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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06 김영현 서평문집

김영현
김광섭 - 저녁에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음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영현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 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 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김영현
최승호 - 울음
뼈다귀가 가죽을 내미는 늙은 것이 털이 빠지고 웅크린 채 홀쭉한 뱃가죽을 들썩이며 가쁜 숨을 몰아쉰느 늙은 것이 쇠사슬에 목덜미가 묶인 채 짖어댄다. 짖어댄다. 교회당 종소리가 뎅그렁거리고 유난히 크고 밝은 금성이 번쩍번쩍거리는 새벽에 돌연 늙은 개의 짖음은 음울하고 서러운 늑대의 울음으로 변해 버린다. 시커먼 늑대의 울음이 새벽하늘을 시커멓게 적셔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