생 때 다른 친구네 집에 놀러 가 친구 방을 구경하는 게 그렇게 즐거웠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비단 새로운 곳을 구경하는 데서 오는 기쁨뿐만 아니라, 친구의 가장 사적인 공간에 초대받을 만큼 우리가 친하다는 증표를 받은 것 같아 기뻤던 것 같다. 역으로, 가장 친한 친구에게 더러운 방 사진을 웃긴 사진인 것처럼 보내는 것도, 일종의 친근함을 표시하는 행위라고 해야 할까?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이렇게까지 나를 알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타고나길 맥시멀리스트로 태어난 나는 좁은 기숙사 방 면적을 알뜰하게 쪼개고 쪼개 물건을 쌓아두고 있다. 맥시멀리스트던, 미니멀리스트던 사람의 방 안에서는 어쨌거나 취향과 관심사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책장 아래 칸에는 다 쓴 일기장과 새로 쓰다 접어둔 일기장과 노트들이, 책장 두 번째 칸에는 미술사 책과 전시 소책자, 전공책이 꽂혀있다. 그리고 티백들과 커피도. 물론 방에 대한 정보만으로는 그 사람을 모두 알 수 없겠지만,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다, 라고 줄줄 말하는 것보다는 이런 단편적인 사진이 더 나을 때가 있다. 매거진을 시작하면서 자기소개 대용으로 자신의 방을 소개하자고 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사적인 장소는, 좋아하는 물건들로 공간을 채우면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처음 기숙사에 들어왔을 때는 많은 학생들이 거쳐 가며 꽤 더러워진 회색 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시야 앞이 바로 회색 벽으로 턱 막혀 있으니 가뜩이나 좁은 방이 더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거다. 지금은 남들이 남긴 흔적 위에 인상 깊게 보았던 전시회에서 산 사진들을 붙여 놓았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회색 벽을 볼 때보다는 마음이 훨씬 즐겁다. 떼어낼 때 또 다른 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 종이테이프를 말아 조심스레 붙여 두었다. 나중에 내가 이 기숙사 방을 떠나면 또 다른 누군가가 들어와, 자신의 방에 애정을 붙이기 위한 수단으로 또 다른 사진을 붙여놓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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