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존재의 기술을 연습하는 방법들 존재하는 삶을 선택한다는 건 안쪽을 자주 들여다본다는 뜻이다. 늘 움직이고 반응하고 말하는 것에 익숙한 우리에게 그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존재를 연습한다는 건 ‘나를 잘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정이 스치고, 감각이 머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예를 들어, 감정이 올라올 때 그걸 ‘설명’하려 들지 않는 연습. 왜 슬픈지, 왜 화가 나는지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저 그 감정의 색을 바라보는 연습. 그건 존재를 ‘정리’하는 게 아니라 존재를 ‘경험’하는 방식이다. 또 하나는 무언가를 결정하지 않고도 괜찮다고 여기는 시간. 가끔은 판단하지 않고 머물러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무언가를 택하지 않아도, 정답을 내리지 않아도, 내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믿는 일. 그렇게 나는 ‘결론 없는 시간’과 친해지려 한다. 마음이 불안해도, 지금 이 감정을 바로 해결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해야만 하는 일’ 말고 ‘지금 하고 싶은 말’이 뭔지, 그게 내 마음 어디쯤에서 울리고 있는지를 천천히 느껴본다. 존재의 기술은 무언가를 하려는 몸짓이 아니라, ‘그저 거기 있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느껴지는 삶. 말하지 않아도 조용히 울리는 마음. 결정하지 않아도 흘러가는 시간이 품고 있는 의미. 나는 매일 그 기술을 아주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익숙하지 않아도 괜찮다. 존재의 삶은, 늘 연습 중이어도 충분하니까. 17. 침묵과 고요의 가치 소음에 익숙한 세상에서 고요는 어쩌면 가장 낯선 풍경이다. 말이 끊기고, 움직임이 멎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도 사라질 때,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처음엔 침묵이 불편했다. 무언가 잘못된 듯한 공기, 어색함을 채우려 애쓰는 내 몸의 반응. 하지만 조금씩 그 침묵을 견디기 시작하자, 그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고요는 비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너무 많은 것들이 깃들어 있는 상태였다. 하루를 마치고 방 안에 혼자 있을 때, 창밖에서 아주 멀리 들리는 바람 소리, 냉장고의 작은 진동음, 내 숨소리. 그 모든 것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나는 몰랐던 것이다. 삶은 늘 이렇게 조용히 말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너무 바빠서, 너무 시끄러워서, 그 말을 듣지 못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