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독은 낭독과는 다릅니다. 봉독은 말 그대로 말씀을 받들어 읽습니다. 한 단어, 한 구절, 한 문장을, 전심으로, 온 감각과 온 존재를 동원하여 읽는 행위입니다. 이번에 봉독할 때, 저는 제가 마치 피아노가 된 것만 같았습니다. 한 단어를 읽을 때, 한 단어를 영으로 친 것 같았고, 한 문장을 읽을 때, 한 마디를 그 안의 리듬으로 연주한 것 같았습니다. 어떤 구절에서는 한 단어 한 단어를 강조하고 싶어 스타카토 하듯 똑, 똑, 끊어 읽기도 했습니다. 무엇인가를 내 존재로, 내 목소리로 연주하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