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나라니까, 내가 왕이니까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 (7절)”라는 외침은 항상 그 시절의 나를 소환하고, 나는 사울과 완벽히 동기화된다. 사울은 왜 그랬을까? 여인들은 없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사실이었을 것이다. 사울은 천천이고, 다윗이 만만이라는 사실. 사울은 왜 이 말에 그렇게 분노했을까? 사울은 왕이었고, 다윗은 장수였다. 왕은 왕의 일이 있고, 장수에게는 장수의 일이 있다. 다윗이 만만인 것은 당연하고, 장수로서 당연히 만만이어야만 한다. 왕은 그런 장수와 장수들을 잘 운용하는 게 일이다. 물론, 눈에 보이는 자극적인(?) 결과에 요동하는 사람들이 외치는 그 소리가 귀에 달가울 수는 없지만, 본질은 승리고, 왕은 왕으로서 자신의 일을 수행했으니 좀 넘어가 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