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 In

발표, 나만 그런가? - 박성우

작성자
윤가현
작성시각
말은 입 안에 꽉 차있는데 입이 떨어지지가 않아
겨우 개미만 한 말만 기어 나와 웅얼웅얼 웅얼거려
겨우겨우 꺼낸 말은 불어 터진 면발처럼 뚝뚝 끊어져
겨우겨우 꺼낸 말은 오토바이를 타고 씽씽 지나가
차 천천히 발표하도록 하자, 선생님 말을 들으면
아, 어디까지 말했더라? 말은 배배 꼬여 나오고
머릿속은 텅 빈 교실처럼 텅 빈 운동장처럼 텅텅 비어
오징어가 된 몸을 흐느적흐느적 흐느적대다 보면
입술은 바짝바짝 말라 오고 다리는 후들후들 떨려 와
우물우물 나오려던 말조차 목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
정신 바짝 차리고 아랫배에 힘을 주고 말하려 하면
방귀가 나올 것만 같고, 갑자기 오줌은 마려 오고
자 힘내라고 박수 한번 쳐 주자, 짝짝 짝짝짝
얽히고설킨 말과 생각은 실처럼 꼬여 헝클어지고
하려고 하는 말은 안나오고 애먼 말만 삐져나와
눈치코치도 없이 어이없는 웃음만 실실 나오려 해
떠듬떠듬 중얼중얼 흐느적흐느적 버벅대다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게 떠들다 발표를 마쳐
고개를 푹 숙이고 멋쩍게 돌아가 자리에 앉으면
원래 내가 발표하려고 했던 말들이 줄줄이 생각나
이 시의 작가는 박성우 시인이다. 그는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당선 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고 현재까지 약 42개의 동화나 책 그리고 시집을 집필하였다. 그의 시를 훑어보면 유독 청소년과 관련한 시집이 많다. 그는 직접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그들의 속 깊은 이야기들, 그들의 고민과 갈등에 귀를 기울였고 그것을 시로 많이 표현했다. <발표, 나만 그런가?>의 시 또한 그렇다. 이 시는 "사과가 필요해" 라는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시인데 이 시집은 박성우 시인이 집필한 두번째 청소년 시집이다. 오늘날 청소년의 삶에 대한 예리한 포착과 따뜻한 공감에서 길어 올려진 70편의 시가 정성스럽게 엮여있다. 특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 가난과 외로움등 청소년들의 현실에 대한 시들이 실려 있어 새로운 감성으로 채워져 있다. 10대 아이들의 구체적인 일상 속 그 속내를 헤아리고 어루만져 주는 듯한 감동을 전해준다.
그 중 <발표, 나만 그런가>는 제목 그대로 수업시간 발표를 할 때, 그리고 하고 나서 느껴지는 모든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는 시다. 이 시를 읽어보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정말 많다. 발표를 하면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오는 것도, 발표를 마치고 돌아섰을 때 원래 말하려 했던 내용이 생각나는 것도 발표를 자신있어 하는 친구들 외에는 거의 공감할 것이라고 느낀다. 나도 역시 발표를 자신있어하는 편은 아니기에 시의 내용이 너무나 공감되었고 나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같아 이 시를 분석하고 싶었다.
이 시는 1연으로 이루어 져 있는데 발표할 때 느끼는 감정과 행동 그리고 생각들이 몰아치듯 거의 쉬지 않고 쓰여져 있다. 이는 우리가 발표를 할 때 아무 생각도 안나고 정신없는 마음과 어찌할지 모르는 행동들을 표현한 것 같아 더 공감하고 이해하며 읽을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의태어가 정말 많이 나온다. 웅얼웅얼, 떠듬떠듬, 흐느적흐느적, 후들후들 등이 화자의 감정을 더 미묘하고 섬세하게, 그리고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오징어가 된 몸'이나 '개미만 한 말' 등 비유적인 표현을 활용함으로써 더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의 꿈이 교사인데 만약 내가 발표하기를 화자보다 더 두려워 하는 학생을 마주한 교사였다면, 하지만 발표를 시켜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학생들이 발표를 두려워 하는 이유중에 하나는 발표를 잘 못할까봐 두려워 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실패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토의 해보게 하고, 그 결론을 목록으로 적어 나누어 주거나 교실 벽에 붙여놓고 계속 보게 하고 싶다. 그것을 계속 보고 되새긴다면 조금이라도 두려워 하는 마음이 줄수 있을 것이다. 또 수업 초기에 학생들끼리 발표전략, 말하기 기술 등을 서로 이야기 하고 익힐 수 있는 기회 제공하거나, 소규모 단위의 수업을 하며 토론 분위기를 형성하고 서로서로 피드백도 할 수 있게 하면 이야기 하는 것에 두려움을 조금 덜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